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 KT

는 확실히 장기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식이다. 우량주만 골라 장기 보유하기로 유명한 개인 투자자 H씨는 지난 1999년 1월 KT를 매입, 무려 8년째 가지고 있다. 1998년 1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자마자 연일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던 KT 주가가 99년 새해 들어 주춤하자 4만원 대 초반을 매수 찬스로 보고 들어간 것이다. KT 주가는 같은 해 대세 상승장을 만나 한때 18만원 대까지 치솟았다. H씨는 그러나 1년도 안돼 주식을 판다는 게 평소 투자 철학에 어긋나는 데다 국내 대표 통신주인 KT에 장기 투자할 경우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계속 보유했다.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05년 초, H씨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다. KT 주가가 2000년 들어 하락세로 반전, 무려 5년 연속 장기 하락세를 보여 당초 매입한 가격대로 다시 내려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KT의 성장이 멈췄다’ ‘더 이상 성장주로서의 매력이 없다’는 식의 전문가들 사이에 팽배한 부정적 인식은 그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H씨는 고민 끝에 ‘보유’하기로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KT는 기간통신사업자로 결코 망할 염려가 없는 데다 지금까지 쌓아 온 돈으로 반드시 미래의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지금 주가가 역사상 최저 수준이어서 더 이상 빠질 염려가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설사 주가가 향후 몇 년간 더 지금의 수준에서 횡보한다 하더라도 매년 6∼7% 이상의 배당수익률이 보장되므로 결코 실패한 투자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KT가 준비 중인 신사업들이 성공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한다면 기대 이상의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도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H씨의 기대는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KT가 자산을 많이 보유한 가치주로서 매력이 뛰어난 데다 신사업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는 “KT는 자산 가치와 배당 가치만 따지면 어떤 주식보다 낫다”며 “단기 투자로 승부를 보겠다는 욕심만 버린다면 30년 후 자녀에게 물려줄만한 주식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그렇다면 지금의 KT 사업 내용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KT는 국내 대표 유선통신사업자로 1982년 시내·외 전화사업자로 출발했다. 지금은 전화사업에다 초고속 인터넷이 가세해 매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 매출액 가운데 전화사업 부문인 음성 서비스가 35% 정도를, 초고속 인터넷이 26%가량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전용회선 임대나 휴대전화 재판매, 접속료 수입 등이다. 주목할 점은 초고속 인터넷 매출 비중은 매년 증가하는 반면,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음성 서비스 부문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초고속 인터넷도 이미 경쟁이 격화할 대로 격화한 만큼 KT의 차세대 사업으로 내세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 초고속 인터넷 사업 선전에도 불구하고 KT 매출액은 최근 몇 년째 줄곧 11조원 대에서 제자리걸음이다. 이렇다 할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KT의 매출 정체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돌파구는 있을까. 이 점에 대해 전문가들 의견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KT가 현재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TV(IPTV)와 와이브로(WiBro:휴대 인터넷)가 향후 이 회사 신성장 엔진의 양날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IPTV는 기존 방송사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아 관련 법률 통과 여부도 아직은 미지수다. 정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 세계적 추세인 만큼 허용 시기가 문제일 뿐 결국 IPTV는 머지않아 보편화한 서비스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IPTV 사업을 경쟁사보다 먼저 준비해 온 KT가 주도권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KT의 IPTV 부문 매출액은 2009년에 5610억원, 2010년에는 835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금의 유선전화 부문 매출액보다 2배 정도 많은 것이다. KT의 장기 가치를 보고 펀드의 포트폴리오에 상당 비중을 편입한 모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KT가 10년 후에 방송사업자로서 민영 방송을 인수하지 못하리란 법도 없다”며 “KT는 당장 한계 사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잠재 가치에서는 그 어떤 기업보다 우수하다”고 말했다.정 애널리스트는 “와이브로의 경우도 장기적으로 무선통신 사업자인 KTF와의 합병을 이끌어내는 데 아주 효율적인 매개체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변의 기대감 못지않게 KT 스스로도 신성장 엔진 확보에 대한 강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 KT는 실제 성장 한계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투자를 다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작년 2조1000억원이었던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는 3조원으로 과감하게 증액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KT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최근 들어 우량주로서의 투자 매력 또한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우선 민영화 부담이 해소되고 있다.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 당시 정보통신부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대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이에 따라 부채 규모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물론 추후 EB 교환에 따른 물량 부담 우려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KT는 지난 몇 년간 창출된 잉여현금을 통해 매년 EB 상환에 주력한 결과 2005년까지 모두 완료해 민영화로 인한 부담은 대부분 해소된 상태다. 부채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순부채비율은 지난 2002년 90.7%에서 지난해 69.2%로 줄었으며, 오는 2007년에는 41.8% 대로 낮아질 전망이다.주주가치 증대에도 적극적이다. 사실 현재 대형 우량주 가운데 KT만큼 배당 가치가 우수한 기업도 없다. 지난 2005 회계연도의 경우 KT의 주당 배당금은 3000원(중간배당 1000원 포함)이었다. 시가배당률도 따지면 무려 7.09%로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 중 최고다. 배당은 한번 늘리면 좀처럼 낮추기 힘든 성격이 강한 만큼 KT의 배당 수준은 앞으로도 최소한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당연히 배당을 중요시하는 장기 투자자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주가가 현 수준으로 횡보한다 하더라도 매년 채권 수익률의 두 배 가까운 성과를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KT 측으로서도 주주들의 배당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이미 올해에도 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들에게 환원할 것이라는 점을 공식화했다. 투자 확대에 따른 수익 구조 악화 가능성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염려한 대책이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주주 환원의 방법을 단순히 배당에 국한하지 않고 자사주 매입 등에도 동시에 나서기로 한 점은 회사 측의 주가 부양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사는 실제 당초 주주들과의 약속대로 올해 중 520만주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 소각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는 금액으로 따지면 2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KT가 자사주 소각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외국인 지분 한도(49%)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 초까지 외국인의 매도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지분율은 45% 대로 낮아진 상태다.자사주 매입 등으로 수급 여건도 양호하다. 520만주의 자사주 매입이 완료되면 KT의 유통주식 수는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더구나 최근 KT의 장기 턴어라운드 가능성에 주목한 국내 기관이 저가매수 물량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수급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수급은 재료에 우선한다’는 증권가의 속설처럼 결국 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 단기 재료가 없더라도 주가는 오르게 마련이다.자산 가치도 우수하다. 특히 KT를 ‘가치주’로 보는 전문가들은 이 회사의 보유 자산 가치가 엄청나다는 데 주목한다. KT가 전국에 보유한 전화국 부지 등의 장부 가치만 따져도 1조40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공시지가로 계산하면 무려 4조2881억원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주당 자산 가치를 산출하면 4만2012원 정도가 나온다. 이는 현 주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다 KT가 향후 부동산 매각이나 개발을 통한 수익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한 만큼 KT 보유 자산의 실질 가치는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KT의 현재 주가는 보유 자산 가치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가 성립된다.인수합병(M&A) 이슈도 KT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다만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자회사인 KTF와의 합병 건이다. 양측은 모두 현재로선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무한경쟁 시대에 유무선 통합사업자로서 영역을 넓혀가야 하는 KT로서는 결국 장기적으로 KTF와의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남은 문제는 정부 규제다. 사실 ‘통신의 역사는 정부 규제의 역사’라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도 독과점 통신사업자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규제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것이 KT와 같은 지배적 사업자의 주가 발목을 잡는 커다란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규제 환경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통부가 IPTV나 와이브로 등 차세대 통신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차원에서 과거 선발업체를 눌러왔던 비대칭 규제정책의 완화 가능성을 조금씩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막대한 적자를 내며 정부의 규제적 보호가 필요했던 후발 사업자들이 최근 들어 이익을 내는 구조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규제 완화의 배경이 되고 있다.전상용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KT의 주가 수준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1.6배에 불과해 해외 통신사업자 평균인 12.9배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다”며 “세계 주요 통신주 가운데 상승 여력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