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알아두면 돈돼요 ① 추세지표

생상품 투자를 하다 보면 일반 주식투자를 할 때 들어보지 못했던 생소한 단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 중에서 아주 많이 쓰이는 용어이면서 실제 파생상품 투자를 하면서 꼭 알아두어야 할 ‘기본 중 기본’인 것이 바로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이라는 것이다.미결제약정이란 쉽게 말해서 파생상품 계약을 맺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파생상품 거래자들이 흔히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바로 미결제약정을 갖고 있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미결제약정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결제해야 할(지켜야 할) 약속을 갖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만기가 되면 일정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주가지수 선물의 경우를 보자.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투자자는 선물을 매수할 것이고 반대로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는 선물을 매도할 것이다. 이 두 가지 경우, 즉 선물을 매수한 상태이거나 매도한 상태가 바로 미결제약정 상태다.파생상품은 주식과는 달리 공급량이 제한돼 있는 것이 아니고 사자와 팔자의 가격이 맞아 계약이 체결만 된다면 이론상으로 무한대의 미결제약정이 만들어질 수 있다. 선물거래에서는 매수자가 있으면 반드시 매도자도 있게 마련이므로 매수 미결제약정의 숫자와 매도 미결제약정의 수는 정확하게 일치한다. 증권선물거래소에서 발표하는 주가지수 선물 옵션의 미결제약정은 1개의 매수매도 계약을 1개의 미결제약정으로만 계산한다.미결제약정을 갖고 있는 투자자는 이익이 나 있는 상태일 수도 있고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일 수도 있다. 미결제약정을 해소하기 전에는 손익이 늘 유동적인 상태가 된다. 영어로 ‘오픈 인터레스트(open interest)’라고 부르는 것도 손익을 확정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오픈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미결제약정을 해소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만기가 돼 만기일에 결제해서 해소하는 방법이다. 만기 결제는 결제지수에 따라 자동적으로(주가지수 선물의 경우) 손실 혹은 이익이 결정된다. 따라서 주가지수 선물에서 특수한 경우(증거금 부족 등)가 발생하지 않으면 미결제약정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는 만기를 맞아 그저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미결제약정이 해소된다.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알아서 자동으로 미결제약정을 해소해 주면서 이익이 발생하면 계좌로 돈을 넣어주고 손실을 보면 그만큼의 돈을 계좌에서 빼간다. 미결제약정을 해소하는 또 다른 방법은 만기 전에 원래 체결했던 계약과 반대 방향의 거래를 해서 이를 해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가지수 선물을 매수해 매수 미결제약정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는 이 선물계약을 매도(전문용어로는 ‘전매도’라고 한다)함으로써 미결제약정을 해소할 수 있다. 주가지수 선물을 매도해 매도 미결제약정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반대로 이 선물계약을 매수(전문용어로는 ‘환매수’라고 부른다)하면 미결제약정을 역시 해소할 수 있다. 미결제약정을 해소하면 흔히 말하는 ‘무포(포지션이 없는 상태)’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주가지수 옵션의 경우도 선물과 유사하게 콜이나 풋 옵션을 매수하거나 매도한 상태에서는 미결제약정을 보유한 것이 되고 이를 만기에 자동 정산받거나 만기 전에 반대 방향의 매매(전매도 혹은 환매수)를 통해 해소하게 되면 미결제약정이 없어지게 된다.그러면 파생상품 거래에서 미결제약정이 왜 중요할까. 파생상품 거래에서 미결제약정은 시장의 흐름을 읽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치 주식시장에서 거래량이 그 어떤 기술적 지표보다도 중요하듯이 미결제약정은 파생상품 시장의 흐름을 읽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만큼 미결제약정 증감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파생상품 시장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미결제약정(주가지수 선물의 경우)의 증감에 따라 시장을 읽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대체로 이렇다. 주가지수 선물이 상승 또는 하락하면서 미결제약정도 따라서 계속 증가한다면 이는 추세가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상승세를 보이던 선물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하락세를 보이던 가격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반면 추세가 진행하는 과정에서 미결제약정이 급속히 감소한다면 이는 추세가 반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선물이 상승 중인데 미결제약정이 감소한다면 이는 곧 상승 중이던 선물이 하락 반전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반대로 선물이 하락하는 가운데 미결제약정이 줄어든다면 이는 선물이 상승 반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통상적인 경우 주가지수 선물 미결제약정은 장중 3000~4000개 정도 늘어나다가 장 막판 무렵 상당수가 다시 사라지게 된다. 선물의 경우 일반 주식에 비해 데이트레이더들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들이 장중 시장에 참여하면 미결제약정이 증가하다가 장이 끝날 무렵 당일 거래분을 반대매매를 통해 정리하면 미결제약정 수는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미결제약정이 중요해지는 것은 이 같은 통상적인 사이클을 벗어나는 흐름이 나타날 때다. 예를 들어 수일 동안 외국인이 대규모 선물 매도를 지속해 왔고 개인과 기관들이 매수를 지속해 왔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시장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왔다고 치자. 그런데 어느날 장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선물이 급등하고 미결제약정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면 이는 그동안 주된 매도 세력이었던 외국인이 매도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외국인이 선물매도분을 환매수할 때 이 거래의 상대방은 장이 상승하는 틈을 타서 그동안의 손실분을 만회하거나 축소하며 장을 빠져 나오는 개인이나 일부 기관이 될 것이다. 만약 외국인이 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이라면 이 같은 변화는 앞으로 추가로 큰 폭의 하락이 나올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강력한 암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상승 여부는 다음날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이 시장을 관망하는 상태라면 다음날 미결제약정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만약 다음날 아침부터 미결제약정이 크게 증가하면서 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장이 끝날 때까지 미결제약정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이는 외국인이 시장의 지속적인 상승을 예상하고 신규로 선물을 매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만약 미결제약정의 동향을 파악하지 않고 단순한 투자주체별 동향만을 봤다면 위에서 미결제약정이 크게 줄어든 날 외국인이 대량의 선물을 신규로 매수한 것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부분 언론에서 특정일 주가가 크게 오르면 ‘외국인의 대량선물 매수로 주가가 급등했다’라고만 단순하게 전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결제약정의 속내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시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