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재산가 포트폴리오 훈수- 정연호 외환은행 팀장

업가 이선호씨(68·가명)는 은행 예금만 145억원을 가진 고액 자산가다. 미국 영주권자이기도 한 이씨는 수십년 간 미국과 뉴질랜드에서 사업을 하면서 큰 자산을 모았다. 그는 이 돈을 한국과 미국, 뉴질랜드 은행에 분산 예치해 놓고 있었다.그러나 최근에 걱정거리가 생겼다. 한국에서는 저금리 기조가 몇 년째 지속돼 왔기 때문에 수익률이 신통치 않았고, 뉴질랜드에 맡긴 예금도 7% 정도의 비교적 높은 금리를 받아 왔지만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이 있었다. 게다가 최근 일본의 양적 완화정책 해제에 따라 뉴질랜드달러의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뉴질랜드 국채에 대거 투자해 왔던 일본계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뉴질랜드달러 매도가 많아지면 환차손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국도 아직까지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한두 번 정도의 금리 추가 인상 이후에는 더 이상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후에는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다소 높다 하더라도 원화로 환산하면 수익은 낮아진다.이씨는 고심 끝에 정연호 외환은행 WM센터 팀장을 찾았다. 정 팀장은 82년 입행 이후 25년 간 한 우물을 파 온 베테랑이다. 특히 작년 외환은행 PB 성과평가에서 1위에 올랐고 올해 초에는 투자 상품을 많이 판매한 직원에게 주는 ‘우수 인베스트먼트 컨설턴트’에도 선정됐다. 정 팀장이 혼자 운용하는 자금 규모는 무려 1500억원에 달한다. 어지간한 은행 지점보다 더 많은 자금을 혼자 운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미국 UC리버사이드에서 파이낸셜 플래닝 과정을 수료하는 등 실무와 이론 모두 밝다.정 팀장은 우선 이씨의 포트폴리오부터 분석했다. 이씨의 금융자산은 원화예금 35억원(정기예금과 MMF로 분산), 달러 예금 50억원(500만달러), 뉴질랜드달러 예금 60억원(1000만 뉴질랜드달러) 등으로 분산돼 있었다. 원화예금 금리가 연 4%, 달러예금 금리는 연 5%, 뉴질랜드달러 예금 금리는 연 7% 수준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졌기 때문에 환율을 감안한 수익률은 연 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정 팀장은 이씨의 현재 포트폴리오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원화 예금의 경우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또 뉴질랜드달러 예금도 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다. 그는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이씨에게 원화로 자산을 운용하라고 권했다. 달러 예금을 모두 인출해 원화로 환전한 후 원화 표시 자산에 운용해 수익을 올리면 나중에 환차익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게 정 팀장의 판단이다. 특히 미국이 한 번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 더 이상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그는 이씨의 전체 자산 가운데 50억원을 한국 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이 가운데 성장형 펀드에 20억원, 우량주 및 배당주 펀드에 20억원, 테마형 펀드에 10억원을 각각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이런 포트폴리오를 추천한 이유는 무엇보다 향후 1년, 혹은 1년6개월 내에 한국의 주가 상승률이 30% 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형 펀드는 유망한 투자상품이다. 하지만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분산이 필요하다. 특정 종목이나 특정 성향 펀드에 ‘올인’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주가 상승기에는 성장형 주식의 수익률이 높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일정액을 성장형 펀드에 투자하는 게 좋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투자 자산의 일정액은 안정적 배당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배당주 펀드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 팀장은 또 삼성그룹 같은 특정 기업에 투자하거나, 자동차 섹터에 투자하는 형태의 섹터 펀드에도 10억원을 투자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한국에서 판매되는 해외형 펀드도 좋은 투자 대상이다. 현재 미국 영주권자는 외국에서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를 살 수 없다. 세금 문제 등으로 인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이런 규제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영주권자라 하더라도 해외형 펀드는 살 수 있다. 해외형 펀드는 특정 국가의 통화로 자금을 모아 외국에 투자하되 환위험을 관리해 특정 국가의 통화로 수익을 되돌려주는 펀드다. 따라서 이씨는 한국에서 판매되는 해외형 펀드에는 얼마든지 가입할 수 있다.정 팀장은 해외형 펀드에도 50억원을 투자하라고 충고했다. 전 세계 우량 종목에 투자하는 피델리티 글로벌 펀드에 25억원을, 신흥시장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투자하는 슈로더 브릭스 펀드에 25억원을 투자하라는 것이다. 피델리티 글로벌 펀드의 경우 지난 1년 간 수익률이 26%에 달했고 6개월 수익률도 12.6%를 기록했다. 또 브릭스 펀드의 경우 최근 수익률은 다소 좋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유망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정 팀장은 나머지 자산 가운데 20억원을 특정금전신탁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특정금전신탁은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자산유동화증권(ABS)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건설회사는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자체 자금으로 땅을 사기 힘들 경우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 이 경우 은행은 자기 자금으로만 대출하면 위험이 높다고 판단, 대출해 준 채권을 담보로 유동화증권을 만들어 일반인에게 판다. 이 상품이 바로 특정금전신탁이다. 18개월짜리 상품에 넣으면 연 7.3%의 수익이 가능하다. 특히 토지를 담보로 잡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상품이다. 따라서 위험을 줄이면서도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정 팀장은 이씨의 자산 중 20억원을 정기예금에 넣어 안정적으로 운용하도록 했으며 나머지 5억원은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정 팀장은 이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은 연 16% 정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