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경제가 침체 터널에 있던 지난 2000년 말. 국내 한 호텔이 개장을 기념해 고려조와 조선조의 화폐, 은행권, 동·서양 고전(古錢) 등 약 450점의 고화폐 경매행사를 열었다. 고화폐는 보관이 쉬워 수집가에게 큰 인기를 끄는 골동품이다. 워낙 경기가 나빠 낙찰되는 사례가 많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경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인사동과 전국 몇 곳에는 옛날 우표를 파는 가게가 남아 있다. 20년 전만 해도 우표는 인기 있는 수집 상품이었다. 시리즈, 전지, 세트, 기념우표, 유통 첫날 기념 스탬프, 잘못 인쇄된 우표, 일련번호 1호, 엽서, 봉투, 첩부, 크리스마스 실, 우표 도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수천만원 대의 우표가 경매에 올려졌는데 똑같은 우표가 출품되자 즉각 그 우표를 구입해 폐기해 버리고 자신이 출품한 우표의 가격을 몇 배로 올려 이익을 봤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최근 국내 미술품 경매회사들도 와인 경매, 고가구와 현대가구, 보석과 시계 경매 등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소비와 투자가 다양화하고 있는 결과를 반영한다. 또 분재와 수석 수집도 마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다. 원래 분재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었을 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취미 생활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원예 분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규모로 열리는 전시회에 가면 억대의 작품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본만 해도 분재가 투자 대상이 된 지 오래다.문화 선진국에서는 구성원들이 시대를 불문하고 아름다운 것과 희귀한 것을 찾는다. 이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갖춘 것이 바로 문화예술품이다. 물론 안목과 전문성을 갖춰야 하지만 이들에 투자했을 때 수익률도 좋고, 투자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재미 또한 색다르다. 최근 미술품 경매회사의 설립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이들과 금융회사의 업무 제휴가 줄을 잇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해 준다.모방 본능과 과시 본능에 기초를 둔 수집에 대한 욕구는 명품, 예술품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게 한다. 예술품이란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절대 가치를 갖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 부가가치가 축적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치솟게 마련이다. 어느 나라든지 처음에는 제조업 제품과 기업에 투자하지만, 시간이 흘러 사회가 풍요로워지면 재테크에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사람들부터 남보다 앞서 문화예술품에 투자해 문화 소유권을 선점한다. 그리고 제조업의 독과점과 같은 방식으로 이득을 취한다. 최근 들어 뒤늦게 컬렉션 재테크로 사람들이 몰리지만 이미 한 발짝 앞선 수집가와 박물관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발 빠른 투자자가 돈 버는 이치는 여기에도 적용된다.아쉽게도 우리는 컬렉션 재테크를 시작할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 일제 강점기에 골동품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일본인들이 만든 경성미술구락부의 경매를 통해 미술품이 많이 유출됐으며 그나마 남은 것은 한국전쟁으로 잃어버렸다. 또한 새마을운동 과정에서 집을 허물고 살림을 바꾸며 많은 것을 버렸고 아파트로 몰리면서 옛것을 팔아 값나가는 새것을 사는 등 스스로 파기해 버렸다. 그러나 국민소득 1만5000달러 시대가 도래했고, 앤티크 가구와 예술품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컬렉션 재테크 열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확실히 선진국에서 컬렉션 재테크는 기존의 재테크보다 한 발짝 앞선 투자다. 따라서 앞으로 경제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제로 한다면 컬렉션 재테크의 잠재력은 실로 엄청나게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