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산에서 캔다.’서울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김인경씨(49·가명)는 요즘 이 말을 실감하고 있다. 선친이 충북 충주의 평범한 야산을 물려줬는데 최근 이곳에 심어져 있던 소나무로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김씨의 선친은 30년 전 소일거리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야산에 소나무 조림을 시작했다. 김씨는 부친이 돌아가신 후 명절 때 고향에 가서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 지 확인하고 마을 사람에게 관리를 부탁하는 정도의 관리만 해 왔다. 그러나 작년 한 조경업자의 연락을 받고 김씨는 깜짝 놀랐다. 소나무 한 그루에 800만~1000만원씩 5그루를 사겠다는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계약으로 생각지도 않았던 4500만원의 수입을 올린 그는 나무가 얼마나 큰 가치를 주는지 실감했다. 김씨는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조림을 해보기로 결심하고 틈날 때마다 고향에 내려가 소나무 묘목을 새로 사들여 야산에 심고 있다.나무는 신선한 공기와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지만 이처럼 생각지도 못한 재산 증식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조림 전문가들은 나무 투자의 특징을 ‘초장기 투자’로 요약한다. 적어도 10년 이상은 지나야 어느 정도 가격을 받을 수 있고 30년이나 50년 이상 키워야 수익을 내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음 세대까지 내다보는 지루한 장기 투자지만 잘만 키우면 수익성이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나무 관련 수요를 충당하기 쉽지 않다. 또 웰빙 바람으로 다양한 자연 치료 요법이 개발되고 있으며 무공해 토양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대한 수요도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조림사업의 수익성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소나무의 경우 묘목 가격은 종류에 따라 몇 백원에서 몇 천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30년 간 잘 키워 사람 가슴높이 부분의 줄기 직경이 30cm 이상이 되면 가격은 800만~25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조경이나 관상용으로 모양이 특이하고 아름다우면 가격은 더욱 치솟는다. 가구 제작이나 약재 등으로 활용되는 가래나무의 경우 3년짜리 묘목이 500원에서 2500원 정도지만 30년을 잘 키우고 나면 2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연평균 25.9%의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셈이다. 물론 현재 상황을 토대로 한 판단이지만 토종살구나 물박달 같은 종은 1년생 묘가 1000원 정도인데 10년 동안 잘 키우면 10만원은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조림사업에도 리스크가 있다. 소나무가 현재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재선충 등 병해충이 퍼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래나무도 쓰임새에 비해 공급이 달리기 때문에 가치가 높아졌다. 따라서 주식과 마찬가지로 미래 인기주를 남들보다 먼저 찾아내 조림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모두가 심어놓은 흔한 종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없다는 얘기다. SK임업 오산사업소 편완희 소장은 팥배나무나 조각용 소재로 활용되는 때죽나무, 자작나무, 흑호두 같은 수종이 유망하다고 추천한다.전문가들은 또 한 나무에 올인하는 것보다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수익을 내는 나무와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가져다주는 나무에 분산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한다. 동아임장 함번웅 대표는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는 더덕이나 오미자 두릅 오가피 등과 중기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옻 토종살구 산수유 마가목, 또 장기적으로 키워야 하는 물박달이나 고로쇠 등을 적절히 분배해 투자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조림이 산에서 직접 나무를 키우는 것이라면 거실이나 안방에서 자연을 감상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분재다. 중국에서 시작돼 한국을 거쳐 일본에 전파된 분재는 소형화에 체질적 강점을 갖고 있는 일본인들의 기술과 맞물려 ‘본사이’란 일본어가 분재의 국제 표준어로 자리 잡았을 정도로 일본이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유명 분재를 문화재로 관리하고 있으며 공신력 있는 기관이 공식 가격을 책정하기도 한다.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분재의 대중화 정도가 미약하지만 최소 250개 내외의 분재원에서 전문가들이 분재를 만들어내고 있다. 분재는 자연 상태에서 자란 나무에 인공적 손길을 가해 만든 것인 만큼 정성을 많이 들여야 한다. 매일 물을 줘야 하고 바람과 햇볕을 쬐게 해야 하며 적절한 시점에 가지도 잘라야 한다. 특히 2~3년에 한 번은 화분의 흙을 갈아주면서 뿌리도 잘라내야 한다. 이런 큰 정성이 들어가지만 분재를 가꾸는 것 자체가 마니아들에게는 상당한 만족감을 준다. 또 잘 키운 분재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주로 마니아들 사이에 개인적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국내에서는 3억~7억원 대 사이의 대형 분재가 거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가장 비싼 분재 가격이 80억원에 달한다.따라서 분재 투자도 상당한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일례로 인천 남동구에서 석담분재에는 수백만원짜리에서 2500만원짜리 분재가 자라고 있다. 2500만원짜리 분재는 모과나무로 자연 상태에서 자라고 있던 것을 30년 간 정성들여 키운 결과물이다. 나무처럼 균형을 잘 잡고 있으면서도 예술적 가치가 있는 특이한 모양새를 갖추면 분재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 분재의 터전이 되는 화분 가격만도 3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분재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분재 전문가들은 관리만 잘 하면 수천년 동안 살 수 있다고 한다. 자연 상태의 나무는 이런 수명을 가질 수 없다. 하지만 분재는 뿌리를 계속 잘라주기 때문에 새 뿌리가 나와 생명이 연장된다. 따라서 분재의 매력에 빠진 마니아들은 대를 이어 분재를 키워가기를 원한다. 물론 대를 이어가면서 키워낸 분재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석담분재 여기동 사장은 “분재는 나무가 겪은 세월과 작가의 노력이 합쳐져 가치를 발휘한다”고 말한다. 몇 대가 내려가면서 전수한 기술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미적 가치가 더 높아지기도 한다. 소나무나 단풍나무 소사나무 모과나무 등이 주로 분재에 활용되며 처음부터 미적 가치를 가진 분재목을 잘 선택해 뿌리에서 가장 가까운 첫 번째 가지를 가장 두껍게 만들고,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가지로 갈수록 얇아지는 모양을 만들면서 전체적으로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특히 정면에서 봤을 때 앞가지와 뒷가지가 겹쳐서는 안 된다.분재는 투자 가치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큰 가치를 준다. 여 사장은 “제때 물을 주지 않으면 분재가 살 수 없기 때문에 분재에 몰입하면 사람이 건강해지고 부지런해진다”며 “도박 같은 좋지 않은 취미에 몰입했던 사람들도 분재에 빠지고 나서 성실하게 사는 경우도 많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