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일 도이치투자신탁운용 사장의 2006 블루프린트

사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또 경험적으로 검증된 최고의 투자 원칙은 ‘분산’입니다. 분산에 또 분산을 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채권펀드에서 독보적인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신용일 도이치투자신탁운용 사장은 ‘분산’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이치투신운용의 ‘도이치코리아채권투자신탁 1-1 Class A’는 지난해 채권 벤치마크 수익률(2.45%)보다 높은 3.86%의 수익을 올렸다. 특히 도이치투신운용은 지난해 미국의 금리인상과 주식시장 강세 등으로 채권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상승(채권값 하락)하는 등 시장 환경이 극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이런 수익률을 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 도이치투신운용은 2년여 전부터 주간, 월간 수익률 10위를 벗어나본 적이 없고 2004년 강세장에서도 채권펀드 평균(5.81%)보다 0.62%포인트 높은 6.43%의 연 수익을 내 강세장에서든 약세장에서든 초과 수익을 올리는 ‘채권펀드의 명가’로 자리 잡았다.이런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신 사장은 설명한다.“많은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세를 타려고 노력합니다. 타이밍을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시장 방향을 전망해 유망한 분야로 말을 갈아타는 투자는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시장 움직임을 앞서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상식처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가 분석한 결과, 타이밍보다는 전략적 자산 배분에 기초한 투자가 훨씬 안정적이며 수익률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분산의 위력은 대단합니다.”이와 관련, 도이치투신운용은 지난 2000년 1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총 운용 기간의 30%를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 70% 기간을 채권에 투자하는 ‘마켓 타이밍 전략’에 의한 투자 수익률을 계산해 봤다. 물론 처음에 주식에 투자하고 나중에 채권에 투자할 수도 있고 매달 주식과 채권을 번갈아가며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경우의 수’는 무한하다. 따라서 도이치투신운용은 무작위로 300여회의 케이스를 추출해 수익률과 변동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마켓 타이밍에 기초한 투자 수익률은 연 평균 4.61%였고 변동성은 10.98%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채권(70%)과 주식(30%)의 비율을 미리 정해 이 비율을 계속 지켜나가는 ‘자산 배분 전략’ 투자의 수익률은 연평균 4.79%, 변동성은 6.29%인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밍에 의존하지 않고 일정 비율을 그대로 지키면서 투자한 경우가 수익률이 높고 변동성이 낮다는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또 주식과 채권 투자를 번갈아 하는 마켓 타이밍 전략의 수익률 구간을 분석해 봤더니 자산 배분 전략 투자의 평균 수익률인 4.79%보다 높은 경우는 28%에 그쳤고 이보다 낮은 경우가 7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결국 시장 흐름을 보고 주식이 저평가됐을 때 주식에 투자하고, 채권이 저평가됐을 때 채권에 투자하는 마켓 타이밍 전략을 펴더라도 자산 배분 전략을 이길 확률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아직도 국내 일부 투자자들은 금리가 올라가면 현금 비중을 높이거나 선물 매도 포지션을 통해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애널리스트도 금리 예측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일입니다. 또 타이밍에 따라 투자할 때에는 많은 비용이 수반됩니다. 채권 투자를 해야 할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계속 예의 주시해야 하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더구나 타이밍에 따른 투자는 수익률도 별로 높지 않고 변동성만 큽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려면 투자자 수익에 따라 전략적으로 자산을 배분해 놓은 상태에서 분산하고 또 분산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도이치투신운용은 투자의 타이밍에 신경 쓰지 않는 대신, 종목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초과수익의 원천을 찾아낸다. 신용분석과 수익률 곡선 분석 등을 통해 실질가치보다 저평가된 채권 종목을 사들이는 것이다. 물론 이런 종목이 정상 가격을 회복하면 매도한 뒤 다시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 나선다. 또 철저하게 분산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아무리 저평가된 우량기업의 채권이 있다 하더라도 포트폴리오에서 한 종목이 3% 이상 차지하지 못하도록 했다.“도이치투신운용은 운용 인력이 우수하고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탐방을 통해 투자 대상 기업을 철저히 분석하고 새로운 상황 변화가 발생하면 이를 항상 업데이트해 투자 판단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채권 분야에서도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 투자하는 가치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면 한시적으로 등락이 있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저평가된 우량 종목을 발굴하고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성 하는데 도이치투신운용의 앞선 시스템도 한몫 했다. 지큐브(G-cube) 시스템은 전 세계 도이치뱅크그룹의 주식 및 채권 관련 데이터를 통합 제공하는 것으로, 한국의 펀드매니저들은 전 세계 운용역이나 분석가의 견해와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지큐브의 정보시스템은 도이치 내부에서도 운용역 외엔 아무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사장조차 시스템을 보려면 여러 개 서류에 사인을 해야 할 정도입니다. 도이치의 정보는 ‘투자자의 것’이라는 철학 때문입니다. 덕분에 운용 담당자들은 대단히 정확성이 높은 정보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이런 앞선 시스템을 토대로 도이치투신운용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항상 발 빠르게 대처해 왔다. LG카드 사태와 SK글로벌 분식회계 등으로 채권시장이 타격을 받았을 때 도이치투신운용의 채권펀드에는 이들 회사의 채권이 하나도 편입돼 있지 않았다.“채권은 매력적인 수익을 내는 화려한 상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자산의 일정 비율을 반드시 채권에 투자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객들은 한 해 높은 수익을 냈다가 다음에 낮은 수익을 내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꾸준한 수익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채권펀드 운용사들은 고객들에게 스트레스를 줘선 안 됩니다.”LG상사에 입사한 후 LG그룹 회장실, LG캐피탈, LG카드, 씨티은행 등을 거치며 금융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한 신 사장은 독창적인 상품을 개발, 금융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 상품은 카드와 펀드를 연계한 ‘스팬&세이브’다.“아직까지 투신사의 상품이 획일적인데요, 금융계의 벽을 뛰어넘어 얼마든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스팬&세이브’ 상품은 카드 사용 금액의 1%를 현금으로 적립해 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고객에게 현금 적립 혜택에다 고수익 펀드에 투자하는 기회를 동시에 주기 때문에 어렵게 포인트를 모아서 사은품 하나 받는데 그쳤던 것에 비해 훨씬 큰 가치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제일은행에서 ‘스팬&세이브’ 회원을 모집했는데 가입 고객의 상당수가 신규고객으로 나타나 새고객을 유인하는 효과가 커 은행의 고객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카드 고객을 투신 고객화하고 투신 고객을 카드 고객화하는 전략입니다. 지난해 9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현재 카드 사용금액으로 적립한 펀드 규모가 250억원에 달합니다.”월드컵 같은 대형 이벤트도 빼놓을 수 없는 사업 기회다. “올해 독일에서 월드컵이 열리는데 ‘2006 필승코리아 파생상품 투자신탁’(가칭)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4년 만기의 원금보존 추구형 펀드로 축구선수 11명을 상징하는 11개 종목에 투자하는데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로 나눈 3그룹의 투자비중을 달리한 성장형 포트폴리오, 안정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4년만기시 2개 포트폴리오의 분기별 수익률 중 높은 것을 평균하여 지급하는 구조이며,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필승을 기원하는 의미로 일정액의 추가 보너스 쿠폰을 지급할 예정입니다.”올 하반기에는 부동산 펀드 출시도 고려하고 있다.“현재 부동산펀드 대부분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는 실질적 의미의 부동산 펀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도이치은행 본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동산 투자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지분 투자부터 시작해 땅 매입과 공사 시행 및 임대 영업, 재매각까지 전 과정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를 만들 계획입니다.”신 사장은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시장은 아직도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부침이 있겠지만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한 데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표 기업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3~5년 안에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배율(PER)이 12~14배는 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이나 시장 규모를 생각할 때 이 정도 PER는 충분히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