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태 국민은행 팀장의 100억 자산가 재테크 훈수

억원 대 자산가인 최인영씨(54)의 재테크 최대 목표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하는 것이었다. 30억원 대의 금융자산과 70억원 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과세 당국에 자신의 금융자산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세금도 세금이지만 국가에서 자신의 자금 상황을 아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도 컸다. 따라서 30억원의 금융자산 대부분을 비과세나 분리과세 상품으로 운용해 왔다. 물론 자산을 이렇게 운용하다보니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정부가 각종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전까지 분리과세나 비과세됐던 금융상품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일부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이전 소득 분까지 소급해 과세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또 지난해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도 그에게 자극제가 됐다. 그는 1990년대 주식시장의 큰 손으로, 한때 상당한 돈을 벌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워낙 컸던 시절이어서 한때 벌어놓았던 돈을 한순간에 날리기도 했으며 몇 번의 부침 끝에 결국 큰 손해를 보고 말았다. 쓰디 쓴 패배를 맛본 후 다시는 주식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고도 거침없이 상승하는 것을 보며 그는 우리나라 증시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감’을 갖게 됐다.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강력한 규제조치를 취하면서 이전과 달리 부동산이 무조건 수익을 보장해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들었다. 결국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의 전면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국민은행 골드앤와이즈 서초PB센터의 정남태 팀장을 찾았다.서강대 경제대학원을 졸업하고 1990년 국민은행에 입사한 정 팀장은 최근 6년째 고객 자산관리 분야에서 일한 베테랑 프라이빗 뱅커(PB)다. 그는 먼저 최씨의 현재 포트폴리오를 분석했다. 최씨는 30억원의 금융자산 가운데 정기예금에 5억원, 엔화 스와프예금에 5억원을 넣어두고 있었다. 엔화 스와프예금은 이전까지 비과세 상품이었다. 연 수익률은 3% 대로 낮지만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이 상품을 활용했다. 물론 이 상품은 이제 과세 대상이 됐으며 정부는 이전 이자소득까지 과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또 채권 가운데 만기가 1년6개월 이하여서 비과세나 분리과세되는 상품에 20억원 정도를 투자해 놓고 있었다. 투자 대상은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국채나 국내 대기업이 발행한 외화표시채권이었다. 수익률은 3% 후반이었다.정 팀장은 우선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무조건 피하고 보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설득했다. 정당한 자금이라면 굳이 과세당국에 금융소득 내역이 통보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 팀장은 최씨의 자산 가운데 상당부분이 옛날에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것이기 때문에 과세당국이 자산 상태를 알더라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또 세금 부담이 다소 늘어나지만 일정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면 세금을 다 내더라도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기로 했다.정 팀장은 우선 국내 주식형 펀드에 10억원을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작년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상승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10억원 가운데 대형주와 정보기술(IT) 관련주에 투자하는 성장주 펀드에 6억원, 성장주와 배당주에 각각 절반 정도를 투자하는 펀드에 4억원을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작년까지 중소형 종목과 코스닥 종목 등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나 올해에는 대형주나 성장주 펀드가 유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일정 자산은 안정적으로 배당 수익을 올리면서 주가 차익도 실현할 수 있는 배당주 펀드에 분산투자하라고 정 팀장은 권유했다.정 팀장은 또 전 세계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흥시장 가운데 동유럽 지역은 유럽연합 통합이 가속화하면서 서유럽의 자금 유입으로 증시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경제가 올해에도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미국경제에 많은 영향을 받는 중남미 시장도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브라질에 주로 투자하는 중남미 펀드도 투자 대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인도의 경우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성장가능성이 높은 나라다. 따라서 정 팀장은 중남미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에 1억5000만원, 동유럽 펀드에 2억원, 인도 펀드에 1억5000만원을 투자하라고 권유했다.해외펀드 가운데 일본에는 특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정 팀장은 설명했다. 10년 장기 불황 국면에서 탈출하면서 일본에 외국인 투자가들의 투자가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일본 내수 소비가 살아나고 있어 일본 기업의 수익성 개선도 예상된다. 따라서 일본 펀드에 3억원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 팀장의 판단이다. 정 팀장은 또 메릴린치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에 5억원을 투자하라고 말했다. 이 펀드는 미국 시장에 60%, 나머지 세계 시장에 40%를 투자하는 펀드이며 주식과 채권의 비율도 6 대 4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 적절하게 자산을 배분하고 투자하는 셈이다. 따라서 시장 평균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 펀드다. 연 수익률도 7~8% 정도로 비교적 안정적이다. 전체 포트폴리오 가운데 글로벌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도 필요한 만큼 이 펀드에 5억원을 투자하라고 정 팀장은 설명했다.이와 함께 일정 자산은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 긴급한 현금 수요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MMF에 2억원을 투자하라고 정 팀장은 권했다. 또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위해 5억원은 정기예금에 넣어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다소 공격적인 자산 포트폴리오지만, 최씨의 경우 이미 상당한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안정적인 임대 수입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다소 공격적인 자산 운용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채권보다는 주식이 우월한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있지만 2년이나 3년 후를 바라본다면 채권보다 주식의 수익률이 더 높을 것이고 정기예금보다는 훨씬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 최인영씨 뉴 포트폴리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