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벨루티’ 구두장인 패트리스 락

“구두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독창성과 고객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열어놓는 것입니다.”지난 연말 프랑스의 고급 남성 수제화 브랜드 ‘벨루티(Berluti)’의 비스포크 세션(Bespoke Session)을 위해 방한한 구두장인(수석 슈메이커) 패트리스 락(41)은 이같이 말했다. 이 세션은 벨루티의 수석 슈메이커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전 예약한 고객과 1 대 1 상담을 통해 ‘비스포크 슈즈’를 주문받는 행사다. 국내에서 처음 진행된 이번 세션에는 선별된 12명의 VVIP 고객만이 참여했다. 패트리스 락은 ‘구두에 혼을 불어넣는 사람’으로 통한다. 그는 전 세계의 주요 VIP고객들만 상대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사람과 악수만 해보아도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비스포크의 장인이 되기 위해선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프랑스 리옹 출신인 패트리스 락은 구두 장인이었던 증조부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일찍이 구두에 관심을 갖게 됐고, 영국 왕실의 전속 제화 브랜드인 ‘존 롭(John Lobb)’에서 수제화 제작 공정을 익혔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벨루티의 톱 구두 모델인 비스포크 구두 제작을 총괄하고 있다. “구두를 만든 지 18년째입니다. 구두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크리에이티브(독창성)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빠질 수 없는 요소겠죠. 상담할 때 발을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손끝의 촉감을 이용해 발의 특징을 정확히 짚어내곤 합니다. 대화할 때 고객이 직접 표현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원하는 것들을 찾아내 제작 공정에 반영합니다. 고객이 제가 만든 구두를 신고 거울을 보며 미소 지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통상 그가 만드는 구두는 켤레 당 250번의 손길을 거친다고 한다. 비스포크는 1시간 동안 고객과 상담한 뒤 발을 측정해 6개월 동안 발 본을 완성한다. 이를 토대로 ‘1차 모델’을 만든 뒤 고객과 다시 만나 가봉을 한 후 완성품 제작에 나선다. 이 모든 과정에 10개월 정도가 소요되며 이번 방한을 통해 측정된 고객들의 1차 구두는 내년 5월에나 만나볼 수 있다. 따라서 내년 5월에 한국에서는 두 번째 비스포크 세션이 마련된다. 비스포크의 가격은 550만원에서 1500만원까지 다양하다.맞춤 주문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비스포크’ 구두는 전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 미국의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 등 각국의 명사들이 즐겨 신었던 구두로 유명하다.벨루티는 한국에서의 첫 번째 비스포크 세션을 기념하기 위해 ‘바리톤의 시인’으로 불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최현수 교수에게 비스포크 슈즈를 헌정했다. 최 교수는 패트리스 락과 상담할 때 무대에서 신을 수 있는 클래식한 구두를 원했고 ‘알렉산드로’라는 모델을 추천받았다. 10개월 후 최현수 교수가 클래식한 ‘알렉산드로’ 구두를 신고 무대 위에서 열창할 수 있도록 패트리스 락은 지금 이 시간에도 구두 제작에 열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