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위안 부귀를 상징하는 일종의 무기명채권

지난해까지만 해도 초저금리시대의 투자 대안상품으로 각광받던 금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올 초부터 계속된 국내외 금값 폭락으로 금융권에서 판매된 금 연계 상품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선 때문이다. 금 관련 상품은 본질적으로 위험자산이다. 위험자산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투자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가 있으나 다른 한편에선 가격변동의 리스크가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금 가격은 다른 상품과는 달리 경제적인 요인뿐 아니라 정치적 요인이나 국제관계, 사회 현상 등의 요인에도 많이 좌우돼 한 가지 요인으로 변동성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국제 금가격의 변동요인금을 소유하려는 목적은 투자(능동적, 적극적 목적)와 퇴장용(수동적, 소극적 목적) 두 가지다. 수동적인 목적 아래서는 인플레 방어의 의미가 크고, 능동적인 목적에서는 헤지 성격이 강하다. 서로 다른 투자 목적이 금값을 움직이게 하는 재료가 된다. 금 가격은 석유 가격의 움직임과도 상관관계가 있다. 지금까지 원유 가격의 인상은 금 가격의 동반상승을 가져 왔는데 이는 석유가격의 인상이 물가상승으로 연결되고, 곧 금을 통해 인플레를 방어하려는 심리를 발생시키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금이 통화적인 기능을 갖는 것 또한 무시하지 못하는 가격변동 요인이 된다.국제 결제통화로서의 금의 기능이 사라졌지만 대체결제 수단으로서 떠오른 달러화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때 금 가격은 지금도 변동한다. 달러화에 역 상관관계로 반응하고 있는 것. 이는 금이 대체적인 통화기능을 아직 갖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몇 가지 금 가격 변동요인만으로도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금이 수요 공급의 법칙과 함께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금과 물가 상승과의 연관성은 있을까. 물가 상승, 즉 인플레를 헤지한다는 것은 금이 안전한 자산, 안정성 있는 자산이라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다. 학자들은 금이 장기적으로 인플레를 헤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보고 있지만 과연 실증연구에서 금이 인플레를 헤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연구 방식과 기간 등에 따라서는 인플레가 커버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으며 국가별, 시기별로 차이를 보이는 게 현실이다.일본의 닛케이225지수나 미국의 S&P500지수 등과 금 가격 간 상관관계를 연구해 보면 전혀 다른 모양새를 보인다. 즉 금값이 닛케이225와 어느 정도 비슷한 추세를 그리지만 S&P500지수는 상당히 다른 모양을 보이고 있다. 또 이들 인덱스지수는 모두 단기간에 금 가격과 다른 방향성을 보이기도 한다. 한마디로 허술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이는 금에 대해 전통적 선호도 요인, 경제 환경, 그리고 중요한 당시의 사건과 배경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인플레를 헤지 그렇다고 금을 정말 인플레를 전혀 커버할 수 없는 자산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헤지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200년간 미국에서 금의 구매력 추이를 보면 과거 금본위제에 의해 1930년대까지 금이 화폐의 기능을 수행할 때는 물가 지수와 상반되는 행태를 보이고 있고(물가가 오르면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물가가 내리면 화폐가치는 올라가는 것. 금도 마찬가지 기능을 한 것임), 그 후 미국이 금의 개인보유를 허용하고 나서 금이 상품의 기능을 갖게 되면서 물가 상승에 그대로 연동돼 가치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요약하면 금은 장기적으로는 인플레를 방어하는 측면도 있으나 단기적인 투자고객의 입장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금만이 주는 심리적 위안이 있다는 점은 놓치기 어렵다. 금은 실물 자산이고 상품 자산이기 때문에 물가를 어느 정도는 방어할 거라는 것이며, 또 국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가격이 조작되는 일이 없을 것이란 확신도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다. 인간 저변에 깔려 있는 이러한 심리적인 위안만으로도 금은 다른 자산에 비해 훨씬 유리한 위치를 가질 수가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금 투자는 항상 좋다거나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금의 다른 특성들은 무시할 수 없다. 색상의 아름다움, 부귀의 상징, 절대 휴지조각은 되지 않는 자산이라는 점, 휴대가 간편하다는 점, 무기명 채권과 비슷하다는 점 등은 금만이 갖는 여러 가지 장점 중 하나다. 이러한 여러 가지 특성 중에서 본인의 상황과 가장 알맞은 형태로 금을 보유해 보는 것은 즉, 금 자체의 실물로 투자할 것인가, 통장으로 가져 볼 것인가, 골드지수연동정기예금과 같은 간접자산 투자 등 기존 투자 자산과는 다른 새로운 희망과 매력을 느끼게 해 줄 것만은 분명하다. ☞ 국내 금값 추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