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지난 7월16일 정오께 과천 경마공원은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접수마감을 알리는 방송과 함께 관람객들의 몸이 관람대로 쏠린다. 흡사 바닷물이 움직이는 것 같다. 2시 정각, 1시 방향에 경주마들이 나타난다. ‘탕!’ ‘와~’ 경주에 출전한 8마리 말들이 사력을 다해 결승점을 향해 출발. 아직까지는 5번 말 ‘최강속도’가 선두다. 하지만 결승점을 앞둔 마지막 코너에서 2번 말 ‘날쌘돌이’가 힘차게 치고 나온다. 선두와의 거리는 10m… 5m… 3m… 1m. 점차 간격이 좁혀지더니 이윽고 선두가 바뀐다. 중계아나운서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관람석에선 ‘와~’ 하는 함성이 터진다. 경기는 막판 스퍼트를 낸 2번 말 ‘날쌘돌이’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말 없는 경마 없고, 마주 없는 말 없다. ‘마주’는 경주마, 관중과 함께 경마산업을 구성하는 3대 축이다. 흔히 경마는 ‘고전’과 ‘자본주의’가 결합된 퓨전스포츠라고 말한다. 철저하게 돈의 논리로 움직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권위도 강조되기 때문이다. 정의의 여신 ‘마아타’가 공평과 정의를 상징하는 저울과 칼을 들고 있듯 마주는 늘 돈과 권위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해야 한다. 부자들의 세계, ‘애마(愛馬)월드’를 깊숙이 들여 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