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란 어떠한 사람을 말하는가? 아마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돈 외에 일정 액수 이상의 여윳돈을 갖고 있는 사람을 부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선 30억원 혹은 5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를 기준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60세가 되는 해에 20억원 이상의 캐시플로가 있어야만 부자클럽에 들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부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 축적되는가. 부자가 된 뒤에는 그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 모은 돈의 크기와 행복은 비례하는 것일까. 부자와 관련해 몇 가지 떠오르는 단상들이다. 부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게 저축을 통한 것이다. 부는 ‘저량(貯量)변수’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유량(流量)변수’인 저축의 일정 기간 누적의 결과로 형성된다는 고전적인 해석이다. 아니면 자산 가치를 증식할 수 있는 ‘기회포착’을 통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의 소득수준과 지출구조로 보았을 때 요즘 부자들은 근검 절약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많은 경우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한 기회포착으로 부를 형성했다. 부자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곱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매스컴 보도에 따르면 국민 대다수가 부동산 투자가 부자가 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월급쟁이 직장인들도 이러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부의 형성과정의 정당성 또는 도덕성에 대해선 별로 관심도 없고 문제도 삼지 않는 불감증이 팽배해져 있다. 단지 부 자체의 크기만이 삶의 궁극적인 목표인 것처럼 돼 버렸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선이 모호해진 형국이다. 이런 사회적 기류가 축적된 부를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떨어뜨리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부의 사용방법은 축적과정 못지않게 중요하다. 축적된 부를 ‘어느 곳에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부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되는 동시에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부자가 된 후 그 부를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것에 대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벼락부자가 됐다가 패가망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접할 수 있다. 복권당첨이나 지역개발로 인한 지가폭등 등으로 이른바 ‘졸부’가 됐다가 오히려 더 불행해지는 사례를 말한다. 이러한 이야기속의 비참한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선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못지않게 부자가 된 후에 부를 감당할 능력, 즉 그 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를 철저해 해야 할 것이다. 부의 크기와 행복은 비례하는 것일까? 부는 유한한 인생의 기회를 좌우하는 큰 요소 중 하나다. 그렇지만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게다가 부의 축적을 위해서는 인생에서 가장 귀중하면서도 제한된 자원의 하나인 시간과 심신을 바쳐야 한다. 여기엔 물론 도덕과 양심도 포함돼 있다. 만약 부자가 되려는 이유가 기회집합(포트폴리오의 모음)의 크기를 키워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부를 한 단계 더 축적해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만족도의 증가분과 부를 한 단계 더 축적하기 위해 사용되는 자원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만족도의 증가분을 비교해 부를 축적하기 위한 노력의 정도를 결정할 때 그는 최적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부는 많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부의 축적은 대가 없이 얻어지는 자유재는 아닐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