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여름휴가 무슨책 즐겨 읽나

부자들은 경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책도 많이 읽고 세상사에 관심도 많다. 실제로 세계 제일의 부자 빌 게이츠는 어릴 적 별명이 책벌레였고, 2위 부자인 워런 버핏은 하루의 3분의 1을 자료와 책을 읽는 데 쓴다고 한다. 부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한마디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다. 경제학의 원리와 부의 법칙을 다룬 신간 중에 특별히 재미있는 책 몇 권을 소개한다.2003년 미국의 ‘예비 노벨상’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스티븐 레빗. 그는 저널리스트인 스티븐 더브너와 함께 지은 책 ‘괴짜경제학(안진환 옮김, 웅진지식하우스)’에서 기발한 이야기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설명한다.마약판매상들 이야기부터 보자. 이들은 누구보다 큰 위험을 감수하는 ‘비즈니스 맨’이다. 네 명 중 한 명꼴로 살해되는 파리 목숨,시간당 3.3달러밖에 안 되는 싸구려 삶, 그러나 온갖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다른 직업을 찾으려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갱단의 내부조직을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면 금방 눈에 보인다고 그는 말한다. 지부의 보스가 되면 대략 연봉 10만달러를 받을 수 있고 서열 20위 안의 보스가 되면 연봉이 50만달러나 된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꿈이 조직의 모든 ‘똘마니’들에게 엄청난 인센티브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약판매조직은 자본주의 회사와 같다고 그는 설명한다.그의 인센티브 개념은 스모 선수와 학교 교사가 왜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조작과 시험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는 데도 주효하다.스모 선수의 승부조작 이야기는 10년간 281명이 벌인 시합 3만2000건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본에서 상위 40위 안에 드는 스모 선수는 적어도 1년에 17만달러 이상 번다. 그러나 70위 선수의 수입은 겨우 1만5000달러다. 그만큼 순위는 이들에게 ‘인생의 전부’다.예를 들어 8승 이상이면 순위가 올라가는 대회의 마지막 날, 7승7패 전적으로 시합에 임하는 선수는 8승6패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에 비해 훨씬 절박한 심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인센티브가 작용한다. 7승7패 선수가 과거의 시합에서 8승6패 선수를 이길 확률은 48.7%로 집계됐지만 실제로 대회 마지막 날 이긴 확률은 79.6%나 된다는 분석결과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그는 또 ‘매춘부가 어떻게 평범한 건축가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쉽게 해결한다. 일자리의 인력 공급량은 임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매춘부를 꿈꾸는 소녀들은 없으므로 당연히 이 직종의 인력 공급은 적을 수밖에 없다. 건축가만큼 특수한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지만 매춘부들의 수입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가 이 대목에서 금방 풀린다.이처럼 그는 사회경제학의 경계를 오가며 삶의 오묘한 원리들을 괴짜경제학이라는 프리즘으로 다양하게 비춘다. 그러면서 ‘세상의 숨겨진 이면을 보라’고 역설한다. 미국의 범죄율이 줄어든 게 치안강화보다 낙태 합법화 때문이라는 그의 혜안이 놀랍다.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시선을 따라 책갈피를 넘기다보면 경제학뿐만 아니라 세상살이의 숨겨진 열쇠가 곧 ‘인센티브’라는 이치를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양한 인센티브에 반응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현실 경제를 움직이는 인센티브의 실체를 파악한다면,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런치타임 경제학’(스티븐 랜즈버그 지음, 황해선 옮김, 바다출판사)도 흥미롭다. 미국 뉴욕 로체스터대학 근방에 위치한 티볼리 커피숍에서 점심시간마다 경제학자들이 모여 나눈 대화를 엮은 것. 그들의 대화 주제는 대개 이런 것이다. ‘왜 극장에선 팝콘을 더 비싸게 팔까?’ ‘안전벨트 의무화가 오히려 교통사고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가설을 세운 과학자가 기존의 발견을 증명한 과학자보다 인정받는 이유는?’ 그 중에서 교통 안전규정과 사망률의 연관관계를 들춰보자. 안전규정은 운전자가 안전장치를 장착해 사고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므로 사망 운전자 수를 줄일 수 있지만 동시에 운전자가 안전장치를 믿고 무모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김으로써 사망 운전자 수를 늘릴 수도 있다. 1970년대 중반 시카고대학의 샘 펠츠먼은 이 안전규정의 효과를 계산했다. 실제로 더 많은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 건수 대비 사망 운전자 수는 감소했지만 전체 사망 운전자 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부수 효과는 보행자의 사망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 점심토론 그룹의 주인장인 저자는 경제학을 이렇게 정의한다. “경제학이란 첫째, 순수한 호기심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세상이 수수께끼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둘째, 인간 행동이 목적에 충실하다는 일반적인 가정 아래 일관된 방법으로 이런 수수께끼들을 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열보다 더 큰 아홉’(정갑영 지음, 영진미디어)은 첫사랑에서부터 시와 영화,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동원해 경제학의 진수를 풀어낸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풍년이 든다고 농부가 더 부자가 되지 않는 이치를 통해 한계원리를 설명한다. 그리고 커피나무의 씨앗도 경쟁시켜야 더 강하게 자라는 이유, 빌 게이츠의 시간과 기회비용의 관계, 조던과 우즈 같은 슈퍼스타가 몇 천 배, 몇 만 배를 버는 이유, 경매의 대명사 ‘소더비’도 시작은 고작 200파운드였다는 사실 등을 정치 사회 문화적 현상과 경제이론의 프리즘으로 비춘다. 그러면서 일상 속에서 함께 살아 움직이는 것이 바로 경제현상이며 경제를 제대로 읽으려면 단순한 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를 같이 되새겨 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