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이 달랑 석장 남았다. 매년 이맘때면 재테크 생활자들은 올해의 재테크 성적표를 따져보고 내년도 계획 수립에 들어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세계 경기와 우리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이다. 일단 세계경제의 주변여건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와의 마찰이 언제든지 불거질 소지가 높은 데다 뜻하지 않은 ‘카트리나 사태’로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동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금리도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경제는 앞으로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당면한 쌍둥이 적자와 카트리나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의 대변화가 모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교역국에 대한 정책변화폭이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올 상반기에 당초 예상수준을 뛰어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등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중국은 당초 기대보다 더 강도 높은 경기조절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성장률이 9.5%를 기록, 경기과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각 회원국의 경제주권에 대한 요구가 날로 강해지고 있고, 경제수렴조건 이행에 균열조짐을 보이면서 통합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 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개도국 경제는 앞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과정에서 소프트패치(일시적인 경기침체) 여부를 놓고 논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그동안 경기를 이끌어 왔던 수출이 미국과 중국의 경기조절로 발목 잡힐 가능성이 우려된다.한국은 어떤가. 앞으로 예상되는 대외적인 여건을 감안하면 수출여건은 상반기보다 나아질 소지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요 교역국의 경기가 좋지 않다. 특히 양대 수출대상국인 중국과 미국이 금리인상 등을 통해 경기를 조절해 나갈 것으로 예상돼 반작용이 걱정된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문제를 감안하면 국제통상 환경도 개선될 여지가 비교적 적다.올 상반기 수출기업에 큰 타격을 주었던 원화 강세는 앞으로는 오름폭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나 채산성 면에서는 계속해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이 올 상반기보다 둔화된다면 내수가 얼마나 뒷받침해 주느냐가 앞으로 한국경제의 체질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걱정스러운 것은 아무리 우호적으로 본다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정부가 내수부양을 위해 내놓을 정책수단이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대책으로 가장 손쉽게 택하는 금리정책은 이미 한·미 간의 정책금리가 역전됐고 국제금리가 인상되는 추세 속에서는 경기부양만을 위해 콜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거나 내릴 경우 자본이탈에 따른 역(逆)자산 효과가 더 우려된다. 금리정책 다음으로 쉽게 택하는 뉴딜 식 재정지출 정책은 우리처럼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는 재원확보부터 여의치 않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해외에서 ‘한국경제가 다면적인 덫(trap)에 걸린 게 아닌가’하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만약 이런 지적대로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거의 없는 다면적인 덫에 걸릴 경우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놓고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그렇다면 우리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안이 진정으로 없는 것일까. 현재 정부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으나 민간부문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의 유휴자금이 소비나 투자로 연결될 수 있도록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결론적으로 한국경제는 크게 나아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성장률이 낮았던 점을 감안하면 기저(基底)효과로 성장률이 올 상반기보다는 다소 높아지겠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5% 이하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