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돈 빼내 대출금 갚고 조선·자동차株 사두세요

기업에 다니는 정상국씨(39)는 그동안 재테크에서 별반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고 정보도 많지 않아 그동안 투신사와 은행 위주로 투자해 왔는데 부동산으로 대박을 터뜨린 동료에 비하면 재테크 실적이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또 주식에도 손을 대봤지만 역시 변변치 않은 수익으로 실망감을 느껴야 했다. 현재 그의 포트폴리오는 분당에 5억원짜리 아파트와 은행 및 투신사에 맡긴 돈, 주식 등으로 구성돼 있다.정씨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최근 급변하는 재테크 환경이다. 정부가 ‘8·31 부동산대책’으로 부동산 투자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는 데다 10월11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올리는 등 재테크 환경이 급류를 타고 있다.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가 급락세를 보이는 등 상황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는 직감적으로 현재 자산관리 포트폴리오에 중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다. 고민에 빠진 정씨는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을 찾아 훈수를 받았다.홍 부장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금융 전문가다. 1986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이후 투자분석 전문가로 근무하면서 한국경제신문 등 주요 경제지에 수시로 기고했으며 방송과 케이블TV에도 자주 출연한 금융가의 대표적인 시황 분석가다. 또 연 50회 이상 공무원과 기업인 등을 상대로 경제 및 자산 관리와 관련해 강의하고 있다.홍 부장은 우선 정씨의 포트폴리오부터 분석했다. 현재 분당에 있는 집의 가치는 약 5억원이고 이 가운데 2억원은 주택담보대출로 은행에서 빌린 돈이다. 따라서 실제 가치는 3억원 수준이다. 또 환매조건부채권(RP)에 1억원,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MMF)에 1억원, 은행 정기예금에 1억5000만원을 투자했고 주식 계좌 잔고는 현재 1억5000만원 수준이다.홍 부장은 우선 금리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가급적 대출금은 빨리 상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올해 말까지 추가 금리인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중·장기적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내년부터 금리는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홍 부장의 판단이다. 게다가 보유세도 지속적으로 인상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주택과 관련한 이자 부담은 가급적 줄이는 게 최선이라는 것.현재 정씨가 주택담보대출로 매달 내고 있는 이자는 100만원 수준. 홍 부장은 MMF에 투자돼 있는 자금을 인출해 대출금 1억원을 갚으라고 조언했다. MMF는 변동금리상품이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면 수익률이 낮아져 금리 상승기에는 매력이 떨어진다. 2억원의 대출금 가운데 절반을 갚으면 월 이자부담은 5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홍 부장은 또 이자부담이 낮아짐에 따라 절약한 50만원으로는 적립식 주식저축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RP는 확정금리형 상품이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더라도 만기 때까지 수익률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그러나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현금으로 인출해 펀드에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홍 부장은 특히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펀드 가운데 배당 성향이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배당주 펀드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정기예금은 금리가 오르는 추세인 만큼 만기가 돌아오면 재가입하는 게 좋다고 홍 부장은 설명했다. 포트폴리오에서 안정적인 자산도 일정 비율을 차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기예금 1억5000만원 가운데 5000만원 정도는 상황에 따라 주식시장에 곧바로 투자할 수 있는 단기 유동자금으로 관리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올해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을 경험한 데다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유지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 예금 가운데 1억원만 정기예금에 넣고 나머지 5000만원은 양도성예금증서(CD) 같은 단기자금으로 운용하는 게 좋다. 이 5000만원은 주가지수가 1150 정도로 하락하면 곧바로 주식 매입 자금으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그는 강조했다.정씨는 현재 콤텍시스템과 강원랜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2001년 초 주당 2500원에 매수했던 콤텍시스템은 현재 1400원대로 떨어져 큰 손해를 봤다. 강원랜드는 1만2000원에 샀다가 지금 1만5000원 수준으로 조금 이익을 봤다. 현재 주식 평가액은 1억5000만원. 홍 부장은 내년도 업황이 좋은 조선이나 자동차 주식으로 말을 갈아타는 게 좋다고 권했다. 또 정보기술(IT) 관련주 가운데 디스플레이나 통신단말기 부품처럼 업황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사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1억원은 조선이나 자동차 등에 우선 투자하고 나머지 5000만원과 CD 형태로 보관하고 있는 단기유동자금 5000만원은 저점 매수하는 방법으로 시장 상황을 봐가며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다는 것. 홍 부장은 분당에 있는 부동산과 관련해서도 조언을 건넸다. 아직 정씨의 자녀가 어리기 때문에 학군 문제는 걱정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94% 수준인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오는 2006년 말이면 100%를 넘게 된다. 공급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실수요자는 언제라도 집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수도권 지역 부동산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새롭게 부상하는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홍 부장은 분당의 경쟁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판교와 송파 등지에 꾸준히 청약을 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동향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