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부자들의 명품 소비문화
명품 전성시대다. 주얼리와 패션 액세서리 등에 국한되던 명품 신드롬이 주택이나 음식, 심지어 금융상품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명품이 어느 순간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명품에 열광하는 젊은층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게 이를 방증한다. 특권층이 사라진 이 시대에 명품은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살리고 삶의 가치를 배가시키는 핵심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사치나 과소비 등 부정적 사회현상을 대변하던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이제 명품 브랜드는 선망의 대상으로 다가오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촉매제가 됐다. 명품 마니아들은 기성 사회집단과 전혀 다른 이른바 ‘브랜드 공동체’를 모색해 나가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명품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과 질시를 접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한다. 명품의 본질을 이해하고 명품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명품 세계의 속내를 들여다봤다.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G백화점 명품관. 손님으로 북적거려야 할 오후 시간인 데도 매장 분위기는 썰렁하다. 각 점포의 직원을 제외하면 물건을 고르는 쇼핑객은 손에 꼽을 만큼 적기 때문이다. 지독한 경기불황의 여파일까. 그렇지 않다. 겉모습과 달리 이 백화점의 명품 판매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매출은 늘었지만 이처럼 매장이 한산해진 것은 백화점의 치밀한 전략 때문이다. 최근 이 백화점은 매장의 인테리어를 완전히 바꿨다. 뿐만 아니라 최상층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 ‘트렁크 쇼’ 같은 이벤트도 부쩍 늘리고 있다. 또 퍼스널 쇼퍼룸(VIP 전용 쇼핑룸) 같은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만들었다. 최상층 고객들은 VIP 전용 주차장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퍼스널 쇼퍼룸에 입장하면 이후부터 발품을 팔아 쇼핑할 필요가 없다. 전용 스타일리스트가 미리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명품을 골라 놓았기 때문에 편안하게 앉아서 설명을 듣고 구매 결정만 하면 된다.트렁크 쇼나 쇼퍼 룸을 이용할 수 있는 VVIP(최상위층 고객·very very important person)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인사를 비롯해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 중소기업 경영자 등 400명 선. VVIP는 백화점 전체 고객(1만여명)의 4%에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이들의 구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각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 야심작으로 내놓는 고가 상품들의 대부분은 이런 이벤트를 통해 판매된다. 한 명품 업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특정 브랜드에서 새로운 상품이 나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분기별로 한 번쯤은 VIP 고객과 명품 담당 기자, 유명 연예인 등을 초청해 행사를 열어요. 그런데 그런 행사 말고 우리가 더 심혈을 기울여 마련하는 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VVIP들을 위한 살롱 쇼인데,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을 잡아 엄선된 고객 10여명만 모아놓고 상품을 보여드리는 쇼를 하죠. 얼마 전 있었던 VVIP 살롱 쇼에서는 저희 상품 중 가장 고가였던 억대의 목걸이와 귀고리 등이 순식간에 팔렸어요. 일반 행사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죠.”부자들은 명품의 가치도 중시하지만 ‘서비스’와 ‘체험’도 매우 중요시한다. 특히 명품 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신흥 명품 브랜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상품 경쟁력 하나만으로 부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어려운 시대가 됐다. 적어도 상위 1% 안에 드는 부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서비스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명품의 소비 주체는 누구일까. 미국의 메릴린치 증권이 발간한 ‘세계의 부자’에 따르면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국내 부자 수는 전 국민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인 5만 명 정도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상당한 명품 구매력을 가진 VVIP급 부자는 40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부자들은 돈을 물 쓰듯 쓰는 사람들일까. 그렇지 않다. 이들은 돈을 낭비하거나 헛되이 쓰는 일이 없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철저한 검토와 연구를 거치는 등 심사숙고를 거듭한다. 그러나 일단 의사 결정을 하면 돈에 구애받지 않고 구매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LG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 VVIP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희소성 있는 제품을 선호하고 고급 제품만이 아니라 그에 따른 서비스도 함께 구매한다고 생각한다. 또 이들은 자신이 구매하는 상품이 최고라고 느껴야만 구매결정을 내리는 등 마음의 문을 쉽사리 열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물건을 사기로 마음먹은 후에는 지속적으로 그 브랜드에 애정을 갖는다. 다시 말해 이들은 종전 벼락부자처럼 무의식적으로 돈을 쓰는 계층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들은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자신에 맞는 명품 브랜드를 찾아내는 등 구매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또 한 번 만족한 브랜드에 대해서는 구매를 지속한다. 이 시대의 명품족들은 남들과 다른 나, 품격 높은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명품 구매를 통해 이런 가치를 얻고 새로운 자아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명품 업체들도 이런 상위 1%를 잡기 위해 모든 지혜를 총동원하고 있다. 샤넬, 프라다, 루이뷔통 등 명품 패션 브랜드들은 파리 컬렉션 등에 선보인 최신 의상들을 곧바로 국내에 들여와 ‘그들만의 VVIP’를 초청해 패션쇼를 연다. 정기 세일을 할 때에는 행사 2~3일 전에 단골고객들에게 “곧 세일이 시작됩니다. 세일 기간에는 매장이 혼잡하니 미리 나오셔서 상품을 고르시면 세일가에 드리겠습니다.”라며 친절하게 전화를 걸어준다. 1년에 1억원 이상의 상품을 사 가는 초우량 고객들의 명단은 해외 본사에까지 보고된다. 이 고객들에게 생일이나 기념일 등을 챙겨주는 것은 기본이다. 업체들은 VVIP에게 홍콩, 파리 등지에서 열리는 패션쇼나 기념이벤트 행사에도 초대한다. 따라서 명품의 소비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과 특별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명품 브랜드는 자기 만족감만 주는 게 아니다.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프랑스의 남성 수제화 브랜드인 ‘벨루티’는 전 세계 100여명 이상의 멤버로 구성된 ‘클럽 스완’을 운영하고 있다. VIP 고객만 참여할 수 있는 이 클럽의 멤버들은 매년 파리에서 열리는 정기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개인 비행기를 타고 파리 드골 공항에 도착하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국내에서도 지난 6월 제1회 클럽스완 모임이 열렸다. 특별히 선정된 최고의 고객 12명만 참석할 수 있었던 행사였지만 언론에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명품의 나라’ 일본의 도쿄 루이비통 건물에는 셀룩스 클럽이 있다. 이 클럽 멤버들에게는 일종의 출입증인 전자카드가 발급된다. 또 가입비(2000달러)를 낸다고 모두가 회원이 되는 것도 아니다.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쳐 회원 자격이 있다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손이 큰 부자들은 이 모임에 가입하기 위해 안달이다. 에스티로더, 랑콤 등 명품 화장품들도 그들만의 특별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모임을 주선한다. 스파를 이용하거나 마사지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수시로 와인, 앤티크 가구, 스타일링 등의 강좌를 열어 커뮤니티를 더욱 강화시켜준다. 명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존 명품 브랜드들이 부가서비스를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새롭게 떠오르는 신예 명품들은 젊은 이미지와 새로운 디자인을 무기로 고객들에게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잘 알려진 브랜드들도 많지만 해외에서 론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브랜드도 있다. 국내에도 유학이나 연수 등 해외에 장기체류했던 젊은이들이 많아짐에 따라 문화의 국경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 커스텀 내셔널, 스텔라 매카트니, 다이안 본 퍼스텐버그, 디스퀘어드 등이 대표적인 신예 명품 브랜드다. 패션에 둔감한 이들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멋 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명품족 2세대’들은 이들 브랜드의 역사와 배경, 특징 등을 줄줄 외울 정도다. 이들에 의해 최고급 명품 브랜드의 순위가 수시로 뒤바뀌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명품 브랜드들도 이들 신명품족을 겨냥해 새로운 제품 라인을 추가하거나 대대적인 브랜드 혁신 작업도 단행하고 있다. 신명품족을 겨냥한 제품의 특징은 옷이나 가방, 신발 등에 되도록이면 브랜드 로고의 노출을 최소화했다는 것. 이는 언뜻 봐도 무슨 브랜드인지 알만한 제품들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더 강화시켜 줄 수 있는 제품이 신명품족의 구미를 더욱 당긴다는 것으로 풀이된다.지속적으로 진화하고 다양해져 가는 명품을 바로 알고 그 중에서도 제대로 된 ‘알짜’ 명품의 가치를 즐기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안목을 키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가치가 없거나 자신의 이미지를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하는 제품을 사는 데 돈을 허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명품에 대한 고객의 안목은 한 우물을 판 무명 회사를 일류 브랜드로 성장시켜 회사의 가치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토대로 고객 가치까지 상승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예술적 디자인과 고품질 사운드로 명품 반열에 오른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B&O)은 명품을 보는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 제품은 초기에 대중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소리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니아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B&O측도 마니아들의 성원에 부응해 집 이외의 장소에서도 수준 높은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요트나 고급 자동차에 쉽게 부착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속속 선보였다. 또 고급 호텔과 제휴를 맺고 객실에 오디오를 설치하기도 했다. B&O의 CEO인 톨번 소렌슨 회장은 이런 서비스를 토대로 고객 가치를 더욱 높이겠다고 역설한다. 진정한 명품을 알아보는 고객들이 B&O를 키웠고 B&O도 이들 고객을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급 오디오의 새로운 역사가 쓰인 것이다.주얼리 등 초고가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높은 안목을 키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 다른 명품과 마찬가지로 보석류도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재테크 수단으로 유용하다. 따라서 더 까다로운 안목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지혜가 요구된다.상위 1% 부자들의 삶은 명품 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명품을 구매하고 VVIP가 되어 문화적인 혜택을 받고 브랜드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이들은 고유의 라이프 스타일을 개척해가고 있다. 명품이 이제 더 이상 물건이 아니고 부자들의 삶의 방식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명품은 이들에게 ‘사치’가 아니다. 삶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가치’를 주는 제품이다. 따라서 앞으로 명품은 정체성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가치를 부여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여름과 겨울, 프랑스 전역에서는 각각 한 달 가까이 파격적인 세일(프랑스어로는 soldes)이 시작된다. 이 시기에 파리의 부자들이 자주 찾는 봉 마르셰 백화점에 가면 마크 제이콥스의 시폰 원피스가 345유로(약 43만원)에서 240유로(약 30만원)로, 바네사 브루노의 원피스는 185유로(약 23만원)짜리가 130유로(약 16만원)로 할인된다. 샤넬 구두는 30~50% 할인되고, 크리스찬 디올의 슬리퍼가 반값인 10만원 대에 팔리기도 한다. 대형 상설 아울렛 타운인 ‘라 발레’에서는 본격 세일 3일 전부터 ‘세일 전 할인’이 열린다. 페라가모의 플랫 슈즈를 10만원 이하에 구입할 수 있고 훌라의 다양한 핸드백을 5만원 대에 살 수 있다. 우드베리 아울렛은 중국 등 단체 관광객들에게 단골 여행 코스로 정례화할 정도다. 평소 판매가격 자체가 일반 매장에 비해 평균 30% 이상 낮은 데다 다양한 할인방법을 잘 활용하면 가격을 훨씬 낮출 수 있다. 첫째 요령은 쿠폰 북 활용. 발리, 에트로, 막스마라, 휴고보스 등 브랜드를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신발 매장의 경우(리복 록포트 등) 두 켤레를 사면 그 중 싼 쪽은 반값(Buy one, get second half)에 판매하기도 한다. 동양인 고객의 구매력이 센 만큼, 버버리 매장의 경우엔 한국말과 일본어 모두 능통한 한국인 아주머니가 10년 가까이 일하고 있기도 하다.국내에서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바로 백화점 세일. 1년에 2회에 걸쳐 최대 40%까지 세일을 한다. 이 밖에도 브랜드 단골 고객을 위한 패밀리 세일과 패션 전문 기자를 위한 프레스 세일 등에서 기존가보다 최고 9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명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또 국내 최초로 해외 명품 브랜드의 국내 지사가 직접 운영하는 명품 아웃렛몰이 내년 3월 문을 연다. 양재동의 복합쇼핑몰 ‘하이브랜드’에서는 정상가보다 50~70%가량 할인하며, 패션관, 리빙관으로 구성된 아울렛몰은 내년 3월 완공될 예정이다.주얼리는 후대에 물려주거나 시간이 흐른 뒤에 경매로 판매되는 등 그 가치가 영원히 남는 명품 중의 명품이다. 탁월한 선택을 위해 꼭 알아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팁을 소개한다. 선별 기준인 4C(Cut, Clarity, Color, Carat)는 꼭 알아두어야 할 기본 사항이다. 잘 커트될수록 더 많은 빛을 반사해 찬란한 빛과 광채를 발하고 그 가치 또한 높아지게 된다. 완벽하게 투명한 다이아몬드는 매우 귀하다. 내포물이 적으면 적을수록 빛이 통과할 때 장애를 주지 않으므로 다이아몬드를 더 값지게 한다. 무색에 가까울수록 더 귀하고 가치 있다. 색상 등급이 한 등급 올라갈 때마다, 원석의 크기에 따라,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다이아몬드의 무게를 재는 단위. 캐럿은 다이아몬드의 무게를 재는 기준으로 1캐럿은 0.2g의 중량과 같다. 진주의 가치를 결정하는 6가지 요소는 광택, 층 두께, 질감, 색상, 모양, 크기 등이다. 이너 라이트(Inner light)라고 불리기도 하는 광채는 표면의 반짝임 뿐만 아니라 내부 깊은 곳에서 반사되는 빛까지 포함한다. 핵을 둘러싼 물질이 쌓여서 진주를 형성하는데, 이 층들은 진주가 조개 안에 있는 기간에 의해 정해진다. 흠집이 거의 없는 진주들이 높은 가치를 지닌다. 가장 인기 있는 색상이 핑크 로즈 빛이 도는 흰색의 진주다. 골드 색깔의 남양 진주 또한 매우 희귀하며, 피콕 그린 색상의 타히티 진주는 아주 귀한 진주로 알려진다. 대체로 둥근 원형의 진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 진주다. 진주의 사이즈가 가격을 책정하는 기준이 된다. 큰 진주는 양식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가격이 더욱 비싸다. 진주는 mm 단위로 측정하며, 클래식 아코야 진주는 3.5mm에서 10mm, 남양진주(흰색, 골드, 블랙)는 10mm부터 18mm의 지름을 가진다. <자료제공 : 티파니, 미키모토>©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