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향수공방 ‘비푸머스’의 김보람·문인성 대표 인터뷰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사람의 외모, 성격, 취향이 다르듯 선호하는 향기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고기도 먹어 본 자가 제 맛을 알듯, 자신이 선호하는 향을 처음부터 꿰뚫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나만의 향을 찾는 데에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두 사람, 김보람·문인성 비푸머스 대표를 만나 DIY 향수의 매력에 대해 이야길 나눠 봤다.사진 서범세 기자
[왼쪽부터 김보람·문인성 대표.]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에 위치한 비푸머스(13fumus)는 실력파 조향사 김보람·문인성 대표가 야심 차게 만든 향수공방이다. 이들은 조향 수업 외에도 일본의 겐조나 프랑스의 겔랑, 샤넬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향수 브랜드를 만들고자 향수 재료 선별부터 유통, 블렌딩, 판매까지 한 땀 한 땀 정성을 쏟고 있다. 그들이 이토록 향수 사업에 몰두하는 이유와 포부, 그리고 DIY 향수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문인성(이하 문) 어린 시절 우연히 읽었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를 통해 조향사라는 직업에 매료됐습니다.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선사할 수 있는 향기를 만들고 싶어, 조향사 공부에 매진하며 10년간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김보람(이하 김) 문 대표처럼 저 역시 향수에 관심이 많았고, 좋은 향 맡는 것 자체를 즐기는 아이였어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는데, 관련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나날이 경관, 조명보다 공간의 향이 그 건축물의 중요한 이미지를 결정짓는다는 거였죠. 또한 우리나라 향수 시장에 변화를 주고도 싶었어요. 아직도 대부분 외국 유명 향수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국내 향수가 많지 않거든요. 사람들은 점점 자신만의 향을 원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5년 전 조향사를 공부했고, 현재까지 건축업과 조향사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비푸머스(13fumus)는 어떤 곳인가요.
김 : 비푸머스는 13의 형태를 알파벳 ‘B’로 읽고, 향수(perfume)의 어원인 ‘fumus’의 합성한 단어예요. 당신으로부터 탄생되는 13번째 향이란 의미죠. 여기서 13은 소설 <향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향수의 기본적인 노트 12가지 외의 비밀스런 13번째 노트란 의미를 담아 브랜딩한 셈이죠. 저희는 고객들이 100% ‘나만의 향수’를 만들 수 있도록 조향 수업을 하고 있어요. 조향 커리큘럼은 크게 원데이 클래스와 어드밴스드 클래스가 있고, 이곳에서 100여 가지가 넘는 향료를 섞어 원하는 향수를 직접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저희가 판매하는 레디메이드 제품은 캔들, 디퓨저, 패브릭 퍼퓸, 사셰 등이 있는데, 전부 저희가 직접 조향하고 블렌딩한 향으로 제작됩니다.
사람들이 향기에 매혹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요.
문 : 향이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어떤 향을 맡으면 그 순간의 기억이 떠오른 적 있지 않으신가요. 저희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도 그런 기억 속의 향을 많이 찾고, 또 향을 만들면서 그 순간의 행복을 보존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특성(성격, 체질 등)에 따라 궁합이 맞는 향이 있나요.
문 : 네, 있습니다.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이미지에 따라 추천하는 향이 있는데, 가령 책임감이 강하고, 신뢰감을 주지만 낯가림이 심하고 융통성이 없는 편인 ‘원리원칙, 완벽주의자’형에겐 그린플로럴, 시트러스 등 가벼운 향으로 밝고 활기찬 이미지를 부각하길 권해요. 그와 반대로 호기심이나 창의성이 강한 ‘자유주의자’들에겐 차분한 오리엔탈 계열의 머스크 향, 우디 향이 제격이죠. 특유의 발랄함에 차분함이 더해지거든요.
또한 성격을 한마디로 단정하기 어렵고 변덕도 심하지만, 어떤 일에도 요령 있게 적응하는 분들에겐 지적인 우디 마린이나 시원한 시프레 향이 도도하면서도 활동적인 매력을 발산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인간미 넘치고, 시원시원한 성격에 발랄하지만 고집이 센 분들에겐 귀여운 플로랄, 프루티 플로랄, 플로랄 부케 등의 향으로 자신만의 향을 선택하는 것도 좋을 듯해요.
과거에 비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조향사는 낯선 직업이에요. 조향사가 되기 위해선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하나요.
김 : 아직까지 국내는 민간기관을 통해서만 조향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요. 1년 정도 공부하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 자체는 아주 어렵진 않지만, 이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공부를 해 보시면 알겠지만 깊이 할수록, 더욱 어려워지거든요. 그만큼 조향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준비했으면 해요. 끊임없이 향을 맡고, 암기하고, 조합하는 등등 재료에 대한 깊은 연구와 관리가 철저해야 해요. 아직도 일부 전문적이지 않은 조향사들은 원료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향료를 망가뜨리는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특수 제작된 병을 사용하고, 365일 24시간 최적의 실내 온도를 유지하죠. 기본을 잘 지켜야 좋은 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
[Special]‘비푸머스’ 김보람·문인성 대표 “향, 행복을 나누는 소통의 매개체죠”
[Special]‘비푸머스’ 김보람·문인성 대표 “향, 행복을 나누는 소통의 매개체죠”
[비푸머스 매장 내 진열된 조향 기구들과 향수들.]
이곳에서 조향 수업을 받은 분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요.
문 : 종종 외국인 고객들도 방문하시는데 그중 싱가포르에서 오신 손님이 유독 기억에 남아요. 서로 언어가 달라 기본적인 영어 단어로 소통하면서 수업을 진행했는데, 향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말은 잘 안 통해도 함께 같은 향을 맡고, 그 느낌을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통이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그분이 자신이 만든 향수의 향을 맡더니 만족하셨는지 노래 한 곡을 부르고 싶다고 하셔서 그렇게 하시라고 했죠. 정확한 노랫말은 기억이 안 나지만 노래 중간 중간 ‘너는 빛나는 별이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이런 노랫말이 들렸는데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짠해져서 눈물이 났죠. 향기의 매력이죠.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문 : 비푸머스 아카데미를 통해 대한민국에선 아직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우기 어려운 조향 공부를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전파하고 싶어요. 아카데미를 통해 이론, 실기 등 체계적인 수업을 통해 훌륭한 조향사를 배출하고 싶습니다. 향을 사랑하는 분들이 마음껏 향을 맡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김 : 처음 비푸머스를 설립하게 된 목적은 한국을 대표하는 향 브랜드이자 향에 관한 모든 것을 아우르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서였어요. 일반적으로 향수공방만 운영한다든지, 제품만 론칭하거나 아카데미만 운영하지만 비푸머스는 향과 연관된 이 모든 분야(공방, 제품, 아카데미, 제조)를 아우르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초의 토털 향 브랜드로 향 업계를 이끌고 싶어요. 실제로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향과 협업이 많이 이뤄져요. 지금까지의 협업 경험을 통해 기업 등 향이 필요한 분야에 접목시키고 싶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9호(2021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