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캔들공방 ‘이그주드’의 남주경 대표 인터뷰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향초의 변신은 무한대다. 뜨겁게 녹인 왁스를 어떤 모양과 색으로 구현할지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그리고 그 화룡정점에 ‘향’이 있다. 이 겨울, 당신의 오감을 만족시켜 줄 향초의 세계로 떠나보자. 사진 서범세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향초공방 이그주드(EXUDE)는 ‘물씬 풍기다’, ‘발산하다’는 뜻을 지닌다. 그 이름에 걸맞게 이곳은 많은 것들이 발산한다. 향초가 연소되면서 풍겨나는 향과 연기는 물론, 아름다운 음악 선율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오감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이그주드의 매력은 향초를 만들며 느껴지는 사람과 사람 간 온기다. 약 2시간가량의 향초 만들기 수업 동안 자신만의 향을 찾고 향초를 만들고, 대화를 나누면 흡사 ‘사랑방’에 온 것 같은 착각도 든다. 그 중심엔 양초공예사 남주경 대표가 있다. 남 대표가 말하는 향초의 매력과 다양한 이벤트가 기다리는 2월에 선물용으로 안성맞춤인 향초 선물 가이드를 들어봤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타지에서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저 역시 낯선 환경과 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심신이 지쳤던 것 같아요. 그러다 우연히 향초 선물을 받았죠. 어두운 방 안에서 초에 불을 붙이고 가만히 보면서 향초 끝 심지에서 새어나오는 따뜻한 색감의 빛과 온기, 은은한 향을 차분히 맡던 그 순간이 스스로에게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 뒤로도 종종 향초를 피며 재충전을 하곤 했는데 향초를 사용하면 할수록 이런 경험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느꼈으면 좋겠더라고요.

제가 직접 만든 향초로 누군가에게 행복과 위로를 주고, 그 기분을 나누고 싶었죠. 그래서 장기간 근무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향초 관련 공부를 시작했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 연희동에서 ‘이그주드’를 운영하며 향초 수업 및 향초 관련 제품들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향기에 매혹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요.
“향기는 코의 후각신경을 통해 뇌의 변연계에 전달돼 감정과 기억,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향기에 따라 상대방이나 사물들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고 호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죠.

또한 자신이 좋아하고, 편안하다고 느끼는 향기가 나는 제품이 개인 공간 안에서도 은은하게 스며들어 좋은 기억을 언제든지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 향기가 가진 큰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향기는 나를 표현하고, 상대방을 떠올리기에도 좋은 수단이며 기억 속에 스며들어 그 어떠한 자극보다 강하게 존재감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매혹적이죠.”

아로마테라피(aroma therapy)라는 말처럼 향은 사람의 심신 건강의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아로마테라피’라는 말 그대로 해석해 보면 향기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며 흡입법, 습포법, 확산법, 목욕법, 마사지법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향을 접하며 심신에 도움을 줍니다. 여러 방법 중 왁스에 아로마오일을 녹여 향초를 만들어 사용하게 되면 공기 중에 확산된 향을 흡입하면서 테라피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방법은 심적으로 불안하거나 안정이 필요한 상황, 기분의 전환이나 활력이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도움을 주며 감정 조절에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남주경 대표가 제작한 아기자기한 향초들.]

예를 들면요.
“가령, 예민하거나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내는 분은 라벤더 오일과 네롤리 오일, 샌달우드 오일을 사용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마음의 진정을 도와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게 해 줘요. 정서적 불안으로 깊은 우울감에 잠긴 분들에겐 베르가모트 오일이나 재스민 오일, 제라늄 오일을 사용해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기분을 건강하게 만들며 자신감과 긍정적인 기분을 끌어올려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다만, 향을 잘 사용하게 되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게 되지만 사용하기 전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오일인지, 나의 가족과 소중한 반려동물에게 해가 가지 않는 오일인지 충분히 알아보고 사용하길 강조합니다.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분들은 아로마테라피를 주의해야 하고 임신 중(특히 초반) 아로마오일 사용은 금지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질환이 있는 분은 충분히 아로마의 효능이나 부정적인 기능을 숙지한 후 사용하고 적절한 양과 방법을 통해 사용하길 당부합니다.”
[연희동 이그주드 내부 모습들.]
다양한 이벤트가 있는 2월, 향초 어떻게 선물해야 할까요.
“선물을 받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선물하는 상황이나 사용하는 분에게 어울리는 향초를 선물한다면 더욱 감동적인 선물이 될 수 있죠. 우선, 2월의 기념일을 떠올리면 밸런타인데이를 빼놓을 수 없는데 사랑하는 연인에게 향초를 선물한다면 평소에 상대방이 좋아하는 향을 선택하는 것도 좋겠지만 상대방의 이미지나 분위기에 맞춰 선택한다면 더욱 의미 있는 선물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차분하고 세심한 연인에게는 샌달우드나 시더우드같이 은은하고 중후한 우디 계열이 적절히 조향된 향이나 머스크, 엠버 같은 애니멀릭 계열의 포근한 향이 들어간 향초를 추천해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어 주는 연인에겐 시원하고 풋풋한 느낌을 줄 수 있는 허브나 시트러스 계열의 향과 사랑스러움을 더해 주는 라일락과 뮤게, 네롤리, 프리지아 같은 가벼운 꽃 향을 권합니다. 졸업과 다가오는 입학을 축하하고 싶은 학생들에겐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유칼립투스나 로즈마리, 솔잎 등 에너지 넘치는 향이나 맡기만 해도 기분이 밝아지는 달달하고 상큼한 자몽, 무화과, 배, 베리 같은 프루티 계열의 개성이 강한 향이 들어간 향초가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우울함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향도 있을까요.
“아직까지 우리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코로나19로 인해 우울함을 느끼는 분들에게는 방에서 느끼는 행복한 여행지의 향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최근 손님들 중 과거 좋았던 여행지의 향을 만들어 가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푸른 바다와 백사장이 떠오르는 허브와 시트러스를 적절히 조합한 시원한 향이나 큰 나무가 어우러진 깊은 숲속에 들어와 삼림욕을 하는 기분을 내는 맑고 깨끗한 향, 이국적인 여행지에서 느껴 본 오리엔탈 계열의 향신료나 묵직한 일랑일랑, 재스민 꽃 향이 더해진 신비로운 향의 향초를 선물한다면 향초에 불을 붙이는 순간 여행지에서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우울함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남 대표님처럼 양초공예사를 꿈꾸는 분들에게 ‘이런 점은 주의하라’고 하고 싶은 것은요.
“향초는 겉보기엔 예쁘지만 만들기까지 정말 변수가 많아요. 왁스의 종류, 아로마오일의 양, 주변 환경의 온도, 습도 하나하나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거든요. 무엇보다 왁스가 굳기 전까지는 결과물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 그리고 자칫 결과물이 실패해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아참, 간혹 양초공예사들은 으레 미술이나 공예 전공자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아요. 미적 감각을 타고난 분들보다는 향초를 많이 사용했거나 향 자체를 좋아해서 시작한 분들이 더 많답니다.”
[향초를 만들 때 사용하는 아로마 오일과 색소들]

앞으로 계획과 꿈이 있다면요.
“향초 외에도 디퓨저, 인센스(incense: 향, 특히 종교 의식에 쓰이는 향료) 등 향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해 보고 싶긴 해요. 물론, 아직은 향초에 집중하고 싶은데, 기회가 있으면 더 확장하고 싶어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9호(2021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