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기업도 투자도 변한다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사진 필름 시대를 대표하던 ‘코닥(Kodak)’이라는 필름 회사가 있었죠. 1888년에 설립돼 13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이 회사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자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주저앉습니다. 코닥은 결국 사진 필름 사업을 접고 인쇄기와 특수 필름 사업에 집중했고, 최근에는 미국 정부 자금을 대출 받아 코닥 파마수티컬즈라는 제약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대의 변화를 잘 읽어야 기업의 지속 성장이 가능합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신 투자 트렌드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최근 투자 트렌드를 넘어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입니다.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는 말이죠.

ESG는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풀린 풍부한 유동성을 ESG 투자가 빨아들이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죠. 글로벌 펀드 평가사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인베스코 솔라 상장지수(ETF)’로 무려 240%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이 펀드는 맥글로벌태양광에너지지수(MAC Global SEI)를 추종합니다. 이처럼 지난해 미국 주식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 상위 5개 중 3개가 친환경 에너지 관련 펀드일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합니다.

국내 시장도 ESG는 뜨거운 테마입니다. 삼정KPMG에 따르면 지난해 5000억 원 이상의 국내 대형 인수·합병(M&A) 중 40% 이상이 ESG와 관련된 것으로 집계되는 등 기업과 투자 모두 그 열기가 뜨겁습니다. 이제 ESG는 단순한 투자 테마를 넘어 기업의 지속 성장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핵심 가치로 높게 평가 받는 분위기입니다.

더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청정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더욱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모든 금융사에 ESG 관련 공시를 의무화할 전망입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고스란히 국내 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에 한경 머니는 2월호 빅 스토리 ‘ESG 열풍, 금융권 현주소는’에서 최근 ESG 경영과 조직을 가다듬고 있는 국내 금융권의 분주한 모습을 소개하고, 이들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비전을 담아 보았습니다. 또한 ESG 투자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투자 포인트를 짚어 보며, 향후 10년 미래 투자의 방향성도 제시해 봤습니다.

더불어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장기간 거리 두기의 피로감을 달래 주기 위해 다양한 스페셜 기사도 마련했습니다. 스페셜 ‘추억의 매개체, 향기의 힘’에서는 마음과 기억을 전하는 선물로서의 향기를 조명하고, 스페셜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관종이 뜬다’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지나친 욕구’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관종’이 어떻게 시장의 마케팅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지를 소개합니다.

눈 쌓인 땅 밑에서 웅크려 있는 씨앗들은 지금도 말없이 따뜻한 봄을 준비하고 있겠죠. 집콕에 거리 두기, 한껏 웅크려 있는 우리들의 봄도 이제 곧 희망의 새싹을 틔울 것입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9호(2021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