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정보 주권 시대, 마이데이터 본격화
미래 산업 마중물로 불리는 마이데이터 산업이 8월 본격 개화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산업에서 데이터를 수집, 축적하고 유통해 새로운 융합 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 구동형 사회 진입을 앞뒀다. 마이데이터는 소비자가 자신의 신용정보나 금융상품을 자유자재로 관리할 수 있는 이른바 ‘포켓 금융(pocket finance)’을 의미한다. 소비자 정보 주권 시대의 개막이다.

마이데이터 속속 준비하는 금융권
한국에 앞서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데이터 구동형 사회로 진입해 다양한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국 스타트업 플레이스미터(Placemeter)는 데이터를 가공해 뉴욕시 방범 카메라 영상 데이터를 해석해 거리 교통량을 분석한다. 날씨나 여러 이벤트 변수와 교통량을 연결해 ‘몇 시간 후, 어디에 사람들이 집중되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

시카고시는 거리 범죄율로부터 수질조사 결과에 이르기까지 600여 종이 넘는 데이터를 분석해 공개한다. 31개에 달하는 도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도 상용화했다. 날씨나 쓰레기가 넘쳐나는 장소, 공실 등의 위치를 데이터 융합을 통해 분석한 후 쥐가 발생할 장소를 예측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금융마이데이터와 전문개인신용평가업, 중금리대출, 소액신용대출, 소상공인 컨설팅 등 파격적인 금융서비스가 올 하반기 대거 상용화될 예정이다. 이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은행권은 물론 비씨카드, 신한카드 등 여신전문금융사와 토스, 핀크,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 등이 1차 마이데이터 본인가를 받았다. 현재 2차 라이선스 신청이 진행 중이며 보험사와 증권사, 유통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이 마이데이터 진영에 합류할 것을 예고했다.
소비자 정보 주권 시대, 마이데이터 본격화
마이데이터 허브·중계기관 선정…
권한 대폭 강화

정부는 데이터 산업을 효율적으로 진흥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등 주요 데이터 집적기관은 물론 각 분야별 중계기관을 선정했다. 마이데이터 산업의 핵심은 데이터 유통과 가공, 결합에 있다. 하지만 이종 정보를 결합하거나 유용한 정보로 만들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융합할 수 있는 전산과 정보기술(IT) 인프라가 필수다.

대형 기관의 경우 이를 준비할 수 있지만 국내 상당수 기업은 마이데이터를 융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전무하다. 마이데이터 중계기관이 필요한 이유다.

중계기관은 고객이 마이데이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데이터를 조회할 때 해당 데이터를 중간에서 연결하는 브리지(가교) 역할을 한다. 해당 데이터가 금융기관에서 마이데이터사업자로 직접 가지 않고 중계기관을 거쳐 유통되는 셈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금융기관을 개별로 연결할 경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업무 비효율은 물론 기업 이중 투자는 불 보듯 뻔하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중계기관을 일대일로 연결해 데이터 유통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이 중계기관의 핵심 업무다.
소비자 정보 주권 시대, 마이데이터 본격화
데이터 전문 기관,
역할과 활용 기회 늘려야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행되면 막대한 데이터 유통과 결합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는 곳은 대기업 정도다. 그만큼 산업 진흥에 중계기관 역할은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에 따르면 신용정보 제공·이용자는 정보 주체의 신용정보를 본인신용정보관리 회사에 직접 전송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중계기관을 통해 전송이 가능하다. 중계기관 참여 금융사 등은 공동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시스템을 통해 저렴한 구축·운영 비용으로 마이데이터사업자에게 개인신용정보 전송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개별 API로 구축할 경우 막대한 고비용 자금은 물론 모든 금융사 등의 API 시스템에 별도 계약을 거쳐 연동해야 한다. 반면 중계기관을 거치면 공동 분담으로 비용이 책정되고 통합 API 형태로 기업이 손쉽게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금융기관이 API 구축 운영에 따른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중계기관을 늘려 효율적인 데이터 유통을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데이터 유통이 본격화할 경우 트래픽은 급증하고, 서버 증설에도 엄청난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여기에 모니터링 시스템과 빌링, 보안 관련 추가 개발 비용을 더하면 개별 기업이 쏟아 부어야 할 돈은 천정부지로 오르게 된다. 아울러 중계기관을 거치지 않을 경우 상당수가 중복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계기관을 이용하면 핀테크 기업과 대형 금융사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된다. 신용정보법상 중계기관은 중소형 금융사 등이 법적 의무사항(마이데이터 사업자 대상 개인신용정보 제공)을 편리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 조치 역할을 부여받는다.

중소형 기업은 중계기관을 이용함으로써 API 시스템을 직접 구축해야 하는 대형 금융사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마이데이터사업자에게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중계기관은 API 시스템을 공동 구축해 종합적인 관리 체계를 갖출 수 있다. 테스트와 실시 과정을 단계별로 지원하고 일정 관리 등을 통해 마이데이터 제공 의무 시점을 준수한다. 중소형 기업별 상이한 여건에 따른 서비스 편차, 민원 등 장애 발생요인을 조속히 제거할 수 있다.

중계기관 활용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이용하게 될 개인신용정보 유통이 적기에 이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여기에 중계기관의 시스템 운영 노하우(과도한 조회량 조정)와 정보보호(이상금융거래탐지 등) 인트라 등을 통해 보다 안전한 정보 제공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글 길재식 전자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