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크·빅테크·핀테크, 명운 건 플랫폼 경쟁
금융사들이 경제주체로 부상한 MZ(밀레니얼+Z) 세대를 잡기 위해 채널 혁신에 돌입한 가운데 메타버스와 가상자산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 금융시장을 놓고 물밑에서 치열한 플랫폼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MZ세대가 경제주체로 부상하면서 한국 금융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다. 디지털 세계에 익숙하고 태어나고 자라면서 디지털 환경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는 세대다. 지난해 기준 가장 구매력이 큰 세대로 부상했다. 이들 세대는 메타버스나 가상자산에 관심을 갖고 재테크와 직접투자를 선호한다. 따라서 시중은행부터 빅테크에 이르기까지 MZ세대를 잡기 위한 금융 채널 혁신에 돌입했다.

변화와 생존 기로에선 금융시장
카메라 필름의 대명사인 코닥은 과거 명성과 노력, 투자비가 아까워 디지털카메라로 의 변화를 거부하다가 2012년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뒤이어 닌텐도, 노키아, 소니도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줄줄이 몰락했다.

현 한국 금융사도 이와 비슷하다. 채널과 조직을 혁신하지 않고서는 MZ세대의 눈높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MZ세대 등장으로 한국 미래 금융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일각에서는 디지털 금융 삼국지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한다. 빅테크와 핀테크, 빅뱅크 진영으로 나뉘어 미래 금융시장 패권을 놓고 플랫폼 전쟁을 벌이고 있다.

빅테크는 카카오, 네이버 등 초대형 플랫폼 기반 기업이 포진해 있다. 핀테크는 토스, 뱅크샐러드 등 신기술 기반의 혁신 스타트업 진영이다. 빅뱅크는 전통 금융사를 뜻한다. KB·신한·우리·NH농협·하나금융 등이다.

이들 진영은 끊임없이 경쟁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 서로 협력 진영을 구축하고 있다. 전통 금융사는 핀테크 진영과 협력해 디지털 전환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핀테크 스타트업은 전통 금융사의 풍부한 자본력과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접목한다.

플랫폼 전쟁에서 승리의 키는 바로 ‘데이터’다. 데이터를 선점하는 진영이 MZ세대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MZ세대 재테크 정보 획득은 온라인 채널이 압도적이다. 2018년에는 친구나 가족, 금융기관 상담 등 전통 방식이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최근 재테크 정보 획득 경로 1위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정보화 시대의 핵심은 데이터로 요약된다. 즉, 데이터 동맹에 성공하는 진영이 미래 금융시장을 독식할 것으로 보인다.
빅뱅크·빅테크·핀테크, 명운 건 플랫폼 경쟁
아마존과 골드만삭스, 디지털 동맹의 힘
이미 이종 기업 간 데이터 동맹은 시작됐다. 아마존과 골드만삭스의 협업 모델이 대표적이다. 양 사는 서로 부족한 데이터를 보강하기 위해 데이터 동맹을 체결했다.

아마존 구매데이터와 골드만삭스의 금융데이터를 결합해 일종의 대형 금융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데이터 동맹으로 약 1억5000만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뒀다.

다양한 금융서비스도 등장한다. 데이터 결합으로 최근 대안신용평가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가 대출 등을 받으려면 금융 정보(신용)를 바탕으로 신용등급이 매겨진다. 종전에는 오로지 금융데이터(이력)로만 평가했다.

반면 대안신용평가는 금융데이터와 비금융데이터를 융합해 평가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종전 신용평가 방식의 오류를 개선할 수 있다. 금융 소외계층이나 사회초년생, 주부 등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효과가 있다.

데이터 컨설팅과 판매 사업도 새로운 미래 금융서비스로 부상했다. 고객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지원을 전문으로 하는 분석 서비스나 전문 컨설팅 역량 및 산업 지식을 결합한 솔루션 서비스, 마케팅 프로모션 활동 기반의 고객 관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마스터카드는 최근 데이터 컨설팅과 판매 신사업을 통해 매출 다변화에 성공했다. 그 외에도 디지털 자산 서비스가 등장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CBDC) 상용화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사가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을 돈이나 금처럼 예치하고, 보관해주는 커스터디 사업이 뜨고 있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등이 전문 기업과 손잡거나 별도 독자 법인을 설립해 커스터디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기업들 역시 블록체인 기술 기반 탈중앙화 금융(Defi), 대체 불가능 토큰(NFT), 증권형 토근(STO) 등의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며 사업을 속속 준비 중이다.

금융권, 메타버스 활용에 총력전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가리키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가상세계다. 최근 금융권이 메타버스 활용에 사활을 걸었다. 현재까지는 회의나 모임 등에 활용하는 수준이지만, 머지않아 메타버스 가상 지점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초부터 KB메타버스 테스트베드를 추진하며 내부 회의뿐 아니라 가상 은행 지점과 고객 상담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조회와 이체 등 기능 중심의 금융 채널은 이제 자산관리 등 정보 중심의 플랫폼으로 역할이 바뀌고 있다. 미래 금융시장에서는 업권 경계 없이 다양한 혁신과 파괴가 벌어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융합을 통한 종합금융 플랫폼을 만든 곳만이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고객, 특히 MZ세대에게 토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만이 금융시장에서 독자생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관리와 지출 관리, 상품 추천, 금융 혜택(포인트 등)을 집적화한 ‘월 플랫폼’ 구현이 생존의 키가 될 것이다.

글 길재식 전자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