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음유시인 고(故) 김현식의 명곡들로 이뤄진 뮤지컬 <사랑했어요>의 주역 가수 겸 배우 고유진을 만났다. 명실공히 국내 최상급 록발라더인 그가 뮤지컬 무대 위에서 그려내는 전설의 음악과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인터뷰①]고유진 "김현식 선배, 명곡들과 조우...한 단계 더 도약"
1990∼2000년대를 풍미했던 록발라드 가수 플라워의 고유진이 가객(歌客) 김현식의 노래를 부른다. 바로, 뮤지컬 <사랑했어요>를 통해서다. 뮤지컬 <사랑했어요>는 세 남녀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김현식의 명곡들로 엮어낸 주크박스 창작 뮤지컬이다.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내 사랑 내 곁에’, ‘사랑했어요’, ‘비처럼 음악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랑사랑사랑’, ‘비 오는 날 수채화’ 등의 음악들을 무대 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시즌에는 원곡의 매력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현대적인 감성의 다채로운 편곡으로 명곡을 변주해 선보인다. 14인조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라이브 연주가 더해져 작품의 감동을 더 배가시킨다. 또한 이번 시즌은 음악이 세상의 전부인 성공한 가수 이준혁 캐릭터를 1996년의 ‘과거 이준혁’과 2021년의 ‘현재 이준혁’으로 나누는 변화를 꾀했다.

고유진은 이준혁의 젊은 시절을 보여주는 ‘과거 이준혁’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다. 무엇보다 그는 존경하는 선배이자 한국 가요계의 전설 그 자체인 김현식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했다. 고유진이 부르는 김현식의 노래는 어떨까. 그의 이야길 들어봤다.

우선 뮤지컬 <사랑했어요>에 캐스팅된 소회가 궁금합니다.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자마자 일사천리로 진행이 된 거 같아요. 김현식 선배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 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거든요. 그 분의 명곡들을 부르는 것 자체가 제겐 영광이죠. 무엇보다 주크박스 형태의 극이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표현할 것들도 많아서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작품 속 준혁은 어떤 인물인가요.
“제가 해석하는 이준혁은 ‘김현식 선배’ 그 자체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선배의 노래 가사들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사랑과 음악이 삶의 전부였던 사람 같아요. 사랑에 있어서 열정적이지만 부끄러움도 있고, 순애보적이었을 것 같아요. 원래 음악하시는 분들 중 그런 면에서는 수줍어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거든요. 선배님도 그런 순수한 사랑을 하신 분이 아닐까 싶었어요.”
[인터뷰①]고유진 "김현식 선배, 명곡들과 조우...한 단계 더 도약"
본인도 사랑에 순애보적인 편이신가요.

“저는 좀 다양하달까요.(웃음) 그때그때 달라요. 사실 어렸을 땐 사랑을 하는 것에 소극적이거나 수줍음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요즘에는 좀 이준혁 같은 면도 생기는 것 같아요.”

작품 속 워낙 좋은 넘버들이 많은 극인데,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아주신다면.
“이번 공연을 통해 김현식 선배님의 숨은 명곡들을 많이 알게 됐어요. 그중 과거 준혁이 부르는 메인송 중에 ‘넋두리’라는 곡이 있거든요. 그 전부터 이 곡을 알고는 있었지만 연습을 하면 할수록 정말 굉장한 곡이더라고요. 선배님이 돌아가시기 전 아픔 속에서 부르신 노래인데 듣다 보면 그 절규가 느껴져요.

그 상황이 되지 않고서는 그런 톤의 음이 나올 수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예요. 저도 그 느낌을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 넘버는 아니지만 극 중 은주가 부르는 ‘사랑할 수 없어’란 곡도 너무 슬퍼요.

원곡은 좀 거친 편인데 은주가 부르는 버전은 굉장히 차분하고, 장면과 어울러져서 더욱 애잔하게 느껴져요. 아무튼 요즘 김현식 선배의 숨은 명곡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이번 작품에서 함께하는 배우들은 어떤가요.
“우선, 장혁이 형의 노래는 굉장한 힘이 느껴져요. 노래마다 그 곡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야 하는데 그걸 확실히 살려내더라고요. 경인이 같은 경우는 연기 베테랑답게 저에게 연기 면에서 도움을 많이 줘요. 무엇보다 경인이가 노래를 무척 잘해서 작업하면서 많이 놀랐어요. 미성에 고음도 잘 올라가더라고요.

김용진 씨도 주목하게 된 후배예요. 음역대가 엄청 높은 건 아닌데 그 음역대 안에서 거침없이 솔직하게 소리를 내는 게 매력적이에요. 올드팝뿐만 아니라 요즘 트렌디한 가요에도 적합한 목소리죠. 뮤지컬은 이번이 처음이라는데 무척 열심히 하고, 잘해요. 그 친구가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인터뷰②]고유진 “올해 말 플라워 새 싱글 나올 것” 으로 이어집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사진 (주)호박덩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