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인식 부족한 리더가 조직을 망친다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조직이든 가정이든 리더십에 있어 자기인식은 핵심적인 요소다. 자기인식이 부족한 경우 조직 구성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또라이’라는 용어는 학술 용어로는 부적절하다 싶지만, 자기인식이 부족한 경우를 ‘또라이’에 비유한 흥미로운 연구자가 있다.

<또라이 제로조직(the no asshole rule)>은 로버트 서튼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의 저서로, 조직 문화와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는 그(또라이)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전염성이 강해 주변 사람마저 또라이로 만들 수 있고,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앗아가며, 원활한 소통을 망치고 퇴직률을 높이는 등 조직에 주는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또라이 감별 설문지도 제시했는데, 특히 두 가지 진단 기준이 중요하다. 첫째는 그를 만나게 되면 기분이 비참해지고 위축되며 자신이 가치 없게 느껴진다. 또 하나는 그는 자기보다 약자인 사람을 타깃으로 정한 뒤 함부로 대하고, 상사 등 파워를 가진 사람에게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약자와 강자를 어떻게 대하느냐의 차이가 ‘또라이 진단’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런데 일시적 또라이 행동은 누구에게나 나올 수 있다. 반성과 변화가 동반된다면 공인 또라이(certified asshole)는 아니다. 공인 또라이는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문제 행동이 고착된 경우라고 정의한다.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성격을 판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인은 자기반성(self-reflection)이 가능한지 여부다. 성격 문제를 가진 사람이 치료를 위해 스스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다. 자기반성 기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나친 자기애(narcissism)의 소유자는 자존감이 튼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은 비난에도 쉽게 무너져버리는 자아를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기 잘못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자기반성이 어렵다. 자신은 항상 완벽하다는 억지에 가까운 방어벽을 만들고 모든 문제의 원인은 타인에게 있다고 비판한다.

직장인 업무 스트레스의 큰 원인 중 하나는 ‘조직의 성공은 내 덕분이고, 실패의 원인은 구성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리더에게 있다. 리더의 태도 탓에 업무 동기는 떨어지고 분노와 자괴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리더들의 특징이 자기반성 기능이 결여돼 남에게 핑계를 돌리는 억지 주장을 강하게 펼치는 것인데, 이를 강한 신념의 표현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사회 조직에 또라이가 침범해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서튼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 갈등과 위기 상황에서 ‘난 잘못 없고 다 남의 탓’이라고 하는 사람은 의심해봐야 한다. 동시에 내 행동도 돌아봐야 한다. 남에게 탓을 돌리는 것은 자기 방어의 본능이기에 남의 탓이 아닌 내 탓이라 할 수 있으려면 꾸준한 자기반성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반성 없는 회복탄력성
자기인식 부족한 리더가 조직을 망친다
‘우리를 죽이지 않는 것은 우리를 강하게 한다’는 철학자 니체의 말은 스트레스의 공격을 받아 마음이 움츠러들었다가도 다시 탄력적으로 회복하는 힘인 마음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설명할 때 인용되기도 한다. 회복탄력성을 근육에 비유하면, 운동은 근육에는 스트레스이지만 꾸준한 운동은 내 근육을 더 탄탄하고 탄력적으로 만들어준다.

그래서 마음의 회복탄력성을 근육처럼 키우는 여러 마음 관리 내용이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수용(acceptance)은 마음을 조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두고 느껴보자는 것인데 마음이 지쳤을 때 멍하니 산책을 하다 석양에 물든 하늘을 볼 때 ‘인생이 다 그런 거지’라는 느낌과 함께 잔잔한 긍정성이 마음에 스며드는 것이 수용을 통한 회복탄력성이 작동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 스트레스에 눌리게 되면 불안, 우울 같은 불편한 감정이 생기고 일에 있어서도 집중력이 떨어지고 업무 몰입도 등이 감퇴하게 된다. 회사 같은 조직 차원에서 명상 클래스 등 수용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이유다. 또한 리더의 자질 중 중요한 요소가 자신감에 기반이 되는 회복탄력성이다.

그런데 과도한 회복탄력성의 어두운 면에 대한 주장도 있다. 우리 마음에는 강력한 자신감을 가진 영웅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강력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사람에게 리더로서 한 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
자기인식 부족한 리더가 조직을 망친다
문제는 과잉 자신감을 가진 리더(overconfident leader)가 무능한 리더(incompetent leader)인 경우다. 과잉 자신감은 헛된 희망 증후군의 원인이 된다. 성취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해 놓고 끝없이 나와 조직을 밀어붙일 수 있다.

객관적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데이터가 나오면 성취 가능한 목표로 재설정하고 거기서 회복탄력성 엔진이 잘 작동해야 하는데, 잘못된 목표를 향해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은 나와 조직의 미래를 망친다.

과잉 확신 리더의 특징적 심리 방어기제가 부인(denial)이다. 부인은 자기반성의 결핍과 연결돼 있다. 만화 주인공의 슈퍼 히어로처럼 자아를 팽창시키고 공격적으로 미래에 대한 예측을 긍정적으로 포장하고 주변의 비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한다.

회사에서 리더를 선정할 때, 또는 정치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 한 표를 던질 때 강한 영웅을 향한 무의식적 동경을 잠시 눌러야 한다. 과잉 자신감이 아닌 자기반성과 합리적 목표 재설정이 가능하면서 적절한 회복탄력성을 가진 리더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글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리더를 위한 멘탈 수업>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