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의 세계 경제 질서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움직일까. 새로운 국제질서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가늠하려면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포스트 팬데믹을 관전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 이 시점에 국제 정세 흐름을 제대로 분석하고, 경보 시스템을 울려 글로벌 위기를 미리 감지해내는 국제금융센터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사상 최악의 바이러스 사태, 끊이지 않는 국제사회의 패권경쟁 속에서 선도적 경보기 역할을 하고 있는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을 한경 머니가 만났다.
“주목할 리스크는 인플레·금리 인상 간 엇박자”
2020년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국제금융센터의 선도적 경보 시스템(LWS)에 적색경보가 울렸다. LWS는 위기가 발생할 때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융지표인데 3월 초부터 시작된 국제금융시장의 폭락세를 미리 감지한 것이다. 곧이어 경제 및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시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도 잇달아 작동했다.

국제금융센터의 경보 시스템이 울리자 정부의 거시경제 부처들도 긴급 상황에 돌입한 시장경제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는 6월 퇴임을 앞두고 있는 최재영 원장은 이러한 위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착시킨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9년에 국제금융센터 원장에 취임하자마자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개편하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조직 개편을 통해 조기 경보 기능에 대한 조직 역량을 갖추고 복합적이면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분석실을 신설했다.

이때 조기 경보 시스템 개편을 단행한 것이 이후에 발생한 코로나19 위기 당시 금융시장의 급변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9년에 설립된 국제금융센터는 국제금융시장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이상징후 포착 시 정책당국에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국가 전반의 위기 관리 능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 원장은 “센터 설립 당시와 비교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양적·질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역동성이 커지는 등 대내외 환경이 크게 변화됐다”며 “현재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경보 체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다양한 위기 감지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주목할 리스크는 인플레·금리 인상 간 엇박자”
다음은 최 원장과의 일문일답.

요즘 시국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나요.
“글로벌 금융시장의 삼각파도(보건·경제·지정학적 분쟁 이슈)가 가장 큰 불안요인입니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5차 파동,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화, 지정학적 불안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다고 해도 새로운 전염성 질병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 과거 스페인 독감에서 홍콩 독감, 사스 등 이번 세기에 팬데믹 출현 시기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또한 미 Fed 통화정책 정상화와 러시아·미국의 무력 충돌 이슈도 우려요인입니다.”

긴축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데 조정 가능성이 있는 자산은 무엇이 있나요.
“유동성 때문에 수익이 높았던 자산들이 유동성을 거둬들이면 가격 하락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빅테크(초대형 성장주) 기업을 비롯한 하이일드채권, 가상화폐, 사모펀드입니다. 초대형 성장주 쏠림현상으로 관련주에 돈이 꽤 몰렸고 수익률도 높아서 빚을 내 투자한 경우가 많습니다. 역으로 보면 문제가 생길 때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보는 자산은 중국 헝다그룹 사태로 드러나고 있는 하이일드채권인데 수익은 높고 신용은 낮은 성격의 상품들입니다. 또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던 가상화폐나 비유동성 자산으로 수익률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시장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글로벌 리스크는 무엇이 있나요.
“가장 우려되는 리스크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간 엇박자 가능성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올해 골디락스 경제를 전망하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인플레 수치가 1980년대 초반대로 치솟으면서 인플레가 최대 화두입니다. 문제는 최근 인플레가 공급망 차질 등 공급측 요인에 기인하고 있어서 통화정책으로 통제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통화정책은 Fed의 뒤늦은 대응이 물가는 못 잡고 경기만 둔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부에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데 어떻게 예상하나요.
“엄밀한 기준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말하는 것은 성장률이 예상보다 둔화되고 인플레가 높아져 있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우려되는 것은 올해 인플레가 강해서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점은 우려요인입니다.”
“주목할 리스크는 인플레·금리 인상 간 엇박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어떻게 예상하나요.
“올해 경제성장률이 4.4%에 달해 지난해(6%)보다는 낮지만 예년(3% 중반)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지난해에 예상한 성장률 전망치(4% 후반)보다 소폭 하향 조정된 수치입니다. 여전히 시장을 억제하는 하방 위험이 많고, 실제 성장 전망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산가격 하락 폭이 커질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요.
“역대급 팬데믹 대응 정책으로 풍부한 유동성이 실물 부문보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시장으로 유입됐습니다. 그동안 자산가격 상승을 견인한 풍부한 유동성과 기업 실적 개선, 미 Fed의 통화정책 등은 모두 나빠질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자산가격이 폭락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상승한 자산가격 분은 조정 과정을 거칠 수 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 자금의 보유잔액이 적정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더 빠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채권 시장은 선제적 금리 인상으로 예방주사를 맞은 상황에서 자금 유출 가능성은 제한적입니다.”

올해 국제금융센터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는 무엇인가요.
“올해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준비하는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해 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 과정에서 위드 코로나 성공 여부, 정책 정상화 스트레스 극복 여부, 공급망 리스크, 중국 리스크, 유동성 향방, 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 지정학적 리스크 등 7대 이슈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길잡이 역할 외에 올해 어떤 계획이 있나요.
“국제금융센터는 앞으로 지속적이면서 효율적인 조직 운영과 조기 경보 시스템의 보완을 추구하려고 합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정보 수집이 용이해졌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왜곡된 정보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라 좀 더 정제되고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보고서를 내고 단순 모니터링과 감시 역할을 넘어선 종합 분석 전문기관으로 거듭나려고 합니다. 위기 경보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머신러닝과 딥러닝 학습 모형을 활용한 시스템 구축을 위한 만전을 기하려고 합니다.”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국제금융센터 원장(2019.6~)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대통령비서실 기획비서관
기획재정부 재정기획국장
세계은행 시니어 스페셜리스트
미국 미주리주립대학 경제학박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글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