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지질혈증은 고혈압, 당뇨병보다 유병 인구가 많지만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 정부의 만성질환 예방관리 정책 역시 고혈압, 당뇨병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이상지질혈증은 동맥경화증의 주범이고,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의 원인이므로 반드시 예방과 관리에 힘을 써야 한다.
한국인 40% 앓는 이상지질혈증...인지도는 '깜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은 바로 ‘이상지질혈증’이다. 한국 20세 이상 성인 10명 중 4명은 이상지질혈증을 갖고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고혈압, 당뇨병과 함께 '만성질환 삼총사'라고 불리는데, 지금까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상지질혈증은 총 콜레스테롤,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한 상태이거나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이 감소한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LDL 콜레스테롤은 심장이나 뇌혈관 질환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나쁜 콜레스테롤로,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을 청소해주는 좋은 콜레스테롤로 부른다. 구체적인 수치는 ▲총 콜레스테롤 240mg/dL 이상 ▲LDL 콜레스테롤 160mg/dL 이상 ▲중성지방 200mg/dL 이상 ▲HDL 콜레스테롤 40mg/dL 미만 중 한 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된다.

이상지질혈증 환자, 고혈압·당뇨병보다 많아
이상지질혈증 환자 수는 고혈압, 당뇨병 환자보다 많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발표한 ‘2020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38.4%로 나타났다. 남성 45.6%, 여성 31.3% 였다. 고혈압 유병률 2018년 기준 남성 33.2%, 여성 23.1%와 당뇨병 유병률 남성 12.9%, 여성 7.9%와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국민건강영양조사).
특히 고혈압, 당뇨병과 달리 이른 나이부터 이상지질혈증을 앓는 환자가 많은데, 20대 인구 5명 중 1명(18.9%)이 이상지질혈증 환자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26.6%는 이미 20대 때부터 지질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다. 40대 인구에서는 절반 이상(53.4%)이 이상지질혈증을 진단받았다. 여성의 경우 40대(21.7%)까지는 전체 평균 이하의 유병률 보이다가 50대(41.0%)부터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약 20%가 이상지질혈증 환자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평생에 걸쳐 지질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심뇌혈관 합병증에 노출된 환자들도 많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인 40% 앓는 이상지질혈증...인지도는 '깜깜'
이상지질혈증, 인식 낮아 더 위험
20대부터 혈중 지질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크게 떨어져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고 콜레스테롤혈증(hypercholesterolemia)을 인식하는 비율이 57.6% 불과했다. 치료를 하고 있는 비율도 48.1%로 더 적었다.
전문가들은 국가 건강검진에 포함된 콜레스테롤 검사 주기가 2년에서 4년으로 바뀌었지만, 이상지질혈증은 매년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지질혈증을 고혈압, 당뇨병과 함께 3대 만성질환으로 통합해 매년 검사하고 치료하면 효과적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학계에서도 매년 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매년 검사하고 치료해야 하지만 실천하는 비율이 낮다. 혈관이 막혀도 특별한 증상이 없고 고혈압, 당뇨병보다 검사가 번거로운 점도 원인이다. 혈압, 혈당은 집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이상지질혈증은 병원에 가서 피를 뽑아 ‘혈액검사’를 받아야 확인할 수 있다.
혈액검사 결과표가 복잡한 것도 문제다. 검진표에는 총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 항목이 많기 때문이다. 지질 항목 가운데 총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은 수치가 낮을수록 좋다. 반대로 HDL 콜레스테롤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수치가 높을수록 좋다.

혈관 질환 고위험군, 약물 치료 적극적으로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받았다면 혈관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우선이다. 주로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스타틴에, 추가로 소장에서 콜레스테롤 재흡수를 억제하는 에제티미브가 사용된다. 특히 에제티미브는 단독 사용보다는 스타틴과 복합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지질혈증 약물은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약을 중단하면 다시 LDL 콜레스테롤이 증가하기 때문에 결국 약물 치료를 다시 해야 한다. 특히 혈관 질환이 있거나 발생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약물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다만 혈관 질환의 위험이 적고, 갑상선 질환 등의 이차성 이상지질혈증은 원인 질환의 교정 또는 생활습관 조절을 잘하는 경우 약물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한국인 40% 앓는 이상지질혈증...인지도는 '깜깜'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