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불공정 제도 개선…코스닥 시장 적극 육성”
“자본시장에 썰물이 빠지면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올해 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해결할 예정입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한경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공모가 부풀리기 관행, 물적분할 이슈, 경영진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으로 인한 주주들의 불만 등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며 “제도 개선으로 옥석 가리기를 통해 시장 전반을 재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여파로 주식시장 부진이 이어지는 등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자본시장 불공정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자본시장의 맏형인 거래소가 현재 상황을 방관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하며 위기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취지도 엿보인다.

그가 시장에서의 제도 개선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거래소가 문제점을 적극 개선해 놓으면 다시 시장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현재 시장은 숨고르기 타이밍”이라며 “지금처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거래소가 직접 나서서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1989년 행정고시(33회)로 공직 생활에 첫발을 디뎠다. 그간의 경력을 보면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정경제부, 세계은행(WB)을 거쳐 기획재정부에서 국제금융국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과장, G20기획조정단장을 지냈고,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서비스국장과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을 거쳐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임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평을 받고 있다. 취임 이후에 직원들과 토크콘서트를 열거나 소규모 미팅을 자주 만드는 등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Interview]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불공정 제도 개선…코스닥 시장 적극 육성”
“투자자 보호·코스닥 시장 육성 원년…KRX 전문성 사업화 전개”
손 이사장은 거래소가 자본시장 핵심 플레이어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자본시장의 체력을 키우고 선진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 투자자 보호와 시장 육성을 위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컸던 공모가 부풀리기, 물적분할 후 모자회사 동시 상장,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시장 내 불공정한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선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코스닥 시장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코스닥 시장이 ‘유가증권 시장의 2부 리그’라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나스닥 시장과 같은 차별화된 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해 시장구조를 전면 개편한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는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한 해가 되면 좋을 것”이라며 “미국 나스닥 시장의 테슬라나 애플이 다른 시장으로 이전 상장하지 않는 것처럼 코스닥 시장도 정체성을 대표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최근 코스닥 상장 종목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을 모아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라는 별도 시장을 개설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코스닥 상장 기업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고, 기업 선정 기준 마련과 시장 운영 가이드라인 작성을 위한 기초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손 이사장은 거래소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외연과 내연 확장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대체거래소(ATS)의 등장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KRX의 제도, 인프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거래소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시스템을 잘 활용해 정보 사업, 인덱스 사업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Interview]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불공정 제도 개선…코스닥 시장 적극 육성”
다음은 손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많이 위축됐다. 제도 개선을 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시장은 지난 1~2년간 좋았다가 최근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시장에 밀물이 왔다가 썰물이 빠지면서 좋지 않은 모습들이 드러나는데 올해는 그 부분을 개선하는 한 해로 삼겠다. 자본시장이 어려워졌지만 질적 성장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빨리 만들어야 시장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거래소는 그동안 투자자들의 불만이 제기됐던 공모가 부풀리기 관행, 물적분할 후 모자회사 동시 상장, 상장 직후 경영진 스톱옵션 행사 등의 제도 개선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한국 증시가 외형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내적으로는 선진 시장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이번에 거래소가 저평가 해소 방안을 위해 불공정 이슈들을 개선해야 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도 외환자유화와 외국인에 대한 투자등록제도 등 기준이 충족된다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한국 증시가 재평가되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공매도 역시 일정 부분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가격 발견 기능, 주가가 부풀려졌을 때 유용한 투자 전략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공매도 제도 역시 언젠가는 정상화돼야 한다고 본다.”

상장제도에 변화가 있나.
“기술특례상장에 대해선 자격이 안 되는 일부 기업들이 상장이 되면서 투자자 보호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전문 기업의 지원 정책을 시행했는데 효과를 봤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에는 기존에 바이오 기업의 비중이 컸는데 최근 1~2년 사이에 바이오 쏠림현상이 완화됐다. 그 결과 데이터 솔루션이나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업종군에서 좋은 기업들이 상장했다. 현재 바이오 대 비바이오 기업이 3 대 7로 바뀌었다. 테슬라 요건 상장 유치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이 외형적이면서 계량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미래성장성과 기술을 갖춘 기업들을 골라낸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큰 제도다.”

부실화 우려가 있는 기업들의 상장 폐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있나.
“상장 폐지에 대한 문제는 기업, 투자자 등 각자 처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 결정할 수 없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업심사위원회나 코스닥 시장위원회를 통해 객관적이면서 신중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기업 정상화와 투자자 보호를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거래소는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장기간 매매 정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선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원자재 ETN 등에 투기 자본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 자산관리 상품의 건전화 계획이 있나.
“원유 ETN은 유가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하는 투기적 관점 때문에 인버스 상품에 자금이 쏠리고 있다. 개인의 투자 행위에 대해 개입할 순 없지만 상품에 대한 위험성은 충분히 고지할 생각이다. 더불어 대체 가능한 투자 옵션을 많이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ETF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생각이다. 전체 시가총액 대비 ETF 비중으로 따지면 일본은 8%가 넘고, 미국은 13~14%, 영국은 17% 정도인데 국내 ETF 시장은 2.9%로 시장이 커질 수 있는 여력이 매우 높다. 거래소는 다양한 상품 라입업 구성을 위해 액티브 ETF와 테마형 ETF 출시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ATS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데 거래소의 입장은.
“거래소는 내년부터 차세대 시스템 (EXTURE-X)을 가동하는 만큼 ATS와의 경쟁에서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없다. 다만 거래소는 ATS와의 경쟁에 앞서 동일 기능과 동일 규제 원칙을 강조하고 싶다. ATS만 특별히 예외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투자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고 시장 간 건전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ATS가 가동되면 시장 감시나 공시 등의 업무는 거래소의 영역인 만큼 역할이 커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거래소의 ESG 활동과 향후 계획은.
“거래소는 ESG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판단을 제대로 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SG와 관련해서 투자자들에게 알기 쉬우면서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와 플랫폼을 개설했는데 상장사의 ESG 공시 확산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는 자산 규모 1조 원 이상 기업에 대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공시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자본시장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거래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거래소는 자본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핵심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이 많다. 투자자 보호와 공정하고 건전한 시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물론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는 주주권리 보호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앞으로 자본시장의 변화에 따라 거래소도 외연적인 측면에서 역할이 확대될 것이다.”

내년 말까지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올해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을 회복시키는 한 해로 삼고 싶다. 코스닥 시장이 유가증권 시장의 2부 리그로 인식되지 않고 미국 나스닥 시장과 같이 차별화된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장구조를 개편할 예정이다. 나스닥의 테슬라나 애플이 이전 상장하지 않는 것처럼 코스닥 시장도 차별화된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라는 별도의 시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손병두 이사장은…
2020년 12월~현재 한국거래소 이사장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G20기획조정단장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국제금융과장
국제부행개발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 서기관

글 이미경 기자(esit917@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