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로 잘 알려진 덴마크의 뱅앤올룹슨이 서울 강남의 압구정 플래그십 스토어를 리뉴얼 오픈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뱅앤올룹슨 비스포크 프로그램’이다. 때마침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오스테가드 포울슨 뱅앤올룹슨 수석 부사장을 만났다.
[Interview] "뱅앤올룹슨, 한번 알게 되면 사랑에 빠지는 브랜드죠"
- 한국 방문 목적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압구정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얼 오픈 일정에 맞춰 방문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중요한 매장이다. 이곳에서는 뱅앤올룹슨의 전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구매 상담과 사후관리(AS)에 이르는 원스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뱅앤올룹슨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한국 소비자에게 직접 소개하고 싶어 방문하게 됐다.”

- 직접 매장을 둘러본 소감이 어떤가.
“뱅앤올룹슨은 고객 체험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압구정 플래그십 스토어의 경우 오프닝 하우스처럼 꾸민 커다란 창과 누구든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매장 구성,여유롭게 뱅앤올룹슨만의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는 ‘베오리빙룸’까지 인테리어에 우리가 늘 강조해 온 ‘환대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들었다고 생각한다. 커피 바가 있어 카페에 온 듯 편안한 분위기에서 청음이 가능한것도 장점이다.”

- 뱅앤올룹슨은 여느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에 비해 일찌감치 한국에 진출했다.
“한국은 뱅앤올룹슨의 8대 포커스 시장 중 하나다. 그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앞으로 가능성과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데 있다. 특히 럭셔리 분야가 그렇다. 한국의 프리미엄 제품 시장 규모는 글로벌 기준에서도 매우 큰 수 준이다. 더욱이 최근 한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한국 소비자는 섬세한 안목을 지녔으며, 판단력도 뛰어나다. 어느 항목에 포커스를 두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시장 잠재력에서만 본다면 한국이 단연 톱1 시장이라 말하고 싶다. 따라서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 비스포크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TV와 라우드 스피커 등 뱅앤올룹슨의 일부 제품을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해주는 서비스다. 색상은 물론 소재 역시 목재와 알루미늄, 패브릭과 가죽 등으로 특별 제작할 수 있다. 또한 벽 고정형 무선 스피커 ‘베오사운드 쉐이프’의 경우 모양과 크기를 고객이 직접 디자인할 수 있다.무엇을 상상하든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방식으로 구현해낸다.”

- 유럽과 미국의 일부 매장에서 이미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론칭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거나 ‘까다로웠던’ 주문은 무엇이었나.
“기억에 남는 주문이 몇 있다. 보석 세공이라든지 매우 희귀한 목재를 찾는 고객 등이다. 자신의 람보르기니 차량과 동일한 카본으로 비스포크를 주문한 고객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고객을 만족시켰다는 점이다.

- 뱅앤올룹슨 제품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회사 창립 때부터 늘 강조해 왔다. 1930~1940년대 발표한 제품에도 디자인적 요소가 많이 포함돼 있을 정도다. 뱅앤올룹슨의 디자인 철학은 항상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부 디자인팀이 있는 게 아니라, 제품에 따라 적합한 외부 디자인팀과 작업 하고 있다. 일례로 2012년부터 제품 디자인에 참여한 디자이너는 원래 가구 디자이너였는데, 우리와 협업하며 처음으로 정보기술(IT) 제품을 디자인했다. 이외에도 조명·산업디자인·건축 디자이너도 참여하고 있다.”

- 디자인이 빼어나서일까. 뱅앤올룹슨의 성능이나 음질에 대해 의심하는 눈초리도 일부 있는데.
“음향은 와인과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모든 사람이 좋아하지 않듯, 개개인이 느끼는 좋은 소리 역시 매우 주관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뱅앤올룹슨의 제품 철학은 음악을 만든 아티스트가 의도한 원음 그대로를 청취자에게 전달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위해 수만 번에 이르는 ‘가혹한’ 테스트를 거친다. 집 안에 있을 법한 물건을 활용해 음악 청취 시 발생 가능한 거의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뱅앤올룹슨에 제로 톨러런스, 즉 사운드 퀄리티와 하드웨어의 품질에서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 10점 만점에 10점, 100점 만점에 100점이 아니면 만족하지 않는다.”

- ‘브랜드 이미지’라는 말이 있다. 고객이 뱅앤올룹슨 하면 어떤 ‘그림’을 떠올리길 원하나.
“음, ‘러브 브랜드’라고 말하고 싶다. 한 번 알게 되면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그런 존재. 실제 뱅앤올룹슨의 브랜드 철학은 고객이 어디에 있든 그곳에 스며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디오도 만들지만 헤드폰과 게임 헤드셋도 만든다. 또 아우디, 벤틀리, 제네시스 같은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와도 협업을 한다. 고객에게 독창적 경험과 서비스를 전달하고 싶고, 더 나아가 그걸 가장 잘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 현대사회는 4차 산업 시대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뱅앤올룹슨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뱅앤올룹슨은 머신 러닝(인간의 학습 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기술 및 기법)에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덴마크 본사에는 무소음 공간 등 세계적 규모의 R&D 연구소를 갖췄으며, 인재 역시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현재 판매되는 뱅앤올룹슨 제품 상당수에 이미 앞선 기술을 대거 적용했는데, 가령 현재 환경에 가장 최적화된 사운드를 맞춰주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 앞으로 뱅앤올룹슨은 한국 고객에게 어떤 놀라움과 감동을 줄 것인가.
“한국 시장의 경우 젊은 고객이 많은 편이지만, 유럽은 1960~1970년대 구입한 제품을 지금까지 소장 중인 고객이 많다. 우리는 이런 고객에게도 언제든 AS를 제공한다. 제품 판매뿐 아니라 평생 서비스도 우리 브랜드가 제공할 수 있는 고유의 가치다. 많은 홈 엔터테인먼트 브랜드가 1년에도 수차례 신제품을 출시하지만, 우리는 그걸 역행하고자 한다. 미래를 염두에 두 고 디자인을 하면서 어떻게하면 제품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 대물림을 말하는 건가.
“정확하다. 사실 유럽에서는 뱅앤올룹슨이 오래되고 유명한 브랜드이기에 대물림 하는 경우가 특별한 케이스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고객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오랫동안 함께하는 브랜드로 남고 싶다.”

- 2022년 한국 시장에서의 목표는.
“얼마 전 발표한 분기 실적에서도 한국의 성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한국 시장의 성장률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 성장률 22%보다 높은 28%를 달성한 것이다.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것 이라고 자신한다. 앞으로도 한국 소비자에게 몰입감 있는 제품 경험을 선사하겠다."




글 이승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