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분산원장 기술을 사용해 데이터를 여러 저장소에 기록하고 네트워크 참여자가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정보 투명성을 제고하고 위·변조를 방지해 거래의 신뢰를 높이는 차세대 기술이다.
분산원장 기술이 갖는 혁신성은 한번에 여러 곳의 금융 거래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 크로스체인 기술이 블록체인 상호 운용성을 촉진하고, 서로 다른 프로토콜에 구축된 체인이 결제 처리 공급망을 관리하는 등 업무와 산업 전반에 혁신을 촉발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핀테크 업계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좀 더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전문성이 핀테크 서비스 활용의 척도가 되는 셈이다.
블록체인은 이미 많은 국가와 산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도입되고 응용 범위와 대상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경제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 블록체인은 핵심 인프라이자 새 수익 성장을 이끄는 플랫폼으로 각광받고있다.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참여자의 73%는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조직이 경쟁우위를 상실할 것으로 우려했다. 76%는 향후 10년 내 디지털 자산이 명목화폐를 대체하는 등 종이돈의 종말을 예상하기도 했다. 경제 목적의 화폐가 디지털 자산으로 전이되는 시간이 상당히 빨리 올 수 있다는 말이다.
핀테크 업계 경쟁 격화
아직 핀테크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이 완벽히 녹아 있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완벽한 핀테크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실증화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수준이다.
실증화 작업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와 BASS 시장을 주목한다. 다른 기업이 블록체인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시장이다. 코딩 지원이나 호스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많은 시스템 통합(SI) 기업과 보안, 인증 후방 시장도 덩달아 열리고 있다.
둘째가 공급망, 추적성, 프로방스 영역이다. 공급망이 매우 복잡해짐에 따라 기업들은 공급망 솔루션에 블록체인을 융합해 현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기업의 경우 공급망 전반에 걸쳐 제품을 더 잘 추적하고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단일 진실의 원천’으로 블록체인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셋째가 청산과 정산 분야다. 핀테크 기업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다. 금융자산을 거래할 때 자본시장에서 채권 지분이나 기타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많은 당사자들은 거래를 완료하고 해결하기 위해 관여를 할 수밖에 없다. 반면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결제 비용을 대폭 줄이고 관여를 최소화할 수 있다. 관여가 최소화된다는 것은 그만큼 부정이나 비위 활동을 차단할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블록체인 솔루션을 구축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은 30종에 달한다. 가장 선호하는 분산원장 기술은 하이퍼레저 패브릭(hyperledger fabric)이며 이더리움, 쿼럼이 그 뒤를 잇는다. 대표적인 핵심 기술을 살펴보자. 우선,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하이퍼레저 패브릭 리눅스 파운데이션이 주도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모듈형 블록체인 프레임워크로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플랫폼 표준이라고 보면 된다. 권한이 없는 개방형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 거래와 기밀 계약을 지원하는 확장 가능하고 안전한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거의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
둘째가 이더리움이다. 스마트 계약을 구축하고 실행하기 위한 오픈소스 분산 플랫폼으로 불린다. 대중화도 쉽다. 이더리움은 누구나 분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 이더리움 글로벌 분산 네트워크 덕분에 디앱은 중단 시간, 검열 사기 또는 타사 간섭 가능성이 전혀 없다.
셋째가 쿼럼이다. 퍼블릭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혁신과 기업 니즈를 지원하기 위한 개선 기능을 결합한 오픈소스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2017년 JP모건체이스가 표준을 주도했다. 이 플랫폼은 기업고객에 이더리움의 허가된 구현을 제공한다. 거래나 계약 개인정보보호, 즉 은행 및 금융 서비스 회사를 위한 앱 구축과 도구를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코다가 있다. 기업이 서로 엄격한 개인정보보호 속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허가된 프라이빗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규제가 심한 업종을 위해 개발된 코다의 고유한 개인정보보호 모델을 통해 기업은 플랫폼에 구축된 앱을 사용해 고부가가치 거래를 안전하고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블록체인의 경제적 통용성, 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활용 가치에 따라 핀테크 경쟁력이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메타(옛 페이스북)가 민간 주도의 글로벌 결제통화인 리브라(Libra) 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감독 당국이 비상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특히 핀테크가 발달하고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가 지급결제 수단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 현금 사용이 감소하면서 CBDC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와 각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CBDC 발행에 대한 연구·개발(R&D) 및 관련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CBDC는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화폐를 뜻한다. 이용 목적에 따라 모든 경제주체들의 일반적인 거래에 사용되는 소액결제용 CBDC와 은행 등 금융기관 간 거래에 사용되는 거액결제용 CBDC로 구분된다. CBDC는 전자적 방식으로 구현됨에 따라 현금과 달리 관련 거래의 익명성을 제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책 목적에 따라 이자 지급, 보유 한도 설정, 이용 시간 조절도 가능하다.
CBDC 구현 방식은 중앙은행 또는 은행이 CBDC 계좌 및 관련 거래 정보를 보관·관리하는 단일원장 방식(계좌 방식)과 다수의 거래 참가자가 동일한 거래 기록을 관리하는 분산원장 방식으로 나뉜다.
해외에서는 이미 CBDC에 대한 연구가 상당 부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에콰도르, 우루과이 등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금융 포용 제고를 목적으로 CBDC 시범 발행을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스웨덴, 중국 등이 현금 이용 감소, 민간 디지털화폐 출현에 대응해 발행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CBDC 발행이 구체화 되면서 긴장하는 곳은 지급 서비스 산업이다. CBDC가 도입될 경우 우선 송금 서비스 부문에서는 CBDC와 은행의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뱅킹, 전자금융업자의 간편송금 서비스 간 경합이 불가피하다.
CBDC 발행은 중앙은행 업무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CBDC 발행 검토 시 이들 영향과 관련해 법적 쟁점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CBDC 발행 시 신용 리스크가 줄어들고, 현금에 비해 거래 투명성이 높아지며, 통화정책 여력이 확충되는 등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화되고 금융시장의 신용 배분 기능이 축소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 중앙은행으로의 정보 집중에 따른 개인정보보호 및 마이너스 금리 부과 시 재산권 침해 문제 등 법적 이슈가 제기될 수 있어 제도 설계 단계에서 이러한 점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 중국 등 선진국은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CBDC 상용화에 나섰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금융 포용 차원에서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중앙은행의 86%가 CBDC 관련 연구나 개발, 혹은 실험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CBDC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선, 차세대 거액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분산원장 기술 기반 도매용 CBDC다.
둘째가 현금 없는 사회에 대비한 소매용 시장이다. 한국도 CBDC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017년부터 관련 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지난해 8월,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CBDC 발행과 유통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6월 모의실험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블록체인 규제가 완화되면서 CDBC는 핀테크 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주요 국가의 CBDC 경쟁력을 살펴보면 중국이 미국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다. 실제 환경에서 CBDC 시범 운영을 실시한 곳은 중국이 유일하다. 중국은 2020년 4월부터 진행하는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업에 중앙은행과 은행으로 구성되는 2단계 체제로 사업을 확장했다. 은행 참여를 통해 현금을 쉽게 CBDC로 교환하고 은행의 금융 중개 기능 약화도 억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CBDC를 신속히 도입하는 것보다 제대로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망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기존 금융 생태계를 중심으로 공공·민간 영역의 연계를 통한 CBDC의 양방향적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 매사추세츠공대(MIT)와 공동으로 CBDC 프로토타입을 설계 중이다.
일본은 엔화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확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쓰비시 은행을 비롯한 3대 대형 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신탁, 우체국 은행 등 금융권과 NTT그룹, JR동일본, 미쓰비시 상사 등 70개 이상 기업이 참여해 은행 예금을 기반 자산으로 삼아 디지털 통화를 발행하고 이를 기업 간 송금이나 대규모 결제 등에 적용할 수 있을지 실험에 나섰다.
글 길재식 전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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