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BIZ / CEO 리얼토크

김덕준 로보케어 대표
최근 한 통신사 광고에서 인공지능(AI)과 노인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단순한 AI를 넘어 불편하거나 외로운 사람들의 실생활을 돕는 로봇이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TV 속에서나 가능해 보이던 이런 일들을 현실로 옮기는 기업이 바로 로보케어다.
"고령인구 증가...로봇케어가 답 될 것"
로보케어는 한국과학기술원이 대한민국 로봇기술개발 프런티어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2년 10월 제1호 기술출자기업으로 설립한 회사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약 1000억 원이 투입돼 국가 로봇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반도체 장비 회사인 GST가 2015년 10월에 인수해 본격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판매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란 고령자 및 치매 위험이 있는 어르신들을 돕기 위한 첨단 장비다. 발달장애 어린이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국내 유일무이 휴머노이드 시장에 뛰어든 로보케어의 김덕준 대표를 만나 성장 가능성과 향후 포부를 들어봤다.

로보케어의 비전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리 회사는 치매 극복 선도 기업 선정, 고령친화 선도 기업, 대한민국 로봇 기업 선정, 정보통신 발전 국무총리상 등을 다수 수상하며 기술력을 입증해 왔다. 올해는 돌봄 로봇 플랫폼을 자체 개발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반도체 장비 회사가 로봇 기업을 인수한 이유는.
"평소 후손들을 위해 남겨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했다. 그래서 반도체 장비 사업을 시작할 때에도 깨끗한 지구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유해가스를 정화하는 기술로 승부했다.
이제 로봇이라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집약체를 통해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고령화·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돌봄 로봇을 통해 사회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로보케어를 인수하게 됐다."
"고령인구 증가...로봇케어가 답 될 것"
헬스케어 로봇의 종류는.
"헬스케어라고 하면 신체적인 건강을 주로 생각하지만 로보케어는 정신 건강까지 범위를 넓혀 로봇에 적용하고 있다. 크게 고령자를 케어하는 로봇과 발달장애를 케어하는 로봇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 회사의 대표 제품은 ‘실벗’이다. 실버세대의 벗이라는 의미를 담은 휴머노이드 로봇인데 다양한 표정과 행동으로 어르신과 교감 활동이 가능한 로봇이다. 현재 전국 50여 곳의 치매안심센터와 복지관에서 200여 대의 실벗이 인지 교육 프로그램 내 보조교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실벗은 그룹형 교육로봇으로 약 10명의 어르신을 모시고 전문적으로 육성된 강사와 함께 인지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사람과의 교감 활동이 가능한 만큼 어르신과 함께 노래 부르고 춤도 추는 등 교육효과 측면에서도 탁월하고 수강하는 어르신들도 실벗과 함께 놀기 위해 교육에 참여하는 등 다방면으로 재주가 많은 로봇이다.
‘보미1’은 고령자 및 치매 위험이 있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두뇌 향상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뇌 기능 활성화와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는 1대1 개인형 인지 훈련 로봇이다. 코로나19 이후 그룹으로 모이기 어려운 요즘, 치매안심센터에서 보미1으로 인지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한 번 교육을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체 웹 시스템을 운영해 개인별 교육 성과 및 이력을 관리해 매번 교육을 받을 때마다 개인에게 맞춰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곧 출시 예정인 가정용 돌봄 로봇 ‘보미2’는 본격적으로 가정 내 로봇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한 제품이다. 무한한 콘텐츠 확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음성인식, 자율주행, 정서 교감, 응급상황 인식 등 다양한 로봇 기술과 기능이 탑재돼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도리’라는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선별 및 진단, 훈련 로봇을 개발해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는 학교와도 협업해 발달장애를 위한 전문 콘텐츠로 고도화할 계획도 추진 중이다."

휴먼 헬스케어 로봇에 집중하는 이유는.
"고령인구 증가,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사회 곳곳에 소외된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들을 보살필 사람들 또한 많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로봇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발달장애 보호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교육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 로봇 기술과 양질의 콘텐츠 개발을 통해 아이들의 발달 수준을 진단받고 그에 맞는 교육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최근 회사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로봇은.
"앞서 소개한 가정용 돌봄 로봇 ‘보미2'다. 사용자와 로봇 간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콘텐츠가 탑재돼 있어 사용자가 흥미를 느끼고 쉽게 몰입할 수 있다. 또한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돼 밀착형 돌봄 서비스가 가능하며 응급상황 발생 시 보호자에게 위험상황 알림이 가능하다. 차후 헬스케어 디바이스 연동을 통해 수집한 건강 정보 데이터와 사용자의 패턴, 활동량 등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와 콘텐츠를 추천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최근 실적과 투자 현황은.
"2020년까지 영업 적자였다가 지난해 흑자 전환을 했다. 매출의 평균 20% 이상은 연구개발비로 재투자해 기술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

로보케어만의 특허 종류를 소개해 달라.
"등록까지 완료된 특허를 기준으로 얘기한다면 총 23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로보케어 단독으로 출원한 것은 6개, 연구 과제를 하면서 공동으로 등록한 특허 12개, 나머지는 과학기술원으로부터 이전을 받거나 계약을 통해 실시하고 있는 특허들이다. 이 특허들은 그룹형 로봇인 실벗을 활용해 콘텐츠를 실행하는 목적, 보미의 인터랙티브 도구를 활용하는 콘텐츠, 그리고 발달장애를 위한 도리에 활용되고 있다."
"고령인구 증가...로봇케어가 답 될 것"
의료원들과 공동 연구한 성과와 효과는.
"이대목동병원 임상 연구 결과, ‘보미1’을 이용한 반복 훈련으로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인지 기능이 개선됨을 검증했다. 삼성의료원에서 로봇 기반의 인지교육 참여자들과 일반 인지교육 참여자들의 치매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뇌피질 두께의 변화를 측정한 연구에서 로봇 기반의 교육 참가자가 상대적으로 뇌피질의 두께가 더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아주대병원의 임상실험에서는 로봇 기반의 교육 참여자가 기억력과 주의집중력, 그리고 집중력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 호전 효과를 봤다."

치매 로봇에 이어 교육 로봇에 주력하는 이유는.
"최근 치매 분야에서 비(非)약물 치료의 가능성이 주목되는 만큼 향후 인지장애의 치료법으로서 가정에서의 인지 치료(교육) 기능이 탑재된 로봇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 테라피 인증에 대해서도 현재 검토 중이다."

가격 장벽이 로봇 대중화의 걸림돌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정부의 지원 사업, 시범 사업을 통해 매출을 내고 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로봇 상용화에 힘쓰고 있다. 로봇 시장이 활성화 돼 양산 제작에 들어가고 로봇 개선을 통해 다양한 기관에서 로봇을 통한 돌봄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가격 및 법적 문제 등 다방면으로 검토해 실행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사회공헌도 활발하다고 들었다.
"자폐자녀 양육 가이드 영상을 제작하기 위한 후원금을 지원하고, 발달장애 화가들의 작품 대여 및 사내 전시를 통해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하고, 어르신 특식을 제공하기 위해 후원금을 지원(판교노인종합복지관)하고, 인지 훈련 로봇 ‘실벗’과 ‘보미1’을 기부(시립광명종합사회복지관)하는 등 작지만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술을 활용한 공헌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그룹형 로봇에 한글교실이라는 콘텐츠가 있다. 지방에 계신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울 기회가 없어 답답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회사의 비용을 들여 콘텐츠를 만들었다. 발달장애 전시회에 로봇을 함께 참여시켜 호응을 이끌어내거나 복지기관의 연구 사업을 위해 로봇을 무료로 대여하는 등 로봇과 기술을 활용한 공헌 활동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여하고 있다."
정유진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