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스트레스 자체가 비만의 위험요인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코로나19 시기, 운동량은 줄고 집술과 함께 배달음식을 즐기다 보니 내장지방은 증가하고, 그래서 연초에 강력한 건강 행동 되찾기 계획을 세웠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우울하다는 고민을 자주 접한다.

봄이 한창이고 곧 여름이 다가온다.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건강 행동을 향한 변화를 꾀하나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자신을 너무 탓하지 말고 작은 계획부터 실천하는 것을 권한다. 큰 계획은 뇌에 짜릿함을 주어 실패의 경험이 있어도 다시 큰 계획을 세우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헛된희망증후군’이라 부른다. 큰 계획이 주는 쾌감에 대한 일종의 중독 행동이다. 팩트 체크를 한다면 ‘매일’보다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운동을 하겠다는 현실적인 목표로 시작해 성공 경험을 느끼며, 점차적으로 목표 수준을 올리는 것이 행동 변화에는 효과적이다.

좀 다른 결의 고민인데,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데도 내장지방이 떠날 생각을 안 한다는 하소연을 듣는다. 단순 공식으로 보면 운동을 많이 하면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한 것이니 똑같이 식사량을 유지하고 있다면 내장지방이 줄어야 한다. 그런데 왜 반갑지 않은 이 녀석은 나를 붙들고 있는 것일까.

운동에 관한 최근 연구를 보면 몸의 반응이 단순치 않다. 현재도 ‘수렵·채집’으로 살아가는 한 아프리카 부족의 운동량은 하루 평균 14km라고 하는데, 운동량이 훨씬 적은 도시인과 비교해 평균 에너지 소모량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운동한 만큼 비례해 에너지 소모량이 증가한다는 상식이 반드시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라톤을 지속적으로 한 경우 소모되는 에너지량이 점차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 운동만 열심히 하면 내장지방이 떠나가겠지 하고 기대한 이들에겐 당황스러운 사실일지 모른다. 체중 조절 차원에서만 본다면 식이 조절 없이 운동만 하는 것은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왜 운동에 비례해 에너지 소모가 증가하지 않을까. 뇌의 컨트롤타워는 에너지를 보존하는 것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가 줄어들면 에너지 소모가 많은 뇌에 영향을 미쳐 ‘사회적 연결과 소통’ 같은 생존 기능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운동으로 에너지 소모가 증가하면 몸에 염증 반응이나 스트레스 반응 같은 내부적 활동을 줄여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다는 가설이 존재한다.

자기 것만 챙기는 이기적인 사람이 생존에 유리할 듯싶은데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역설적 반응이 존재한다. 이타적 행동이 항우울 효과와 더불어 심장도 튼튼하게 하고 장수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헬퍼스 하이를 일으키는 이타적 행동이 뜻밖의 강력한 건강 솔루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오묘한 몸과 마음의 반응이다.
운동 스트레스 자체가 비만의 위험요인
“비만해도 괜찮아”는 아니지만 너무 자신을 다그치지 말자
비만이 당뇨, 심장질환, 뇌졸중 등의 위험요인임은 대부분이 아는 상식이기에 많은 이들이 체중 감량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다이어트 성공 스토리를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실제 비만 탈출은 쉽지 않다. 트라우마 수준의 다이어트 스트레스를 경험하기도 한다.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 체중을 줄였는데 식욕이 폭발하면서 다시 살이 찌는 사이클이 반복되다 보면 자존감 저하와 우울증까지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스트레스 자체가 비만의 위험요인이라는 것이다. 살 빼려고 노력하다 보니 찾아온 다이어트 스트레스가 오히려 체중을 증가시키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생존 시스템을 가동시켜 식욕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고지방이나 고당류 등 소위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 음식’이 더 당기게 한다. 다이어트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건강하기 위해 시작한 다이어트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MHO(Metabolically Healthy Obesity)는 비만은 갖고 있으나 내분비계 등 대사적 기능이 상대적으로 건강하게 유지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용어다. 주변에서도 비만인데 건강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기준에 따라 20%에서 40% 정도가 MHO에 해당하고, 상당 기간 추적조사를 해도 정상 체중군과 비교했을 때 당뇨, 심장병 등으로 인한 사망률에 큰 차이가 없다는 보고도 있다. 내장지방이 피하지방에 비해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 등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착한 지방도 존재한다는 것인데 MHO를 설명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비만해도 괜찮아”라고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비만 걱정과 다이어트 스트레스가 건강에 더 해를 줄 수도 있기에, 건강 목표 우선순위에 변화를 주는 것이 어떨지 권하고자 함이다. 체중 감량을 우선 목표로 두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건강한 식단과 가벼운 운동, 그리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취미나 만남 같은 상대적으로 실천이 가능한 목표를 우선순위에 두고, 체중 감량은 자연스러운 결과물로서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비만이 있는 경우 당뇨 등 대사적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중 조절을 하고 나서 검사를 받겠다거나 약을 먹지 않고 체중 조절로 당뇨, 혈압 등을 조정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의지는 훌륭하나 의지와 상관 없이 다이어트는 쉽지 않다. 필요하다면 약물 치료를 같이 진행하면서 운동과 식이요법 등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져가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체중 조절이 되면 그때 약물을 조금씩 줄여보는 것을 주치의와 상의해보는 것을 권한다.

글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