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 Report] ‘차이나 런’에 불안 고조...홍콩 증시 반등 트리거는
지난 10월 23일 중국 공산당 20기 지도부가 공식 출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변 없이 3연임을 확정했고, 정치국 상무위원 7인 모두가 시진핑 측근(시자쥔)으로 채워졌다. 이로써 시 주석은 장기 집권뿐 아니라 그를 중심으로 한 집중통일영도체제(덩샤오핑 이후 정착된 집단지도체제의 대조 개념)의 기반을 마련했다.

中 지도부 출범 이후…외인 투매 지속

시장참여자들은 균형과 견제가 사라진 중국 정치 권력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고, 빠르게 ‘차이나런’(중국 회피, 차이나와 뱅크런의 합성어) 대열에 합류하며 홍콩 및 중국 증시 전반의 하락을 이끌었다.

10월 24일은 하루 동안 항셍지수(HSI: 홍콩 증시의 벤치마크)와 CSI300 지수(상하이·선전증권거래소의 대형주 300개로 구성)가 각각 6.3%, 2.9% 하락했고, 나스닥 골든드래곤 차이나 지수(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주요 기업으로 구성)는 14% 이상 급락했다. 당일 179억 위안의 외국인 자금이 중국에서 순매도 됐다.

이는 2014년 후·선구퉁 개통 이래 일일 최대 규모다. 특히 당 대회 이후에도 외국인 중심의 투매가 지속됐으며, 상대적으로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홍콩 증시의 하락 폭이 중국 본토 증시보다 높게 나타났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우량 기업들로 구성된 항셍H지수(HSCEI)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하락했고,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된 기업의 각 시장별 주가 차이인 A-H프리미엄지수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콩 증시가 중국 본토 증시 대비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것은 달러 페그제, 높은 외국인 투자 비중 그리고 산업 구조의 특징에서 기인한다. 홍콩은 1993년부터 홍콩 달러의 가치를 미국 달러와 연동시키는 달러 페그제(달러당 7.75~7.85 홍콩 달러 유지)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1년 이상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홍콩 달러 역시 페그제 상단에 도달하자 홍콩 달러를 미국 달러로 환전해 홍콩 시장을 빠져나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홍콩 거래대금 중 외국인 비중은 40% 이상에 달해 최근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국면에서 자금 유출이 더욱 심화된다는 특징이 있다. 홍콩 증시의 업종 구성이 본토보다 중국 정부의 규제 기조에 더 취약하다는 점도 자금 유출의 원인으로 꼽힌다.

홍콩의 주요 지수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경기소비재·금융·부동산 업종의 비중이 높다. 알리바바, 메이투안 등 빅테크 기술주 중심으로 이뤄진 경기소비재 업종은 중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여파로 지난해부터 약세가 지속돼 왔다.

올해 들어서는 전 세계적 긴축 기조에 따라 글로벌 증시 전반의 성장주 약세가 두드러진 점이 경기소비재 업종 내 주요 성장 종목들의 약세 폭을 확대시켰다. 또한 중국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부실 채권 문제가 부동산 업종뿐 아니라 금융 업종의 약세로까지 이어지며 홍콩 증시 전반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왔다.

그런데 시 주석이 당 대회 개막연설에서 ‘공동부유’ 정책에 대한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하고, 소득 분배와 부의 축적 메커니즘을 규제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빅테크와 부동산 기업들에 대한 규제 완화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차이나런, 특히 홍콩런을 부추긴 것이다.
[WM Report] ‘차이나 런’에 불안 고조...홍콩 증시 반등 트리거는
과거 증시 급락과 반등 트리거는

홍콩 증시가 개설된 이래 최근과 같이 단기간(2년) 내 50%에 가까운 하락 폭을 기록한 사례는 2008년 금융위기와 2015년 유동성 버블 붕괴뿐이다. 과거 두 차례의 증시 급락 원인과 이후 반등의 트리거는 무엇이었을까.

2000년대 중국은 전면적인 개방정책을 통해 두 자릿수 경제 성장을 이어갔고, 급격한 양적 성장으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 역시 직면하게 됐다. 투자-수출 중심의 경제 성장으로 소비와 서비스 부문이 침체된 한편 대외 의존도는 높아져 외부 충격에 취약한 경제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러한 중국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안겼으며, 세계 증시 급락과 함께 중국 및 홍콩 증시도 하락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펼쳤고, 홍콩 증시는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급락 이후 2년 만에 약 170% 상승했다.

당시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액과 낮은 정부 부채, 금리 인하 여력 등 다양한 경기 부양 수단을 보유하고 있었다. 즉, 2008년의 증시 하락은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보다는 미국에서 시작된 대외적인 불안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홍콩 증시의 약세는 글로벌 긴축 기조에 더해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높아진 가운데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15년의 경우는 2008년과 달리 중국 자체의 문제가 부각된 사례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07년 14.2%로 고점을 찍은 이후 둔화하던 중 2015년에는 당국의 성장률 목표치마저 하회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시장 전반의 규제를 완화하고 유동성을 대거 공급했다.

이에 증시에서 차입 투자가 급증하고 부동산 경기도 과열 국면에 진입하는 등 시장 전반이 또다시 과열 양상을 보였다. 특히 시진핑 정부가 2013년부터 추진해 온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국영기업들의 부채 위험을 키우고 있었다. 2015년 중국의 전체 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50%를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중국의 성장 둔화와 부채 위험이 부각되며 중국 및 홍콩 증시가 모두 하락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해 위안화 변동성을 낮추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는 금융 시장의 안정과 경제 회복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를 시장에 확인시켜줌으로써 홍콩 증시의 점진적 상승을 견인했다. 당시 지수의 하락 요인이 중국 내부적인 리스크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최근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겠다.
[WM Report] ‘차이나 런’에 불안 고조...홍콩 증시 반등 트리거는
시진핑 3기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달러 약세 전환이 관건

과거 2008년과 2015년 위기 후 중국 및 홍콩 증시 반등은 모두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시진핑 3기 정부에서 ‘공동부유’ 정책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과거와 유사한 정책 대응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그럼 지금 투자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홍콩 증시의 반등을 위한 트리거는 무엇일까. 현재 거시경제 환경에서 주식 시장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은 경기부양책을 통한 기업 이익 전망치 개선과 달러 약세 전환을 통한 위험 선호 개선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이익은 본토 경기와 연동되고, 증시 유동성은 높은 비중의 외국인 자금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인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가 해소돼야 억눌려 있는 소비가 회복되고, 나아가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시장이 기대하는 정부의 정책 제시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시기는 11월 말 정치국회의와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될 것이다.

특히 방역 완화와 부동산 시장 지원 강화는 시진핑 3기 정부의 성장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걷어내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고, 결국 중국 경제 회복 가능성을 높이고 홍콩 증시 상장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중국, 특히 홍콩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투자 심리는 매우 취약한 상황임에 분명하다. 단기적으로 코로나19와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시각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저점을 잡으려는 시도보다는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하되 연말부터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까지 이어지는 주요 정치 이벤트를 주시하면서 중국 정부의 성장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의 성장 우선순위에 있는 국가 안보, 기술적 자립, 녹색 성장 등의 수혜가 가능한 업종과 기업에 관심을 두되, 본토 주식이 정책 방향성에 더욱 부합한다는 점에서 중국 투자의 무게중심을 본토로 옮겨 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시점이다.


글 변효정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