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POINT 3
유산취득세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내년 상속세제 관련 ‘유산취득세’ 카드를 선제적으로 꺼내들었다. 유산취득세로 개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고, 개선해야 할 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big story]72년 된 유산세, 유산취득세로 바뀔까
기획재정부는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을 위해 올해 10월 4일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그 배경에는 그간 우리나라 상속세 과세 방식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상속세의 경우,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계산한 후 상속인이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기준으로 안분계산한 금액을 상속세로 납부하는 유산세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유산세 과세 방식은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하기 때문에 상속인별 담세력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고, 증여세는 수증자에게 과세되는 취득 과세 방식인 반면, 상속세는 피상속인 기준으로 과세되는 유산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상속세와 증여세가 체계 정합성을 가지지 못하며, 상속세 과세 방식과 관련한 국제적 입법 동향과도 맞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 상속세를 운영 중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유산세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에 불과하고, 나머지 19개국(독일, 프랑스, 일본 등)은 모두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기획재정부는 응능부담 원칙, 과세체계 합리화, 국제적 동향 등을 감안해 상속세 제도를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속세 과세 제도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배우자상속공제 충분한가
우리나라는 상속세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과세가액에서 공제하는 인적공제 중 배우자상속공제를 두고 있는데, 그 한도를 최대 30억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유산취득세 도입 시 이 한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유산세 과세 방식을 택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배우자공제에 있어 한도가 없다. 유산취득세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배우자에게 50만 유로(약 6.8억 원)를 공제하고, 특별인적공제 제도를 두어 25만6000유로(약 3.5억 원)를 추가로 인정하고 있다.

독일의 배우자공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독일은 부부별산제 또는 부부공동재산제를 선택하지 않은 경우 ‘추가재산공동소유제(Zugewinngemeinschaft)’를 통해 결혼 기간 동안 성취된 자산에 대해서는 공동소유권이 인정되고, 배우자의 결혼 전 자산에 대해서도 높은 상속 비율을 인정받는데, 이러한 자산의 취득에 대해서는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독일의 경우 민법상 배우자 몫은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배우자공제 혜택이 미흡하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 배우자와 자녀가 상속인이 될 경우 배우자의 상속분은 상속재산의 2분의 1이며, 배우자 세액 경감 제도로 인해 배우자가 법정상속분 이하 재산을 취득할 경우 사실상 전액 공제가 된다. 프랑스 역시 배우자공제에 있어 한도가 없다.

이런 점을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배우자 상속분 비율 자체가 낮고, 상속공제 한도 또한 낮은 편이다. 특히, 배우자가 사망 전 이혼을 할 경우 재산 분할로 받는 금액에 대해서는 상속세 또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 반면, 상속으로 재산을 받을 경우 상속분 자체가 재산 분할보다 적을 수 있고, 상속공제의 한도로 인해 높은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과세 방식으로 개정할 경우 배우자상속공제에 대해서는 30억 원의 한도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
[big story]72년 된 유산세, 유산취득세로 바뀔까
직계비속에 대한 인적공제 상향될까
현행 유산세 과세체계에서는 직계비속에 대한 인적공제의 경우 기초공제 2억 원에 자녀 1인당 5000만 원의 공제가 추가로 허용된다. 다만, 기초공제와 인적공제의 합계액이 일괄공제 5억 원에 미달할 경우 5억 원의 일괄공제를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자녀가 6명 이하일 경우 5억 원의 일괄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고, 자녀가 7명 이상일 경우 일괄공제보다는 ‘기초공제+인적공제’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유산취득세 과세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직계비속에 대한 인적공제는 어느 정도 수준이 적당할까.

유산취득세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 중 독일은 연령에 따라 40만~45만2000유로, 프랑스는 10만 유로, 이탈리아는 100만 유로를 적용하고 있고, 혼합형 유산취득세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상속세 과세표준을 계산하기 전 기초공제로 ‘3000만 엔+600×상속인 수’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직계비속에 대한 인적공제 금액 역시 유산취득세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보다 전반적으로 낮으며 우리나라와 같이 유산세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미국보다도 낮은 편이다. 따라서 유산취득세 도입 시 기초공제와 일괄공제를 폐지하되, 1인당 자녀공제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어느 정도까지 상향 조정할 것인지는 전체 상속세 부담액과 비교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증여재산의 합산 과세, 논란 거세
우리나라의 현행 상속세 과세 방식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는 것 중 하나는 상속개시일 전 5년 내 상속인 외의 자에게 증여한 재산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하는 규정이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3조 제1항 제2호).

상속개시일 전 5년 이내에 상속인 외의 자에게 증여한 재산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하면 상속세 과세표준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 경우 현행 누진세율 과세체계에서는 상속세 추가 부담분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증여를 받은 자는 상속인이 아닌 제3자인데, 상속세 증가분을 납부해야 하는 주체는 상속인이라는 점이다. 재산의 귀속자와 담세자가 불일치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헌법상 평등권 내지 조세평등주의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해당 규정이 합헌이라는 입장이다(헌법재판소 2002. 10. 31. 선고 2002헌바43 결정, 헌법재판소 2006. 7. 27. 선고 2005헌가4결정). 기획재정부가 상속세 과세체계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응능부담의 원칙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헌법 제11조 제1항).

조세평등주의는 헌법 제11조 제1항이 규정하는 평등원칙이 세법의 영역에서 구현된 것으로 조세의 부과와 징수는 납세자의 담세 능력에 상응해 공정하고 평등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의 납세의무자를 불리하게 차별하거나 우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원칙이다(헌법재판소 1996. 8. 29. 선고 95헌바41 결정). 이러한 조세평등주의에 의해 요구되는 것이 바로 ‘담세 능력에 따른 과세의 원칙’(또는 응능부담의 원칙)인데, 이는 한편으로 동일한 소득은 원칙적으로 동일하게 과세돼야 하며(이른바 수평적 조세정의), 다른 한편으로 소득이 다른 사람들 간의 공평한 조세 부담의 배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이른바 수직적 조세정의).

기획재정부가 응능부담의 원칙을 이유로 유산취득세를 도입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이에 반하는 상증세법 제13조 제1항 제2호를 존속시켜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해당 규정을 삭제할 경우 재산의 위장 분산을 통한 조세 회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

그 외에도 논의가 필요한 사항들이 많이 있다. 우선 세율체계를 현재와 같이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할 경우 상속재산액이 클수록 상속세 부담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제도에서의 세 부담 수준과 제도 변경 시 자녀 수와 상속재산 규모에 따른 세 부담 정도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교해보고 적정 세율체계를 찾아야 한다.

상속개시일 전 1년 이내에 2억 원, 2년 이내에 5억 원의 추정상속재산을 상속재산에 가산하는 규정을 그대로 둘 것인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규정 역시 상속세 탈세 방지를 위해 불가피하기 때문에 합헌이라고 보고 있지만(헌법재판소 2012. 3. 29. 선고 2010헌바342 결정),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 또는 부채 부담에 대한 입증 책임을 납세자에게만 전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있고, 입증하지 못할 경우 유산취득세 제도 도입 시 모든 상속인이 균등하게 상속받았다고 추정해야 할 것인데 이 역시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속세의 경정청구 및 수정신고 제도도 보완이 필요하다. 상속세 신고·납부기한까지 상속재산 분할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될 경우 납세자들은 상속세 신고·납부기한까지 상속재산 분할이 완료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산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우선 법정상속지분율대로 상속세를 신고·납부할 수밖에 없다. 이후 실제 상속재산 분할이 법정상속지분율과 다른 비율로 이루어질 경우 경정청구를 허용해야 하고, 수정신고 시 가산세가 추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규정도 마련돼야 한다.

그 외에도 상속인 간 연대납세의무 유지 여부, 신탁재산에 대한 상속세 과세 제도 보완, 위장 분할에 대한 제재 방법 마련 등 상속세 제도 전반에 걸쳐 많은 고민과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한국의 상속세법은 1950년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유산세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72년 만에 과세체계를 변경하기로 한 만큼 다양한 시뮬레이션 검토, 비교법적 연구, 각계 의견수렴 등을 통해 충분한 검토를 한 후 합리적인 과세 제도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