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상속 오답노트
최근 정부에서는 상속세 과세체계에 대한 전면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세제 개편에 불씨를 지피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모습을 ‘부자 감세’ 시도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데요. 상속세제뿐만 아니라 여야 간 충돌은 금융투자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등 폭넓은 전선을 형성하며, 참호전을 방불케 하는 격전을 치르는 중입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958년 민법 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상속’은 구조선관습과 일본구민법을 준용했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는 장자 100% 상속이 원칙이었고, 딸은 기혼이든 미혼이든 1차적인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후 상속법이라고 하면 민법 제5편 ‘상속’을 말했던 것인데, 1996년 12월 30일 기존의 상속법이 전문 개정되면서 현재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으로 명칭이 변경된 것입니다. 이에 앞서 1977년에는 민법 개정으로 유류분 제도가 도입돼 유족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법정상속분의 일정 비율을 보장해주게도 되죠.

최근 상속세제는 가족 간 상속재산 분할 갈등, 가업승계 문제 등 민감한 이슈에서 단골손님처럼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상속재산을 과세표준으로 하고, 최고 50%의 상속세율을 곱해 납부할 세액을 산정하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상속세율인 26%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여기다가 최대주주가 보유한 상속주식에 대해서는 20%의 할증액을 가산해 평가함으로써 실효 상속세율은 60%에 이르죠. 이른바 ‘부자 감세’ 논란 이전에 ‘징벌적 과세’ 논란이 불거진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상속’은 죄의 범주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일까요. 편법이나 불법이 아니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 자산의 세대 이전을 비난할 명분은 없어 보이는데 말이죠. 상속세제 이슈를 ‘부자 감세’라는 색안경을 끼고 접근한다면 유통기간이 한참 지난 낡은 상속세제의 문제점들은 결국 수정할 기회를 놓치고 말 것입니다.

한경 머니는 2022년의 마지막을 장식할 12월호 빅 스토리 ‘뜨거운 상속세제, 전면 개편 쟁점은’을 통해 새 시대에 맞는 상속세제의 균형점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 유류분 규정에 관한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는 청구가 10여 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1977년생 유류분의 개정 현안을 제시하고, OECD 23개국 중 한국을 포함해 4개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꿔 운영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사항,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가업상속공제와 상속주식의 할증평가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안을 제시해본 겁니다. 오답노트를 정리하다가 보면 정답이 더 명확히 보이는 법. 상속에 대한 오답노트를 통해 새 시대에 맞는 정답을 찾아내기를 기대해봅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