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의 인기 시계 중 하나인 ‘카키 필드 머피’ 워치가 38mm로 돌아왔다. 영화 <인터스텔라>와 해밀턴을 사랑하는 팬들의 ‘집요한’ 요청 때문이다.
영화 그리고 해밀턴
해밀턴과 영화
해밀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 가지 있다. 스위스의 유명 시계 브랜드이면서 미국의 감성을 담고 있다는 점과 항공시계로 이름을 떨쳤다는 점, 그럼에도 꽤 합리적 가격대라는 점 등이다. 그리고 또 하나. 유독 할리우드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시계 브랜드로 유명하다.
해밀턴과 할리우드의 인연은 9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2년 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영화 <상하이 익스프레스>에서 주인공 마를레네 디트리히가 해밀턴의 ‘플린트리지’ 시계를 착용하고 나온 것. 30여 년 뒤인 1961년에는 영화 <블루 하와이>에서 주연을 맡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해밀턴의 아이코닉 시계 ‘벤츄라’를 착용하면서 해밀턴과 할리우드의 끈끈한 우정을 각인시켰다. 이후 해밀턴의 시계는 영화 <진주만>, <다이하드>, <스파이더맨>, <마션>, <맨인블랙>, <나는 전설이다> 등 무려 500여 편의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했다. 놀라운 점은 모두 PPL 광고가 아니라는 것.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해밀턴은 할리우드에 시계 제작팀을 파견해 영화감독이나 소품감독, 스타일리스트들이 원하는 시계를 무상으로 제작해준다고 한다.
이런 인연으로 해밀턴은 지난 2006년부터 시계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해밀턴 비하인드 더 카메라 어워드(Hamilton Behind the Camera Awards·BTCA)’라는 영화 시상식을 개최하는가 하면, 차세대 영화 인재 육성을 위해 미국 조지아주의 사바나 예술 디자인 대학(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SCAD)을 후원하기도 한다.
영화 그리고 해밀턴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한 일명 '머피시계'

영화 <인터스텔라> 속 ‘머피 시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난 2014년 개봉한 SF 블록버스터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한 해밀턴 시계를 기억할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아버지 쿠퍼와 딸 머피의 사랑을 상징하는 일명 ‘머피 시계’로 등장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쿠퍼가 딸 머피에게 남긴 해밀턴 시계는, 5차원 속에서 시간을 넘나들던 쿠퍼가 머피에게 초침으로 모스부호 신호를 보내며 중력을 제어하고 인류를 구하는 역할을 한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영화 <인터스텔라>는 전 세계에서 약 6억8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그뿐 아니라 그해 전 세계 영화제에서 44개의 상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한국에서도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인터스텔라>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인터스텔라>에 등장한 시계를 소장하고 싶어 했다. 머피 시계는 영화 소품용으로 제작했지만, 이를 실제 제품으로 출시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친 것이다.
이에 해밀턴은 지난 2019년 이 시계를 제작하기에 이른다. 시계 이름은 영화 <인터스텔라> 주인공 딸의 이름을 본뜬 ‘카키 필드 머피(Khaki Field Murph)’. 영화에서 주인공이 머피에게 모스부호를 보내기 위해 썼던 초침엔 ‘유레카’라는 뜻의 모스부호를 프린트했다. 유레카는 성인이 된 머피가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수식을 풀었을 때 외친 명대사다.
카키 필드 머피는 한정판 시계는 아니지만, 입고되자마자 품절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 그리고 해밀턴
케이스 지름 38mm로 새롭게 태어난 ‘카키 필드 머피’. 블랙 다이얼과 베이지 슈퍼 루미노바로 코팅 처리한 핸즈 등 머피 시계의 핵심 디자인 코드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38mm로 재탄생한 ‘카키 필드 머피’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팬들의 성화에 못 이겨 카키 필드 머피를 출시했지만, 그 후에도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그중 대표적 사항은 케이스 지름 42mm의 사이즈가 너무 크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케이스 지름 42mm는 여성이나 손목이 가느다란 남성에게는 다소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에 해밀턴은 결국 2022년 11월, 케이스 지름 38mm의 콤팩트한 카키 필드 머피를 선보였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가독성이 뛰어난 블랙 다이얼과 빈티지 스타일의 베이지 슈퍼 루미노바로 코팅 처리한 핸즈, 블랙 가죽 스트랩에 이르기까지 머피 시계의 핵심 디자인 코드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시계를 움직이는 건 8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자랑하는 ‘H-10 오토매틱’ 무브먼트. 케이스백을 통해 무브먼트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도 놓치지 않았다.
해밀턴의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 비비안 슈타우퍼(Vivian Stauffer)는 이 시계를 출시하며 “해밀턴 커뮤니티에는 뜨거운 열정과 해박한 지식으로 늘 해밀턴의 행보에 주목하는 팬들이 있다”며 “앞으로도 이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글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