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우 서울대병원 교수·한국수면기술협회장

[special]신현우 교수 “수면, 시간의 質 결정…슬립테크가 게임체인저”
“앞으로 5차 산업혁명은 ‘수면’ 분야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생산성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거든요. 수면 관리를 통해 하루 24시간을 25시간으로 만드는 마법이 필요해질 겁니다.”

신현우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현재 슬립테크 AI 기업인 아워랩 대표이자 한국수면기술협회 초대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10년 이상 수면호흡장애 등 수면 질환 환자를 만나 온 그는 수면 분야에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하다는 데 착안, 수면 데이터 기반의 AI 알고리즘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 교수는 “기존 수면다원검사(다각적인 검사 장비를 이용해 수면 중 상태를 기록·분석하는 검사)는 비용이 회당 60만~70만 원 수준이라 반복 검사가 쉽지 않고, 환자의 몸에 수십 개의 센서를 꽂은 채로 하룻밤 동안 검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면서 “과거부터 존재했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상 속에서 보다 정확한 수면 상태를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드는 데 그가 관심을 두게 된 배경 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방대한 규모의 표준화된 수면 데이터다. 현재 서울대병원과 아워랩이 모은 수면 데이터는 1만 건으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수면 상태를 손쉽게 체크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상용화하는 게 신 교수의 목표다. 그는 빅데이터를 결합한 슬립테크가 개인의 삶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혁신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음은 신 교수와의 일문일답.
[special]신현우 교수 “수면, 시간의 質 결정…슬립테크가 게임체인저”
수면은 우리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흔히 우리 인생에서 수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3분의 1이 아니라 3분의 3이라고 생각한다. 수면은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의 질을 결정짓는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다. 단기적으로 업무나 학업 능력에 영향을 주고, 장기적으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은 고혈압, 당뇨,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질병을 겪을 수 있다. 치료하지 않고 20년쯤 지나면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후유증을 남기는 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수면이 인생의 전부라고 말하는 이유다.”

수면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에는 수면 질환을 겪는 환자가 많은 편이다. 수면과 관련된 메이저 질환으로는 불면증과 수면무호흡증을 양대 산맥으로 꼽을 수 있는데, 각각 200만~300만 명 정도의 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불면증은 한 번 생기면 영원히 갖고 가는 질환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생애 전체를 통틀어 한번쯤은 경험하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수면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보나.
“그렇다. 전통적으로 잠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다. ‘잠이 보약이다’라는 옛말도 있지 않나. 수면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따로 교육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수면 산업에서는 수면 문제를 겪는 환자들이 검사를 받기가 상당히 번거로운 구조였다.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면 30개 이상의 센서를 붙인 채로 하룻밤을 꼬박 자야 하고, 그렇게 나온 검사 결과를 숙련된 수면 기사들이 몇 시간에 걸쳐 초벌 판독을 한다. 이후 최종적으로 의료진이 진단을 내리는데, 이 모든 과정에 굉장한 시간과 노동이 들어간다. 담당 인력의 경험이 많아야 제대로 된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는 데다, 환자의 잠자리 환경이 바뀌면 평소와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데 회당 60만~7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반복적인 검사를 하기도 쉽지 않았다.”

기술의 발전으로 수면 진단 시스템도 변화를 맞이하는 중인가.
“아직 대안을 찾아 가는 과정이다. 다만 기류는 크게 달라졌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수면을 지속적으로 평가받고, 실시간으로 교정받기를 원한다. 일상 속에서 개인의 수면 상태를 개선하려면 결국은 빅데이터와 수면 기술을 결합한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워치와 같은 디바이스를 통해 자신의 수면 상태를 추적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이런 제품은 의학적 정확도가 높지 않아 보조적 수준을 넘지 못한 상태다. 보다 정확한 수면 진단을 하려면 방대하고 표준화된 데이터와의 결합이 필요하다. 재미있는 점은 기존 스마트 기기의 수면 측정 성능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단계인데도 불구하고 수면 개선을 목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하드웨어가 먼저 등장한 셈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 소프트웨어만 잘 만들면 소비자들은 이미 갖고 있는 하드웨어를 통해 수면 기술의 변화를 곧바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슬립테크 기업인 ‘아워랩’도 창업했는데. 서울대병원과 함께 수면 데이터와 AI를 결합한 솔루션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다.
“아워랩 설립 초반에는 ‘옥슬립(수면무호흡증 질환을 치료하는 구강 장치 의료기기)’과 같은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수면 데이터 전문 AI 기업이라는 포지션으로 달려가는 중이다. 수면 솔루션에는 크게 3가지 과정이 필요하다. 개인의 수면 상태를 인지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판단하고, 최종적으로 그 판단 결과에 따라 수면에 개입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빅데이터다. 환자의 수면 데이터를 잘 확보하는 것이 이 분야의 가장 중요한 싸움이다. 따라서 10년 전부터 여기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 노력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1만 건의 표준화된 생체 신호 데이터를 구축했는데, 데이터 규모로는 이미 세계 최대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이 일일이 개입하지 않아도 수면 상태를 판독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상용화하려고 한다. 향후 수면 장애 환자를 원격 모니터링하는 데도 이 소프트웨어가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의료 기기뿐만 아니라 일상에도 다양하게 적용시킬 수 있다. 예컨대 개인의 뇌파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잠에서 깨어나기 직전에 커튼이 저절로 열리도록 만든다든지, 수면 상태에 따라 에어컨 온도를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러 슬립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개인을 넘어 사회적 차원에서도 수면 산업이 중요한 이유가 있나.
“앞으로 5차 산업혁명은 ‘수면’ 분야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고, 앞으로도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 선진국도 인구 성장을 통해 경제 규모를 키우는 데 한계를 느끼는 상황이다. 결국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수면’을 관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질 좋은 수면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깨어 있는 시간의 퍼포먼스를 향상시키는 것을 제외하고는 우리에게 더 큰 금맥이 남아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사람이 7시간을 잤을 때 나올 수 있는 퍼포먼스를 6시간만 자도 얻을 수 있게 해준다면 어떨까. 하루 1시간의 수면 시간을 절약한다면 우리나라 인구수가 5000만 명을 곱했을 때 하루 5000만 시간을 추가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경제에 새로운 인구가 투입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수면을 통해 인류의 생산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인가.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우리 인류가 벌려 놓은 일들이 많다. 또 환경오염과 같이 극복해야 할 숙제도 많다. 그 많은 과제를 누가 해결하겠나. 자동화 기술과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근본적으로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렇다고 주어진 시간 속에서 일만 하면서 살아갈 수도 없지 않겠나. 시간을 쪼개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를 즐기고, 사람도 만나야 한다.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은 너무나 부족하다. 결국 생산성 문제를 극복하는 게 우리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수면 관리를 통해 하루 24시간을 25시간으로 만드는 마법이 필요해질 것이다.”

수면 산업에 관심을 두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인가.
“국가별로 수면 이슈가 발생하는 시점은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어갈 때쯤이다. 이 시기가 오면 사람들이 깨어 있는 시간을 더 잘 보내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도리어 ‘잘 자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선진국으로 갈수록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이 많아진다. 빛 공해가 심해지고, 국민들의 스트레스도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수면 문제를 겪는 것은 결국 ‘선진국병’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수면 산업은 선진국에서 더 많은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 세계 수면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따져본다면.
“사실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수면 전문 기업은 없다시피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활용하는 수면 진단 및 치료 장비의 99% 이상이 외산이다. 수면다원검사 기기의 대부분을 아이슬란드 기업이 만드는데, 이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관련 기기를 만들어 왔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아직 한국 수면 산업은 불모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표준화된 수면 데이터 측면에서는 우리가 유리한 점이 많다. 해외 선진국에 비해 검사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관련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수면다원검사를 하려면 3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우리나라는 60만~70만 원선이다. 단위 면적당 수면다원검사실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고, 수면 전문 인력과 의료진도 많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모멘텀을 잘 이어가야 한다는 바람이 있다. 우리나라가 지난 20~30년 동안은 수면 진단 및 치료 기기 분야에서 뒤처졌지만, 새로운 기술을 통해 시장을 뒤집을 기회를 갖게 됐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슬립테크가 수면 시장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골든타임은 언제까지라고 보나.
“앞으로 3~4년 정도다. 기술의 변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변화의 움직임이 우연히 맞아떨어져 우리에게 기회가 왔을 뿐이다. 그 기회가 그렇게 오래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마음이 조급한 이유다.”

슬립테크를 통해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나.
“일차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의 수면 질이 개선되고, 깨어 있는 시간의 질과 만족도가 높아졌으면 한다. 개개인의 수면을 개선하는 것이 결국 우리가 맞닥뜨린 산업적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수면에 관심을 둔 것도 이 분야가 지닌 파급 효과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수면 분야에서도 디지털 대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내연기관 중심이었던 자동차 시장에 전기자동차가 변화를 불러온 것처럼, 슬립테크는 일상의 혁신적 변화를 이끌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이 산업에 과감하게 힘을 실어준다면 충분히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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