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ON YOUR TAX

과거 전통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업의 가치를 재무적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해 왔으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ESG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ESG는 단순히 기업 경영 전략의 개념을 넘어 지속 가능한 발전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의 포용이라는 가치 체계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 정책 및 제도가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 및 ESG 공시의무 등 법률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윤석열 정부에서도 ESG를 110대 정책 과제로 포함시키는 등 ESG는 자율의 영역을 벗어나 일종의 규제 영역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조세는 ESG 분야에서 정책 실현을 위한 주요한 수단 중 하나다. 조세에는 본디 세수 확보 외에도 다양한 정책적인 목적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현재는 ESG라는 새로운 기준에 발맞추기 위해서 많은 조세 정책들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도 ESG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진행할 때, 조세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인지하고, ESG에 있어 조세의 기능과 역할, 관련 정책 등을 사전에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ESG와 관련해 이미 도입됐거나 논의 중인 조세 정책 및 관련 제도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조세가 ESG에 있어서 미치는 영향과 그 의미를 설명하고자 한다.
ESG와 관련된 조세 제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지속 가능한 경영, 상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정한 행위를 유도하거나 억제하는 다양한 조세정책이 존재하며 앞으로도 관련 법안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 시점에서 도입됐거나 논의되고 있는 ESG 항목별 주요 조세 제도는 다음과 같다.
E(환경)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한 환경문제가 국제사회의 최우선 현안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조세정책은 환경 측면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촉진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 에너지 사용, 폐기물 배출 등 환경과 관련된 주요 지표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가장 대표적인 환경 관련 조세 제도인 탄소세는 화석연료 소비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기초해 부과되는 세금으로, 유럽연합(EU)에서 시작해 일본,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2021년 기준 27개 국가가 시행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를 실행하는 한국에서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으나 전 세계적으로 관련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입법 발의안에 상정돼 있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한국에는 탄소세 외에도 교통·에너지·환경세, 화석연료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및 기타 에너지 관련 지방세, EU의 플라스틱세 등 환경 관련 조세정책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비용 효율성을 우선시하며, 배출량에 따라 부과되는 탄소세와는 달리 화석연료로 인한 오염물질의 배출 자체를 억제하는 방식을 채택해 왔다.
다만, 최근에는 조세정책의 기조가 점차 이러한 일률적인 제재 방식에서 벗어나서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보다 지속 가능하고 발전 가능한 방법으로 환경 관련 이슈에 대응해 나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 ‘환경저감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및 ‘신성장 동력산업 및 원천기술에 대한 R&D 세액공제’에 탄소중립 분야를 신설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시에 해당한다.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의 국가들도 이러한 ‘녹색기술’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적극적인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조세는 때로는 제재 수단으로서 기업이 환경오염 유발을 억제하도록 하는 기능과 동시에, 기업에 친환경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촉매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S(사회)
한국거래소의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에 따르면 사회 요소는 임직원 현황, 안전 및 보건, 정보 보안, 공정 경쟁 4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공생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로 하여금 고용을 창출하고 사회에 이익을 환원하도록 하는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조세에서는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 위주의 조세특례 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ESG 사회 요소와 관련해 활용 가능한 세액공제 제도는 아래 표와 같다.

그 외에도, 각종 지역사회 기여 조세특례 제도 및 기부금 제도를 포함해 기업 입장에서의 다양한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등 조세 제도는 목표 달성 유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G(지배구조)
미국의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배구조를 ‘주권자의 정책 결정에서부터 이사회, 관리자, 주주 및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 참여자들의 권리와 책임 분배에 이르기까지의 의사결정 체계’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 ESG 모범 규준에서도 기업의 신뢰성, 경영의 투명성 및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지배구조 모범 규준을 이사회 리더십, 주주권 보호, 감사, 주주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라는 4가지로 구분하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러한 지배구조 요소에서 조세는 기업 고유의 조세 전략과 세금 투명성, 리스크를 온전히 공개해 기업의 경영이 전반적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기업의 조세 전략 수립과 납세 이행 여부는 이사회로 대표되는 지배구조의 의사결정 단계에서 이루어지며 지배구조 차원에서 결정된 조세 전략과 리스크 관리 전략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에게 반드시 제공돼야 할 중요한 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에 대한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부터 전체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했다. 기업들이 조세 전략과 세금 투명성에 대한 정보 공개를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가 지배구조의 주요 성과 지표가 된 것이다.
ESG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민간기구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에서는 2019년 ‘GRI 207: 택스(tax)’를 제정해 4가지 정보공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아직 기업의 조세 관련 공시에 대한 명확한 국제기준과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기업의 조세 관련 공시의 방향과 수준이 어느 정도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가늠 척도로 쓰일 수 있다.

조세피난처를 포함해 다국적 기업의 국가별 사업 내용, 매출 및 납세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는 ‘공공국가별 보고서(Public CBCR)’가 2021년 EU 이사회에서 승인되고, 미국에서도 유사한 국가별 보고서 보고 공시법안이 제안되는 등 단순히 국내 세법상 준수 의무를 넘어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다국적 국내 기업의 경우 더더욱 해당 분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SG, 조세와 필수불가결 관계
ESG 공시에 대한 국제적인 눈높이는 높아지고 있고, 기업 이해관계자들의 투자 의사결정에 있어 ESG 평가는 주요한 판단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ESG 관련 조세 제도는 발 빠르게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다.
환경 영역에서는 조세 체계의 변화가 추가적인 조세 부담과 조세특례 관련 수혜 여부를 결정해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 영역에서는 기업의 사회환원 활동이 조세특례와 직결된다. 지배구조 영역에서는 조세 전략 및 조세 투명성이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고 결과적으로 성과를 좌지우지한다.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은 이처럼 ESG에 있어서 조세가 필수불가결한 관계임을 직시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ESG 관련 공시의무를 정확히 준수해야 한다. 또한 수시로 변하는 관련 제도와 글로벌 동향을 파악해 ESG경영을 위한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글 EY한영 세무부문 이나래 상무·이동원 회계사
-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