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준 원스피리츠 CCO

지난해 주류 시장 최대 히트 상품은 다름 아닌 원소주였다. 원소주를 사기 위한 오픈런이 일상일 정도였다. 더 현대 서울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와 원소주 자사 온라인몰,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는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초도 물량이 모두 소진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인기에는 늘 논란이 따르기 마련이다. 얼마 전 <원소주: 더 비기닝>이라는 책을 낸 원스피리츠 김희준 CCO(Chief Creative Officer)에게 원소주에 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물었다.
"'힙'한 원소주, 중년들이 더 찾는다"
- 얼마 전 <원소주: 더 비기닝>이라는 책을 냈다. 출판되자마자 2쇄에 들어가는 등 반응이 아주 좋다.
“원소주가 세상에 등장한 후, 지난 1년간 많은 일을 겪었다. 특히 드라마틱한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 그중에는 앞으로의 인생에 귀감이 될 만한 것도 있었는데, 불현듯 ‘언젠가 내가 이 일들을 모두 잊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 그때부터 브랜드 일지처럼 짧게라도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원소주가 잘돼서인지 여러 출판사에서 연락을 해 왔다. ‘원소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내가 받은 영감과 에너지를 책으로 엮으면,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원소주가 그랬던 것처럼 힘든 시기를 사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
“주류 관련 인플루언서로 활동한 적은 있지만, 주류 회사에 다녀본 적은 없다. 그런데 오히려 주류 업계에 몸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길을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신선한 접근이 필요한 마케터나 사업에 도전하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원소주가 했던 판단과 행보를 통해 ‘나도 브랜드를 만들 수 있겠다’ 하는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 술 이야기도 해보자. 지난 2022년은 원소주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소위 ‘박재범 이름값’이 아니냐는 시선도 일부 있는데.
“박재범 대표 덕분에 큰 관심을 끈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박재범의 영향력만으로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원소주 이후에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단 술이 여럿 출시됐지만 금세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았나. 원소주의 인기는 결국 제품력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제 호기심에 구입했다가 맛을 보고 팬이 됐다는 후기도 많다.”

- 원소주는 론칭 팝업스토어 행사 때부터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했다. 이후 단독 오프라인 판매처였던 GS25 편의점에서도 판매 개수를 한정했다. 이를 두고 의도적으로 희소성을 높이려 한다는 다소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
“가장 자주 듣는 오해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감사하면서도 씁쓸하다. 원소주를 처음 론칭했을 때 1년에 2만 병 판매를 목표로 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초도 물량 2만 병을 모두 완판했다.기분 좋은 수요 예측 실패였지만, 그만큼 욕도 많이 먹었다. GS25 편의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와 GS25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토요일을 원데이(won day)로 정하고 매주 3회 총 12병을 전 지점에 입고하기로 했다. 적은 수량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전국 GS25 편의점의 매장 수를 고려하면 80만 병이 넘는 숫자다. 그런데 또 일이 터졌다. 판매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초도 물량 20만 병이 모두 팔려 버린 것이다. GS25에서 부동의 주류 판매 1·2위였던 카스와 참이슬을 모두 제쳤을 정도다. 그만큼 헛걸음을 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원소주를 손에 넣기 워낙 힘들다 보니 희소성 마케팅을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 기존 소주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의 차이를 전혀 몰라서 하는 얘기다. 희석식 소주를 존중하지만, 밥을 발효해 밑술를 만들고, 이 밑술을 정제해 맑은 술을 뽑아내는 증류식 소주와 주정에 감미료를 더해 만든 희석식 소주는 가격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또한 시판 중인 다른 증류식 소주에 비해 비싼 편도 아니다. 더욱이 원소주는 국산 재료, 정확히는 강원도 지역의 농산물로만 생산한다. 이런 부분을 알게 되면 가격에 대한 ‘원성’은 잦아들 것으로 기대한다.”

- 그래서일까. 책을 보니 희석식 소주와의 차이점을 소개하는 부분이 여럿 눈에 띄더라. 반면 다른 증류식 소주와의 비교는 거의 없던데.
“책에서도 밝혔지만 원소주의 경쟁 상대는 우리 전통주가 아니다. 건방져 보일지도 모르지만, 원소주는 보드카와 진, 위스키, 코냑 등 세계적인 증류주들을 경쟁자로 삼았다. 박재범 대표도 ‘전 세계 유명 바(bar)에 우리 소주가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라는 생각으로 원소주를 만들었다. 우리의 목표는 외화 벌이다. 많은 양조장 대표들도 이를 알고는, 우리를 경쟁 상대가 아닌 ‘공격수’ 같은 느낌으로 응원해주신다.”

- 그래도 다른 증류식 소주에 비해 원소주가 가진 강점을 한 가지만 말해준다면.
“맛있는 술은 많다. 하지만 원소주처럼 맛과 멋을 겸비한 술은 드물지 않을까. 원소주는 맛있게 마시면서 멋있게 인증하는 술이다. 원소주가 만들어 온 ‘힙’한 문화가 우리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 그래서인지 그저 젊은 층에서만 유행하는 술이라는 시선도 있다.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다르다. 우리 온라인 자사몰에서 원소주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연령대는 40대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경우에는 30대가 압도적이다. 또 의외로 50대 이상의 구매도 많은 편인데, 힙합을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 이상으로 회장님들도 우리 원소주를 그렇게나 좋아해주신다. 인터뷰에서 밝힐 수는 없지만 모 대기업 회장님과 모 은행장님의 경우에는 직접 전화를 주시기도 했다. 나는 감히 원소주를 3대가 즐기기 좋은 술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주라는 매개체로 세대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힙'한 원소주, 중년들이 더 찾는다"
- 원소주가 전통주로 분류된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일부 막걸리와 증류식 소주도 전통주에 포함되지 못하는데, 원소주가 어떻게 전통주냐는 원성이었다.
“국내 주세법에 따르면, 전통주에는 무형문화재 보유자나 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주류(민속주)와 우리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하는 주류(지역 특산주)가 포함된다. 원소주는 지역 특산주다. 강원도 원주에서, 강원도의 지역 쌀인 토토미를 원료로 만든다. 나아가 원소주는 전통적인 양조법에 따라 빚는 증류식 소주다. 특히 원소주 오리지널의 경우에는 우리 선조들이 장이나 김치를 보관하던 옹기 항아리에서 숙성한다. 원소주가 전통주이자 지역 특산주일 수밖에 없는 이유. 전통주로 분류되지 못한 막걸리나 증류식 소주는 수입쌀을 섞어 술을 양조하는 탓으로 전통주로 인정을 받고 싶다면, 우리 농산물을 쓰면 된다.”

- 국내 양조장에 취재를 다니다 보면, ‘한국에서 술 빚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영화와 드라마 등 많은 K-콘텐츠는 제도적인 보호 아래에서 성장했다. 나는 우리 술도 엄청난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나라에 내놔도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다. ‘스크린 쿼터제’처럼 우리 술을 위한 일종의 법적 보호 장치가 있다면 어떨까. 성장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술을 빚을 수 있는 양조용 쌀이 너무 적다. 뉴스를 보면 수년째 쌀이 남아 돈다고들 하지 않나. 심지어 버리는 쌀이 있을 정도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양조용 쌀을 개발해준다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원소주는 오리지널과 스피릿, 클래식 3가지 라인업으로 출시한다. 새로운 라인업에 대한 계획도 있나.
“당장 올해 상반기에 새 술을 선보인다. 알코올 도수 45도의 고도주다. 용량도 위스키나 보드카처럼 750ml로 준비 중이다. 앞서 말한 박재범 대표의 바람처럼, 해외 유명 바의 칵테일 베이스까지 노리고 만든 술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증류식 소주는 도수가 올라갈수록 더 맛있다. 기대해 달라.”

- 원소주의 2023년 행보도 기대된다.
“개인적으로는 <원소주: 더 비기닝>을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웃음) 그리고 앞서 말한 새로운 술을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이 첫번째 목표다. 또 올해는 희소성 마케팅을 한다는 등의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 이를 위한 공장 증설 및 신설 과정을 마쳤는데, 연말까지 300만 병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생산량을 감안해 원주농협과 쌀 5200톤 수매 계약도 마친 상태다. 또한 2023년은 원소주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원년이 될 것이다. 일부는 이미 컨테이너에 실렸다.”

- 구체적인 수출 계획이 궁금하다.
“첫 목적지는 박재범 대표가 나고 자란 미국이 될 듯하다. 이를 위해 현지인들이 즐길 수 있는 여러 마케팅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미쉐린 가이드에서 2스타를 받은 ‘아토믹스’ 같은 한식 레스토랑과 꾸준히 소통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와 중국에도 수출을 준비 중이다.”

- 앞으로 꼭 한 번 만들어보고 싶은 술이 있다면.
“위스키는 어떤 오크통에서 숙성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낸다. 그만큼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다. 원소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원소주를 준비하면서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양조장이 거의 없다. 덜 알려져서 그렇지, 끝내주는 술을 만드는 양조장이 정말 많다. 막연한 생각이지만 이런 곳들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재밌을 것 같다.”

- 원스피리츠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많은 인터뷰에서 해 온 말이지만, 우리의 최종 목표는 국가대표 소주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 외화를 많이 벌어 오는 술 브랜드가 되고 싶다. 그래서 박재범 대표의 품에 금탑산업훈장이 안긴 모습을 꼭 보고 싶다.(웃음)”
"'힙'한 원소주, 중년들이 더 찾는다"
김희준 CCO가 집필한 <원소주: 더 비기닝>. 원소주의 시작부터 제작 과정, 브랜딩, 마케팅, 유통, 향후 계획까지 원소주에 관한 모든 비하인드 스토리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