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 "온라인 경매로 대중화 탄력…젊은 세대 유입"
“온라인 경매 등 미술 경매 시 응찰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미술 시장이 이전보다 대중화된 것 같아요.”

손이천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술 경매가 2016년에서 2020년까지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열렸는데 2021년부터 미술 시장이 호황기를 거치면서 2년간 거의 매월 경매가 열리는 등 경매 주기가 짧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손 이사는 최근 미술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동력으로 MZ세대의 젊은 신흥 부유층들이 미술 시장에 유입된 영향이 크다고 봤다. 젊은 세대들이 과거와 다르게 작가들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술품을 접하는 방식도 과거와 달라지면서 대중화 흐름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과거 미술 시장에서는 컬렉터들이 작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루트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며 “하지만 지금 젊은 컬렉터들은 직접 작가나 갤러리, 경매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해외 경매 과정도 실시간으로 보는 등 원활한 소통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과거와 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온라인 응찰 시스템으로도 고가의 작품을 선점할 수 있게 되면서 젊은 세대의 온라인 응찰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귀뜸했다.

손 이사는 “해외에서는 크리스티, 소더비가 온라인 응찰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케이옥션은 2021년 9월에 처음으로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도입해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작가들에 대한 니즈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손 이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미술 경매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

“지난해 6월을 정점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미술 시장 역시 글로벌 유동성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영향을 크게 받다 보니 덩달아 침체기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경매 시장의 역사가 길지 않고 작가층도 두텁지 않다 보니 글로벌 유동성에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활황기에는 미술품 구입에 적극적이었다면 지금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미술 시장은 2021년 초부터 활황기였고 현장에서 느낄 때도 2021년 말 하반기에 최대치를 찍었다. 이후 지난해 6월을 정점으로 조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경매의 낙찰총액만 보더라도 2021년 대비 30%가 줄었는데 이 같은 시장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경매 총액이 줄었음에도 지난해 미술 시장이 1조 규모로 커진 것은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미술 관련 페어나 전시회가 많았고, 프리즈가 국내에서 개최된 영향도 컸다.”

메이저 경매가 열리는 시기나 방식은 어떻게 진행되나.

“메이저 경매는 한 달에 한 번씩 라이브 경매로 진행이 되고 나머지 경매는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미술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2021년에는 라이브 경매가 총 11번이 있었고, 2022년에는 12번의 경매가 있었다. 경매 횟수도 많이 늘었지만 아트페어도 자주 열렸다.

이외에 온라인 경매를 통한 응찰도 활발했다. 도록은 라이브 경매에서만 제작하고 온라인 경매는 별도로 제작하지 않는다. 또 작품 정보들을 온라인을 통해 볼 수가 있도록 했다. 현재 케이옥션이 다루는 장르는 현대 미술이 90% 이상에 달한다. 국내외 근현대 미술품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미술 경매가 최근 2년 새 늘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경매가 많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지난 2년간 미술 시장이 활황기를 거치면서 경매뿐 아니라 전시나 아트페어들도 동시다발적으로 늘었다. 경매가 공개 시장인 만큼 미술품 거래 가격이 전부 공개가 되고 갤러리보다는 대중 친화적인 특징이 있다 보니 경매 횟수도 많이 늘었다.

또한 현대 미술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커지고 있고 영앤리치 컬렉터들이 늘어난 영향이 경매 횟수 증가에 기여했다고 본다.”

미술 경매를 통한 투자는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은가.

“대체투자 자산으로 미술 투자 접근을 하지만 아트테크만으로 미술품을 사는 것은 지양하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테크는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야 하는데 미술품만큼 가격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분야도 없을 것이다.

미술품이 주는 가장 큰 목적은 심리적인 만족감과 즐거움인데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미술품을 접근하면 차라리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것이라고 본다. 미술에 대한 투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임을 인정할 때 사는 것이 가장 의미가 있다. 미술품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미술품을 구매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팁이 있다면.

“공인된 갤러리나 검증된 큰 갤러리, 신뢰도가 있는 양대 경매 회사를 통해 미술품을 구매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미술품 컬렉션을 하기에 가장 안전한 곳이 경매를 통한 미술품 구입이다.

경매 시장의 작품들은 작가의 작품성과 시장성이 확보된 작가들의 작품만 나올 수가 있다. 미술 작품을 보는 안목이나 감이 없을 때는 경매를 통해 사는 것이 안전하다. 처음에 경매에서 시작을 해서 점점 풀을 넓혀 갈 필요가 있다. 또한 경매에서 산 작품들은 추후에 다시 경매에 낼 수 있다.”

그동안 경매진행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나.

“2017년도에 케이옥션에서 경매를 진행했던 김환기 화백의 작품이 65억5000만 원에 낙찰이 됐던적이 있다. 고미술품 중에는 퇴우이선생진적이라는 문화재를 34억 원에 낙찰시키면서 당시 고미술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무래도 고가의 거래를 성사 시킨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국내에 미술 시장이 얼마나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가.

“시장이 커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지만 향후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 미술 시장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커질 여력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은 블루칩 작가 층이 얇아서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갔을 때 이것을 떠받칠 수 있는 작가들 양성이 필요하다.

현재 크리스티, 소더비는 280년 정도가 넘었는데 국내는 1998년에 서울옥션이 처음 생겨서 역사가 짧다. 지난해 프리즈가 들어온 것을 계기로 한국의 컬렉터들도 해외의 유수 작품들을 접하면서 시각과 안목이 넓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미술 시장에 유입되고 시장의 트렌드도 빨리 변하기 때문에 작품을 샀다가 단기간에 다시 내놓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문화예술적인 부분을 향유하려는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결과적으로는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 사진 본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