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스웨덴 ④체코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진정한 휴식을 원한다면 포스트 코로나에 다시 하늘길이 열린 만큼 직접 해외의 자연을 걷고 체험하는 트레킹 일주를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4개국 특색있는 트레킹 명소를 소개한다.

왕의 길을 걷다
스웨덴, 쿵스레덴
[special]4개국 트레킹 명소, 그곳엔 ‘쉼표’가 있다
[special]4개국 트레킹 명소, 그곳엔 ‘쉼표’가 있다
[쿵스레덴 5개의 트레일중 가장 북쪽에서 시작하는 구간인 아비스코-니카록타 구간 모습들. ⓒEmma Rönkkö]

유럽에 마지막 남은 야생이라고도 불리는 스웨덴 쿵스레덴(Kungsleden). 세계 3대 트레킹으로 꼽히는 이곳은 스웨덴의 북쪽 끝 아비스코(Abisko)에서 시작해 남동쪽으로 (직선으로) 약 325㎞ 떨어진 헤마반(Hemavan)까지 이어지는 장거리 등산로다. 하지만 워낙 길이 꼬불꼬불해서 사실상 트레킹을 하는 거리는 430km에 가깝다. 여기에 스웨덴에서 가장 높은 산인 케브네카이즈 정상으로 가는 유명한 우회로까지 더해지면, 그 길이는 500km에 달한다. 쿵스레덴을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킹스 로드(King’s Lord)’, 즉 ‘왕의 길’이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궂은 날씨, 돌무더기 지대와 오르막길 코스 등 극한의 상황이 끝없이 이어지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트레커들에겐 매력적이다. 특히 이 트레킹 코스의 백미는 니칼루옥타(Nikkaluokta)에서 아비스코(Abisco)에 이르는 110㎞ 코스다. 모든 음식을 직접 해먹고 야외 취침까지 감행해야 하는 여정이지만 때 묻지 않은 야생, 대자연의 장엄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이기도 하다.

쿵스레덴 등산로의 하이킹 시즌은 6월 말부터 9월 말까지이며, 이 시기는 산 오두막이 문을 열고 접근 지점으로 가는 교통편이 운행되는 시기다. 또한 6월 하순부터 7월 중순까지는 백야이기 때문에, 태양이 내리쬐는 동안 텐트에서 잠을 자는 점은 곤혹스럽지만, 밤새 트레킹을 계속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백야를 즐기고 눈 덮인 산을 오르고 강을 건너며 때 묻지 않은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 스웨덴 최고봉인 케브네카이세부터 싱이까지는 거대한 산들로 둘러싸인 골짜기를 볼 수 있다.


이름부터 낭만적인 트레킹 명소
체코, 보헤미안 스위스
[special]4개국 트레킹 명소, 그곳엔 ‘쉼표’가 있다
[special]4개국 트레킹 명소, 그곳엔 ‘쉼표’가 있다
[체코 보헤미안 스위스 모습들. ⓒ체코관광청]
동유럽 여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체코 프라하. 도시 곳곳에서 품어져 나오는 고풍스러운 풍경과 수많은 문화유산, 다양한 미식 거리까지 그 이름만으로도 낭만이 묻어난다. 이런 체코의 매력은 비단 프라하뿐만은 아니다. 트레킹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보헤미안 파라다이스(Bohemian Paradise: 체코어로 체스키 라이)는 반드시 가봐야 할 체코의 명소다.

체코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이곳은 깎아지른 사암 절벽, 울창하고 소나무 향 가득한 깊은 숲, 중세의 역사가 보존된 장엄한 캐슬과 샤토들뿐만 아니라 시골의 정취 가득한 통나무집까지 관광객들을 매료시킨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이친(Jičín)과 젤레즈니 브로드(Železný Brod) 지역 사이에 위치한 암석지대는 경이로운 자연의 신비로 탄생한 거대한 사암들로 가득한 곳으로, 높이가 약 60m에 이르고 독특한 형태로 인해 ‘합창단의 지휘자(Kapelník)’, ‘지휘봉(Taktovka)’, ‘등대(Maják)’ 등 모습만큼 개성 있는 이름들을 갖고 있다.

거대한 바위들 사이에 난 미로 같은 길에서 잠시 길을 잃더라도 이내 가느다란 틈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따라가기만 하면 다시 새로운 길을 만난다. 특히, 보헤미안 파라다이스의 사암지대와 미로들을 걷다 보면 프라호프스케(Prachovské)라고 불리는 암석지대 사이 구불구불 난 수많은 작은 길들이 나온다.

고개를 위로 올려다봐야 그 꼭대기를 겨우 알 수 있는 거대한 바위들 틈새를 들어가고 나오며 여기저기 탐험할 수도 있고 바위 표면의 움푹 패어서 생긴 길을 타고 오르다가 멋진 전망대를 발견할 수도 있다. 코자코프(Kozákov)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답고도 독창적이다.

꼭 방문해야 할 또 하나의 장소는 화산 폭발로 융기해서 만들어진 가파른 산꼭대기에 지금은 망루의 형태만 남아 있는 트로스키성(Trosky Castle) 유적이다. 아름다운 보헤미안 파라다이스를 지키기 위해서 수백 년의 풍파를 겪어내며 그 자리를 지킨 모습에서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동화 속에나 나올 것 같은 요새의 성 코스트성(Kost castle)에서 호수에 비친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고 주변 산책로를 걸으며 여유로운 한낮을 보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