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臨場), 발품을 팔아 관심 있는 지역을 꼼꼼히 탐방하는 것이죠.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는 코너 ‘임장생활기록부’. 이달엔 경기 북부의 2기 신도시인 양주시 옥정신도시에 다녀왔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 양주시 옥정신도시

2기 신도시 하면 떠오르는 곳들이 많습니다. 성남 판교와 용인 동탄, 수원 광교, 인천 검단 등이 대표적이죠. 이 쟁쟁한 친구들 사이에서 잘 부각되지 않았던 신도시가 있습니다. 경기도 양주신도시예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담당한 국내 최북단 신도시입니다.
양주신도시 위엔 동두천이, 밑엔 의정부가 있습니다. 면적은 11.4㎢로 광교 및 검단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양주의 미션은 '수도권 북부의 주택 수요를 책임지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꽤나 멉니다. 중심부에서부터 30㎞ 이상 되거든요. 게다가 다른 신도시에 비해 개발 속도도 많이 느렸습니다. 미분양도 많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수도권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었죠.
양주신도시는 옥정신도시와 회천신도시로 나뉩니다. 회천지구는 양주시 구도심과 섞여 있고 1호선 덕계역과 덕정역 등 철도역을 갖췄습니다. 양주시의 행정, 교통, 상업지구 등이 회천에 몰려 있습니다. 오늘 살펴볼 곳은 옥정신도시입니다. 옥정 1동과 2동으로 구성됩니다.
최북단 2기 신도시
신도시라면 대부분 갖추고 있는 호수공원입니다. 풍광이 정말 예쁩니다. 옥정호수공원은 옥정신도시 가운데 위치합니다. 호수와 하천을 낀 공원으로 음악분수가 명물입니다. 옥정은 녹지 비율이 27%에 달합니다. 호수공원을 둘러싸고 주요 단지들이 배치된 형태라 일부 단지에선 호수뷰가 멋지게 펼쳐집니다.
호수공원을 본 뒤 옆의 중심상업지구로 이동했어요. 옥정메인타워라고 하기도 하고, 옥정 주민들은 '중상'이라고 부릅니다. 옥정의 가장 중심가이자 가장 큰 번화가입니다. 영화관을 비롯해 다이소, 음식점, 병원, 학원 등 주요 점포들이 이곳에 몰려 있습니다. 구획 정리를 반듯하게 잘 해서 다니기 편리합니다. 밑의 공터엔 상업시설과 주상복합 등이 들어올 예정입니다.

2021년 입주한 1483가구 규모의 대단지입니다. 옥정엔 소형 면적대가 많은 편인데 대방1차는 중대형 면적도 있습니다. 전용면적 73·84·117㎡로 구성됐으며 전용 84㎡의 시세는 5억 원 선입니다. 수도권 신도시 중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대일 겁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보기 힘든 널찍하고 시원한 동 간 간격이 특징입니다. 용적률 199%, 건폐율 12%로 낮은 편입니다. 조경을 리조트처럼 조성한 데다 옆이 호수공원이어서 녹지가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서비스 면적이 넓고 구조가 잘 빠진 편이라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커뮤니티 시설도 잘 갖췄습니다. 수영장도 있거든요. 얼마 전 개교한 호수초등학교에 배정됩니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훗날 생길 옥정중앙역과 초역세권은 아닙니다.
옥정에 없는 두 가지
옥정 주민들 사이엔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옥정은 서울만 안 간다면 정말 살기 좋은 곳"이라고요. 옥정엔 두 가지가 없습니다. 첫째, 서울 접근성. 둘째, 자족 기능이요. 2기 신도시는 거의 대부분 지하철이 생겼는데 옥정은 여전히 철도 노선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옥정에 살다 보면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다고 해요. 이 교통 문제가 꽤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서울 접근성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다른 신도시와 비교할 때 옥정 주민들의 생활 반경은 좀 다른 편입니다. 양주나 포천, 의정부, 서울 강북 쪽 출퇴근자들이 선호하는 주거지가 된 거죠. 출퇴근해야 할 일이 없는 은퇴생활자들도 많이 거주합니다.
다행히도 희망이 있습니다. 7호선 노선이 연장되면서 옥정에도 지하철역이 생기게 됩니다. 1단계 옥정역, 2단계 옥정중앙역이 예정돼 있습니다. 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가 경기 북부를 지나가면서 덕정역이 생깁니다. 양주에서 서울 강남 삼성역까지 20분대 주파가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하지만 덕정역은 옥정이 아닌 회천지구이고 구도심 생활권이라 좀 거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기 신도시인 동탄과 운정은 얼마 전 GTX-A 노선이 개통하면서 편의성과 집값 등이 많이 상승했죠. 그래서 옥정신도시 주민들도 기대감이 큽니다.
24평 3억 "가격 매력"
아쉬운 점은 또 있습니다. 일자리가 없어서 자족 기능이 많이 떨어집니다. 2기 신도시인 동탄이나 광교, 판교 등과 달리 기업 유치를 못 했거든요. 그래도 테크노밸리 조성 등 지방자지단체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종 편의시설 인프라도 부족합니다. 다행히도 상급병원이 생기게 됩니다. 경기도 공공의료원 유치가 확정됐거든요. 옥정 지형 자체가 분지 형태라 안개도 잘 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점을 상쇄할 만큼 장점들이 명확합니다. 신축 아파트인데 집값은 저렴하고 잘 정비되고 녹지까지 풍부해 주거 여건이 뛰어나다는 거죠. 조용하고 공원 산책 등 자연친화적인 생활 스타일을 추구하는 분에겐 적합할 것 같습니다.
옥정의 교육 환경은 어떨까요. 인구가 단기간에 급속히 늘면서 학교 수요가 많아졌고 과밀화도 심각합니다. 사실 대부분 신도시의 학군이 열심히 달려가는 단계입니다. 시간은 다소 걸리겠죠. 학원가는 중심상업지구와 대로변에 몰려 있는데 최근에 많아졌어요. 저희가 세어봤는데 150여 개가 넘습니다. 학원비도 저렴한 편입니다.


김정은 한국경제 기자 | 사진 이문규 한국경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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