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의 상장을 앞두고 증권사의 관심이 뜨겁다. LG CNS는 구광모 LG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유일한 계열사다. 그룹 차원의 주가 부양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높은 구주매출 등을 이유로 상장 후 매물 폭탄 우려도 나오는 가운데, 해외 매출처 확보가 관건으로 꼽힌다.
[마켓 트렌드]
일각에선 LG에너지솔루션처럼 ‘반짝’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구광모 LG 회장이 유일하게 지분을 가진 계열사가 LG CNS라는 점에서 그룹 차원에서 주가 부양책을 총동원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년 만에 자회사 또 상장
LG CNS의 상장을 향한 시장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영향이 크다. 3년 전인 2022년 1월 LG화학에서 물적분할을 한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시킨 이후 LG그룹이 또다시 계열사의 IPO를 추진했다는 점에서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동반 하락하며 LG그룹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도 낮아진 상황이다.
LG그룹 측은 LG CNS가 기존 기업에서 떨어져 나온 분할 기업이 아니어서 '중복 상장'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현규 LG CN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LG CNS는 1987년 미국 EDS와 합작해 설립된 회사여서 중복 상장이 아니다"라며 "대주주인 ㈜LG의 주주들에게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해 이익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LG CNS의 지분을 49.95% 보유한 모기업 ㈜LG가 증시에 상장돼 있어 논란을 비껴갈 수 없다는 게 금융투자 업계의 지적이다. 자회사인 LG CNS가 상장하면 LG의 주주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PO 시장이 한풀 꺾였고 국내 증시 침체로 '코리아디스카운트' 문제가 도마 위로 오른 것도 LG CNS의 상장에 비우호적인 여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LG그룹 계열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인 LG CNS는 2023년 상장을 준비했으나 시기를 미뤘다. 지난해 10월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로부터 심사 승인을 받은 이후 공모 절차에 속도를 냈다. 상장 준비 초기엔 IPO 시장의 호황으로 기업 가치가 최대 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하면서 몸값이 6조 원대로 낮아졌다. 희망공모가는 5만3700~6만1900원을 제시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5조2027억~5조9972억 원이다.
구주매출로 맥쿼리 등 투자금 회수
LG CNS는 이번 상장에서 1937만7190주를 공모한다. 공모 규모는 1조406억~1조1994억 원이다. 공모 규모는 1조 원대지만,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은 절반인 5000억~6000억 원에 불과하다. 총 공모주식 가운데 기준 주주가 보유 주식을 매각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주매출 비중이 전체 공모주식의 절반인 968만8595주에 달하기 때문이다. LG CNS의 지분 35%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사모펀드 맥쿼리자산운용이 5000억 원 안팎의 투자금을 회수한다.
일반적으로 구주매출 비중이 높을 경우 공모 흥행에 악영향을 미친다. 회사의 장기 성장에 공모 자금이 쓰이지 않고 기존 주주들은 지분을 털고 나가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LG CNS는 공모로 조달한 자금 중 3300억 원을 인수합병(M&A) 등 영업양수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채무 상환과 시설 투자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CFO는 “시장 친화적인 겸손한 몸값으로 공모가를 책정했기 때문에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는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LG CNS의 기업 가치가 사업 영역이 비슷한 기업들보다 다소 높게 책정됐다고 보고 있다. LG CNS는 비교 기업으로 삼성SDS, 현대오토에버, NTT 데이터 세 곳을 선정하고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인 22.6배를 적용해 기업 가치를 평가했다. 현대오토에버(PER 24.7배), NTT 데이터(27.4배)보다는 낮지만, 삼성SDS(15.6배)보다 높게 기업 가치를 산정한 것이다.
비교 기업들은 상장한 국내외 IT 서비스 대기업 중 2023년 기준 IT 서비스 관련 매출 비중이 40% 이상인 곳이다. LG그룹 기반 제조와 공공부문 사업을 담당하는 LG CNS와 마찬가지로 삼성SDS는 삼성그룹 기반 제조와 물류, 현대오토에버는 차량용 소프트웨어(SW)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 CNS는 시스템 개발과 유지보수 관리 측면이 강해 삼성SDS와 기업 가치를 비교하는 게 합리적인데, 삼성SDS보다 공모가가 다소 높게 산정됐다”고 평가했다.
LG CNS는 삼성SDS보다 매출 규모는 작지만, 영업이익률 측면에선 다른 비교 기업들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 2023년 영업이익률은 8.3%, 2024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7.9%다. 5~6%대인 삼성SDS, 현대오토에버, SK㈜ C&C 사업부 대비 가장 높았다.
계열사 매출 비중 62%
LG CNS는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대신 공모가 할인율을 최근 5년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평균(21.9~35.7%) 대비 높였다. LG CNS는 주당 평가가액 8만9378원에서 30.7~39.9% 할인해 공모가를 제시했다.
LG CNS의 실적 증가세가 더뎌지고 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14%에 불과해 국내 의존도가 높다는 점 등도 기업 가치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힌다. LG CNS는 그룹 내 유일한 IT 서비스 업체로서 계열사향 매출 비중이 약 62%로 다른 경쟁사들보다 높다. 캡티브 고객을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했다는 강점이 있지만, 국내 IT 서비스 시장의 성장 전망이 밝지 않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IT 서비스 시장은 전년 대비 12% 성장했지만, 디지털 침투율이 높아지며 202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9.4%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폭이 지속해서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는 LG CNS가 LG그룹 외에 비계열사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는지, 해외 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는지가 중장기적 성장에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스마트 팩토리 등에 대한 제품 경쟁력 강화를 통한 신규 수주 확보와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부문 확대 기조에 따라 클라우드와 스마트 엔지니어링 중심의 대외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200 편입 가능성 희박
LG CNS의 매출은 2019년 3조3000억 원, 2021년 4조1000억 원, 2023년 5조6000억 원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14.3%의 성장했다. 지난해 연매출은 6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 주요 품목별 매출 비중은 디지털 비즈니스 서비스(26%), 클라우드와 AI(54%), 스마트 엔지니어링(20%)이다. 디지털 비즈니스 서비스는 기업 컨설팅과 시스템 구축 및 통합 서비스(SI), 시스템 운영 및 관리(SM)를 말한다. 이 중 클라우드와 AI 부문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성장률은 전년 대비 19.4%에 달했다. 이 부문의 매출 비중은 2021년 45%에서 2023년 52%로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사보다 클라우드 운용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어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며 "금융 DX, 스마트 물류, 스마트 시티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LG CNS의 상장 후 주가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상장 직후 유통할 수 있는 물량은 상장 예정 주식 수의 약 28.5%다. 기관투자가들의 보호예수 물량을 제외하면 19% 안팎으로 예상된다. 최근 상장한 기업들 대비 유통 물량이 많아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 우려가 제기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첫날부터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경우 주가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코스피200 지수 편입 가능성도 적다. 그동안 상장한 조단위 '대어'들 중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된 이후 주가가 급등한 사례가 많다. 2023년 11월 상장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도 지수 특례 편입 기대감에 따른 투기 세력이 유입되며 주가가 올랐다.
그러나 LG CNS는 편입 규정이 개정되면서 편입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과거엔 상장일 이후 15일까지의 평균 시가총액이 코스피 보통주 50위 이내일 경우 수시 변경 신규 상장 특례에 해당해 지수에 편입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규정이 바뀌면서 시가총액뿐만 아니라 50위 종목 유동 시가총액의 50% 수준에 달해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됐다.
구광모 회장 지분 1.12% 보유
대형 IPO 종목이 적은 유통 물량을 기반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조기 편입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에는 수시 변경 신규 상장 특례에 실패하더라도 상·하반기 정기 변경 심사기준일인 4월 말과 10월 말 이전 15거래일 평균 시가총액이 코스피 보통주 50위 이내이면 정기 변경 때 대형주 특례로 편입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심사기준일 대비 상장 6개월 이내 종목은 해당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2월 상장 예정인 LG CNS는 반기 정기 변경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고 수시 변경 신규 상장 특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 연구원은 "유동 비율을 감안했을 때 LG CNS가 신규 상장 특례를 적용받으려면 시총이 23조 원을 넘어야 한다"며 "MSCI 등 주요 지수의 편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주들은 LG그룹의 주가부양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LG CNS는 구광모 LG 회장이 1.12%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구 회장이 지주회사 외에 유일하게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다.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이 별세한 2018년 LG CNS 지분 1.12%를 ㈜LG 지분 8.76% 등과 함께 구 회장이 상속받았다. 구 회장 외에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0.84%), 구본준 LX홀딩스 회장(0.28%), 구본식 LT그룹 회장(0.14%) 등도 LG CNS 주식을 갖고 있어 총수 일가의 직간접 지분율이 높다.
상장에 성공하면 구 회장이 보유한 LG CNS 주식의 가치는 1000억 원 안팎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 CNS의 성장이 지주회사 LG와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와 일치하기 때문에 그룹 차원의 장기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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