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인테리어는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스플레이의 크기부터 배치 방식, 형태까지 과감한 시도가 줄 이은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는 기존 자동차 디스플레이의 개념을 깨는 새로운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자동차]
자동차 디스플레이의 미래
HYUNDAI MOBIS

현대모비스는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투명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프로젝터를 이용해 자동차 전면 유리창을 디스플레이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자동차 대시보드에 장착된 디스플레이 장치는 모두 사라지고, 대신 전면 유리창 하단에 주행 정보와 내비게이션, 음악 플레이리스트 등 각종 콘텐츠를 파노라마로 구현한다.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HOE(Holographic Optical Element)’라는 광학 소자를 활용한 특수 필름을 사용하는데, 빛의 회절(휘어져 도달하는 빛의 파동 현상) 원리를 이용해 프로젝터에서 투사된 이미지나 영상을 탑승자의 눈 위치로 전달한다고. 운전석에서는 조수석 승객의 화면이 보이지 않는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도 구현이 가능하다. 더 놀라운 건 바깥에서 보면 그냥 투명한 유리창이지만 안에서는 온갖 정보가 생생히 전달된다는 것. 높은 밝기와 색재현율을 통해 외부 날씨와 관계없이 선명한 화면을 제공한다. 현대모비스는 이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독일 광학 기업인 자이스(Zeiss)사와 공동 개발 중이며, 이르면 오는 2027년부터 양산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디스플레이의 미래
CONTINENTAL

크리스털로 된 기어 스틱까진 봤다. 그런데 이건 크리스털로 만든 디스플레이다. 독일의 자동차부품 제조사 콘티넨탈은 오스트리아 스와로브스키 모빌리티와 함께 ‘이모셔널 콕핏’을 선보였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감싼 두 개의 디스플레이가 특징. 유기적으로 통합된 듯한 디자인은 마치 상단 디스플레이가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시각적 효과를 연출한다. 12.3인치 TFT 디스플레이는 투명한 크리스털 표면 아래에 위치하는데, 백라이트를 제어하는 ‘풀 어레이 로컬 디밍’ 기술을 탑재해 매우 밝은 화면부터 깊은 어두움까지 모두 구현한다. 상단에 위치한 3.5인치 ‘위젯 크리스털’ 역시 크리스털로 감싸져 있기는 마찬가지. 정교하게 절단된 크리스털 표면 뒤에 첨단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내장했으며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 기능을 제공해 날씨와 위치, 충전 상태 등의 주요 정보를 제공한다.
자동차 디스플레이의 미래
BMW

BMW는 양산형에 가까운 ‘파노라믹 iDrive’를 공개했다. 이는 운전자 중심으로 고안된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로 BMW가 신규 개발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BMW 파노라믹 비전’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기존 운전석 앞에만 있던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전면 유리 전체로 확장한 것이 핵심. 운전자는 중앙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BMW 파노라믹 비전의 중앙과 우측에 보이는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 있다. 3D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BMW 파노라믹 비전과 조화를 이루도록 새롭게 구성했다. 전면 유리 아랫부분을 활용해 탑승객의 시야에서 가장 적합한 높이로 통합 내비게이션과 자율주행 정보를 직접 보여준다. 이외에도 ‘매트릭스 백라이트’ 기술을 적용한 중앙 디스플레이는 친숙하면서도 향상된 메뉴 구조를 보여주며, ‘퀵셀렉트 기능’을 통해 터치 방식으로 각종 기능과 다양한 콘텐츠를 제어할 수 있게 했다. 파노라믹 iDrive는 당장 올해 말 양산 예정인 ‘노이어 클라쎄’를 시작으로 모든 신형 모델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자동차 디스플레이의 미래
HARMAN

삼성전자의 오디오·전장 자회사인 하만에서는 자동차에 공감과 상황 인식을 더한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가장 눈길을 끈 건 AI 음성 비서(보이스 에이전트) ‘루나’다. “하이 루나” 하고 부르면 증강현실(AR) 기반의 헤드업 디스플레이인 ‘레디 비전 큐뷰’를 통해 시각화되는데, 차량 내 비서답게 운전자의 졸음 여부나 스트레스 등을 감지한다. 피곤해 보인다 싶으면 커피숍으로 갈지 묻고, 곧바로 최적화된 경로를 안내해주는 식이다. 이는 운전자와 탑승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하만의 ‘레디 케어’ 기술 덕분. 차량 내 탑재된 카메라로 운전자의 동공과 표정은 물론, 졸음 여부나 호흡 등을 체크하며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는데 카오디오 시스템과 연동돼 자연의 소리를 재생하거나, 조명 조절 및 마사지 기능을 작동시키기도 한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