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며, 무역적자 해소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대한 압박을 높일 것이다. 정책의 변화와 글로벌 경제의 재편 과정은 새로운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가져올 전망이다.
[투자 인사이트]

온쇼어링·관세 등 물가 자극 요인
즉, 이들은 서로 각기 다른 운동 능력을 필요로 하며, ‘속도’, ‘힘’, ‘지구력’ 모두를 최고 수준으로 갖춘 만능 선수는 안타깝게도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특정 선수가 이 세 가지 능력을 동시에 갖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결국 어느 하나는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역시 이러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정책 목표별로 여러 상충되는 부분이 존재하는 만큼, 기존에 강조한 모든 추진 과제를 완벽히 수행내기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하에 다양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의 목표는 크게 △미국 내 생산 및 일자리 창출 △인플레이션 통제 △금융 시장의 안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트럼프는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천명하고 있다. 해외 생산시설을 자국 내로 이전하는 온쇼어링(onshoring)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미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인건비를 비롯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높이고 제품 가격 상승을 야기해 향후 소비자물가를 재차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물가 상승은 국민들의 실생활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신뢰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와 공화당 측은 ‘인플레이션 통제 실패’를 바이든 정부에 대한 주요 공격 포인트로 내세우며 압승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만약 트럼프 2기에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경우 2년 후 중간선거에서는 이 점이 다시 역풍으로 돌아올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는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 역시 주요 목표로 가져갈 것이다. 다만, 트럼프의 주요 공약인 관세 인상은 미국의 수입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으며, 강경한 이민 정책에 따른 노동력 부족도 물가 상승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2기는 감세 및 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 시장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려 할 것이다. 현행 21%의 법인세를 15%로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시장 개입은 최소화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는 규제 완화에도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들이 기업들의 비즈니스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세수 감소로 인해 미국의 재정 적자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이 우려로 남아 있다.
경기 펀더멘털 견조…주식 비중 확대
결국 상기 세 가지 정책 목표와 세부적인 공약들은 서로 상충되는 효과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
2020년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 시에도 민주당이 상하원을 싹쓸이하며 블루 웨이브(Blue Wave)를 달성했으나, 실제 입법 처리 과정에서는 난항을 겪으며 다수의 정책이 수정된 경험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정책 현실화 여부, 그리고 추진 과정에서의 우선순위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여러 불확실성 요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2.0이 주는 기회 요인에 우선적으로 주목하는 이유는 미국 주도의 경기 사이클이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시장 흐름을 복기해보더라도 지난해 8월 미국 고용 둔화에 따른 침체 리스크가 불거지기도 했으나, 차후 공개된 지표들을 통해 이러한 우려가 기우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미국 증시는 연말까지 신고가 랠리를 유지했다. 이는 시장 방향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결국 경기 펀더멘털에 달려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미국 소비를 비롯한 주요 지표들이 견조한 흐름을 공고히 이어가고 있으며, 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그간 미뤄졌던 투자 및 생산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실물경기를 추가로 자극하는 동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호적 경제 환경을 바탕으로 시장 내 위험 선호 역시 유지될 것으로 보며,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 확대를 통해 기회를 모색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역설적으로 경기가 너무 좋다는 점에서 잠재적 악재가 튀어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물경기가 예상보다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높여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 2.0 시대의 위험 요소까지도 두루 감안한 포트폴리오 구축을 선행해야 한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을 상징하는 뱀의 움직임처럼 위험을 경계하며 신중한 접근을 취하되, 기회 요인에 대해서는 한발 앞서 과감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올해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홍동희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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