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증권사가 2025년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모두 마무리했다. 상당수의 금융사가 슬림화와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자산관리(WM) 조직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커버스토리] 2025 자산관리 뉴 트렌드 | 인사 키워드
은행, 자산관리 수장 대거 교체…증권사도 WM 조직 강화
금융권이 새해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고 진용을 정비했다. 전반적으로 불필요한 조직을 없애고 통합해 조직 운용을 효율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자산관리(WM) 부문에도 각 금융사마다 크고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는데, 특히 은행권은 WM을 진두지휘하는 임원을 대부분 새 인물로 바꾸며 쇄신을 꾀했다.

또 다수의 증권사가 WM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증권사의 주요한 성장 축인 초부유층 대상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신규 WM 부서를 설립하고, 핵심 인재를 전진 배치해 리테일 영역에 힘을 실어줬다.
은행, 자산관리 수장 대거 교체…증권사도 WM 조직 강화
젊어진 ‘국민’…시너지 확대한 ‘신한’

KB국민은행은 이번 인사의 배경 중 하나로 ‘젊고 역동적인 KB를 위한 세대교체’를 꼽았다. 실제로 새 경영진의 95%를 1970년대생으로 꾸렸다. 국민은행 WM 전략의 핵심인 WM고객그룹을 진두지휘하게 된 이윤석 신임 WM고객그룹 대표(상무)도 1970년생이다. 이 상무는 국민은행 상동역지점장, 신현동지점장을 거쳐 WM상품부장, WM투자상품부장을 맡으며 WM 전문성을 키웠다. 또 영업그룹 내에는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영업 전략을 주도하는 WM추진본부가 속해 있는데, 신규 선임된 박병곤 부행장이 이 그룹을 총괄하게 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꾸준한 성과와 역량을 보인 우수 인재를 임원으로 선임했고, ‘영업과 고객 중심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영업 현장 경험을 보유한 인재들을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임원 인사와 함께 부문·담당 체계를 강화하고 조직 슬림화를 도모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WM 조직에도 일부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별도 조직으로 존재했던 연금사업본부가 WM고객그룹 아래로 이동했다.

신한은행도 대규모 인적 쇄신을 위해 임원 14명 중 9명을 교체했다. WM 영역이 속한 영업추진1그룹장에는 김재민 부행장이 선임됐다. 1967년생인 김 부행장은 리테일, 기업, 해외법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근무 경험을 쌓아 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신한은행 일본법인인 SBJ은행에서 쌓은 경력이 두텁다. 2004년 SBJ은행 동경지점 부지점장을 기점으로 일본 현지 경험을 시작했으며, SBJ은행 요코하마지점장, SBJ은행 동경본점영업부장, 신한은행 시화기업금융2센터장, 신한은행 총무부장 등을 거쳤다. 이번 인사에서 영업추진1그룹장으로 선임되기 직전에는 SBJ은행 부사장(상무)을 지냈다. 고객 관리와 영업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가진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신한은행은 인사와 함께 단행한 조직 개편에서 기존 영업추진4(WM)그룹에 속했던 WM 영업 관련 조직을 ‘PWM본부’로 재편해 영업추진1그룹에 편제했다. PWM본부는 김노근 본부장이 맡는다. 본부 산하에는 자산관리기획실, WM추진부, PWM영업본부가 소속됐다. 신한은행은 개편을 통해 영업추진그룹 채널 간 시너지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조직 개편의 핵심은 고객몰입형 조직으로의 전환”이라며 “기존의 사업 전략인 연결과 확장을 더욱 강화하고 디지털 사업과 현장의 영업력을 확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했다.

우리은행도 업무가 비슷한 부서를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조직의 군살을 덜었다. 특히 WM그룹이 새롭게 출범했는데, 기존 자산관리그룹과 연금사업그룹을 하나의 조직으로 합쳐 효율성을 높였다.

우리·기업은행, 여성 WM 부행장 선임

WM그룹을 이끌 수장으로는 김선 집행부행장이 낙점됐다. 여성 임원인 김 부행장은 1969년생으로, 우리은행 잠실새내역지점장, 상암DMC금융센터 영업그룹장, 서초VG 서초금융센터 본부장, 투자상품전략본부장을 거쳤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이라는 대명제를 중심에 두고 본부조직 슬림화와 영업조직 효율화를 위한 고민을 담아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며 “한층 젊어지고 역동적인 경영진과 함께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본업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IBK기업은행도 여성 부행장을 WM 임원으로 내세웠다. 지난해까지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을 맡았던 오은선 부행장이 신임 자산관리그룹 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 부행장은 1968년생으로, 기업은행 남동중앙지점장, 금융소비자보호부장, 외환사업부장, 강남지역본부장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이영우 신임 투자상품·자산관리부문 부행장이 WM사업부, 신탁부, 퇴직연금부 등 자산관리 영역을 총괄하게 됐다. 1968년생인 이 부행장은 농협은행 창원대 지점장, 감사기획국장, 대손보전기금부장, 개인고객부장, 울산본부장을 지냈다.

하나은행, WM 임원 유임…신사업 중심 조직 개편

하나은행은 6개 주요 은행 중 유일하게 WM 최고 임원을 유임시켰다. 기존 김영훈 부행장이 자산관리그룹장을 유지한다. 김 부행장은 2023년 자산관리그룹장 겸 WM본부장(상무)으로 신규 선임된 이후 2년 동안 WM 영역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평을 받는다.

WM 조직 구성에는 변화를 줬다. 그룹의 시니어 특화 서비스인 ‘하나더넥스트(HANA THE NEXT)’의 성공을 위해 기존 자산관리그룹을 이 사업 중심으로 다듬었다. 자산관리그룹 내에 하나더넥스트본부를 신설해, 시니어 사업을 본격화하고 컨설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자산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 조직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다.

자산관리그룹은 하나더넥스트본부와 신탁투자상품본부로 나뉘는데, ‘하나더넥스트’ 사업을 초기부터 진행해 온 이은정 WM본부장이 하나더넥스트본부장에 앉게 됐다. 또 유언대용신탁 등 신탁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재철 신탁본부 부행장이 신탁·투자상품본부를 맡아 상품 기획 및 개발, 관리 등을 이끌 예정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도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고 WM 조직 전열을 가다듬은 모습이다.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은 WM 부문 강화 차원에서 PWM 부문을 새롭게 만들고, 김화중 부문 대표(상무)를 책임자로 발탁했다. 김 상무는 1978년생으로, 40대의 젊은 나이에 ‘별’을 달게 된 여성 임원이다.
은행, 자산관리 수장 대거 교체…증권사도 WM 조직 강화
WM 전열 가다듬은 증권 업계

2004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했던 김 상무는 2008년 홍콩계 헤지펀드 리서치 쪽으로 적을 옮겼다가, 2011년 미래에셋증권으로 다시 돌아왔다. 미래에셋증권의 VIP 자산관리 담당 부서인 세이지솔루션 부서에서 팀장, 본부장 등을 맡으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과감한 세대교체와 여성 임원 중용으로 업계 내에서 눈길을 끈 바 있는데, 이번 인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이다. 실제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비전과 역량을 갖춘 우수한 여성 리더를 포함한 젊은 리더를 과감히 발탁했다”며 “조직의 역동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에서는 이재경 전 PWM사업부 대표(전무)가 신임 리테일사업총괄부문장(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씨티은행 프라이빗뱅커(PB) 출신으로 WM 업계 커리어를 시작한 이 부사장은 삼성증권에서 SNI강남파이낸스 지점장, SNI본부장으로 일했으며, 2021년 NH투자증권에 합류해 프리미엄 블루본부 대표, PWM사업부 총괄대표를 거쳤다.

이 부사장이 지난해까지 맡았던 PWM사업부는 조직 개편을 통해 WM사업부로 명칭이 바뀌었다. 초부유층 고객을 타깃으로 사업을 펼쳤던 프리미어블루본부의 배광수 대표가 WM사업부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프리미어 블루본부장 자리에는 오태동 전 리서치본부장이 앉게 됐다. 또 디지털자산관리 등의 산하 조직을 둔 디지털사업부는 강민훈 대표가 맡는다. NH투자증권은 30억 원 이상 초부유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테일혁신추진부’도 신설해 WM 역량을 강화한다.

메리츠증권도 이번 조직 개편에서 WM에 무게를 실었다. 메리츠증권은 본부 체제였던 리테일 조직을 ‘리테일부문’으로 격상하고, 리서치센터장이었던 이경수 전무에게 리테일부문장 자리를 맡겼다. 1974년생인 이 부문장은 ‘최연소 리서치센터장’으로 주목받은 베테랑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앞으로 메리츠증권의 리테일부문을 진두지휘하면서, 리테일부문 산하에 조직된 초고액자산가 전담 프라이빗투자은행(PIB)센터장도 겸직할 예정이다.

이 밖에 주요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박재현 개인고객그룹장·전무)과 삼성증권(박경희 WM부문장·부사장), 신한투자증권(정용욱 자산관리총괄 대표·사장), KB증권(이홍구 WM부문 대표·사장), 키움증권(나연태 WM부문장·상무) 등은 WM을 총괄하는 최고 임원에 변동이 없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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