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가 시작됐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행보를 봤을 때, 집권 1기보다 2기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 강하게 드러낸 경우가 많았다.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보에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다.

[마켓 리더의 시각]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탑승한 항공기가 그린란드 누크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AFP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탑승한 항공기가 그린란드 누크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AFP
지난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정부 집권 기간 동안 우리가 목격하게 될 가장 커다란 변화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영토 확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평생을 부동산 투자자로 살아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정 운영 역시 부동산 투자와 유사한 방식을 줄곧 사용해 왔다. 많은 동맹국들을 소통과 설득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마치 부동산 매매처럼 제로섬 게임의 거래처로 여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국정 운영 전략도 이와 유사한 형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전개될 영토 확장은 ‘물리적 영토’를 꼽을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트럼프 2기 동안 미국의 물리적 영토가 일부 확대되는 것을 목격할지도 모른다. 대표적으로 그린란드를 꼽을 수 있다. 그린란드 자치령에 따르면 그린란드 주민들의 투표에 의해 얼마든지 덴마크에서 벗어나 독립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 있다. 2009년 ‘자치정부법’이 통과된 이후, 그린란드는 더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됐고, 독립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재벌’ 트럼프의 국정 전략

물론 표면적으로는 그린란드 측에서도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소망은 독립”이라고 강조하고는 있다. 대표적으로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그린란드의 독립은 그린란드의 일”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미국으로의 편입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린란드는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에게데 총리는 미국과 방위 및 자원 분야에서 관계 강화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2009년 분석에 따르면, 그린란드 영해에는 약 48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석유 매장량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뿐만 아니라 인회석, 니켈, 구리, 인산염, 티타늄 등 다양한 광물자원도 대량으로 보존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미국이 그린란드를 비롯해 또 다른 자원 강국인 캐나다 등에 대해 영토 편입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한다면, 전 세계 자원 수급의 흐름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처럼 중국이 희소금속 수급을 기반으로 한 영향력 행사도 약화될 수 있다.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관여도 보다 소극적인 흐름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전개될 영토 확장은 ‘우주 영토’를 꼽을 수 있다. 우주는 위성항법장치(GPS), 네트워크, 인공지능(AI), 군사화와 무기화, 우주 자원 확보 등 그 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이 이처럼 높아지기 훨씬 전부터 우주 영역을 둘러싼 우주 분야 국제 규범의 형성을 놓고 주요국들의 논의는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1950년대 이래 국제사회는 우주에서의 군비 경쟁 방지와 지속 가능한 우주 환경 조성을 위해 규범적 방안을 모색해 왔다.

현재 우주 분야 국제 규범에 대한 논의는 주로 강대국을 중심으로 유엔 차원에서 진행해 왔다. 하지만 논의에 참여한 국가들 간에서도 일치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하자, 현재는 국제 조약 채택보다는 국가 간 공동의 합의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상황이다.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규범이 도출되지 못한 상황에서 우주 공간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규범이 도출되기 전에 미리 많은 영향력을 확보해 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스페이스X를 활용한 미국의 우주 개발 사업은 중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를 압도하고 있다. 2024년 스페이스X는 총 150회의 로켓 발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2024년 초부터 11월까지 정부 지원금으로 이루어진 발사 24건 중 19건(79.1%)을 스페이스X가 담당했다.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이 지난해 11월 1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의 ‘스타베이스’에서 6번째 시험비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이 지난해 11월 1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의 ‘스타베이스’에서 6번째 시험비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이에 반해 중국은 정확한 수치를 제공하지는 않았지만, 10회 이하의 로켓 발사가 수행된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의 독주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미국과 이외의 국가 간 격차는 더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여타 국가들은 스페이스X를 통해 쏘아 올린 미국 위성이 놓여 있지 않은 빈 자리 정도만 자신들의 위성을 올려야 할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우주·사이버도 영토 분쟁 가능성

한때 경제적으로 별다른 가치가 없어 보였던 영토가 막대한 자원이 확인돼 금싸라기 땅으로 변모했던 것처럼 우주 공간 역시 유사한 경로를 걸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 영토 확장은 트럼프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일 것이다.

마지막 영토 확장은 사이버 영토다. 원래 사이버 공간은 글로벌 공유지로 인식해 왔다. 어떤 국가도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없는 비국가 영역으로 간주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이 국가별, 기업별로 분할될 움직임이다. 인터넷 공간의 블록화 또는 발칸화 추세를 스플린터넷(splinternet)이라 부른다. 스플린터넷은 ‘쪼개진다(splinter)’와 ‘인터넷(internet)’의 합성어다.

스플린터넷은 2018년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이 언급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앞으로 온라인 시장은 미국 주도의 인터넷과 중국 주도의 인터넷으로 쪼개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슈밋 전 회장의 언급처럼 스플린터넷의 가장 큰 특징은 지리적, 상업적으로 구분된 인터넷이라 할 수 있다. 미·중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국가 안보 문제가 대두된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가 데이터 보호를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각 국가들은 인터넷 통제와 규제를 도모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 역시 제한받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 러시아에서 수행해 왔던 인터넷상에서의 제약들은 부분적인 차단과 단절에 국한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구분된 인터넷 환경을 지향하는 곳은 중국, 러시아만이 아니다. 이란, 사우디, 북한 등의 국가들 역시 다른 나라에서 유입되는 온라인 콘텐츠를 검열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고, 인위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전 세계가 단일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이 아니라 국가별로 구분된 네트워크로 분절되기 시작한다면 가장 큰 피해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다. 트럼프 2기에 사이버 영토 분쟁을 주목해야 할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할 때, 트럼프 2기에 우리가 목격할 산업적 변화 내지 금융투자적 변화들은 모두 영토 분쟁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쉽게 이해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물리적 공간을 기반으로 한 자원 수급과 방위산업 간의 분쟁, 우주 공간에서 펼쳐질 새로운 영토 분쟁, 사이버상에서 전개되는 데이터 주권, AI 산업 등이 아마 트럼프 2기에 가장 빠르게 확장할 사업 부분이 아닐까 싶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