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2기가 출범하며 정책 방향과 수혜 분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시대의 투자 전략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머니토크]
“美 강세장 평균 57개월, 절반 온 것…트럼프, 재생에너지 배제 아닌 병존”
“美 강세장 평균 57개월, 절반 온 것…트럼프, 재생에너지 배제 아닌 병존”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라 새로운 투자 기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국내에선 퇴직연금이 최근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머니 토크’에서는 장두영 쿼터백그룹 대표, 차홍선 케미칼에너지투자자문 대표와 함께 심층 점검에 나섰다.

장 대표가 이끄는 쿼터백그룹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 투자와 맞춤형 포트폴리오 운용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연금을 비롯한 종합자산관리로 분야를 확장 중이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의 차 대표는 에너지와 소재 산업에 정통하며, 글로벌 시장과 기술 트렌드에 기반한 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투자 전문가로 꼽힌다.

- 뉴욕 증시의 고평가 우려가 나오는데, 앞으로 계속 고점을 뚫고 상승할 수 있을까.

장두영 쿼터백그룹 대표(이하 장 대표)
“현재 시그널상으로는 여전히 미국 시장에 대해 우호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1940년 이후 강세장은 평균 기간 약 57개월 동안 유지됐다. 이때 평균 수익률은 약 154%였다. 반면 약세장의 평균 기간은 12개월 정도였고 평균 하락률은 약 31%였다. 현재 시장 사이클을 보면, 강세장이 약 27개월 정도 진행됐고, 지난 2년간 약 60% 상승한 상태다. 이를 감안하면, 미국 시장은 여전히 강세장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강세장은 약세장보다 훨씬 길게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저희는 미국 시장에 대해 일정 비중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급격히 하락하면, 한국 증시도 그 영향을 받을 것이다.”

- ‘트럼프 2기’의 에너지 정책을 시장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차홍선 케미칼에너지투자자문 대표(이하 차 대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저원가의 에너지’를 선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민 대통령을 표방하며 가장 낮은 에너지, 즉 석유와 가스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석유와 가스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다. 이는 미국 달러 패권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미국 1등주의’ 에너지 정책이다. 동맹국을 활용하기보다 자국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는 ‘중국에 대한 견제’다. 1985년 당시 일본이 G2 국가였지만, 환율 조정과 반도체 수출 제한 등으로 위상이 약화된 사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에서 화웨이를 공격하며 견제하기 시작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기조를 이어받았다. 2등은 낮추고 1등은 높이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테슬라가 가장 성장한 시기가 트럼프 1기 정부라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코 친환경 에너지를 폄하하지 않는다. 지금 그의 옆에는 전기차의 대표 주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 그러면 어떤 일들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차 대표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중시되고 전기차, 수소와 ‘병존’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석유와 가스에 무게중심을 두지만 친환경 에너지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는 단순히 석유와 가스의 대체재가 아니라 ‘미래 기술’의 핵심이다. 미국과 동맹국이 전체 시장의 75% 정도를 점유해야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

- 트럼프 집권 2기에는 CES보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텍사스 구상인 스타베이스(스페이스X 전용 우주발사장)에 사람이 더 몰린다는 말도 나온다.

차 대표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약간 오해를 하는 것 같다. 트럼프는 기술을 상당히 중시하는 대통령이다. 현재는 석유와 가스 기반의 경제를 강화하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 트럼프 2기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부상할 분야는 반도체라고 본다. 과거 화웨이의 기세를 꺾고, 반도체 분야의 자급자족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러면 왜 일론 머스크 CEO가 그의 1급 참모가 됐을까. 머스크는 테슬라, 스페이스X, 뉴럴링크 등을 이끌며 전기차, 자율주행, 로보택시, 인공위성 등 다방면에서 기술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트럼트 대통령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우주항공, 양자 컴퓨터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트럼프가 ‘기술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가 부각되는데, 퀀트 분석에서는 어떤 전망을 하나.

장 대표 “한국 증시는 과매도 현상이 나타난 상황으로 보인다.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 수준으로, 글로벌 기준에서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 단순히 저평가된 상태라고 해서 모든 종목을 매수하기보다는 모멘텀이 있는 종목과 업종을 선택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모멘텀의 핵심은 결국 이익이다. 최근 한 달 사이에도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익 전망이 반등하는 시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저희는 배당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운영 중이며, 특히 금융주 비중을 높게 두고 있다. 해외 주식 투자가 많이 늘긴 했지만,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보유 잔고는 약 940조 원, 해외 주식은 약 114조 원이다. 지금은 해외 주식으로 과도하게 집중하거나, 국내 주식을 지나치게 비우는 것도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한다.”

- 최근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으로 쏠리는 현상을 어떻게 보나.

장 대표
“해외 주식으로의 자금 쏠림현상이 최근 급격히 늘어난 건 사실이다. 해외 주식 투자의 약 90%는 미국 주식에 집중되고 있다. 국내 주식은 세제 혜택 면에서 더 유리한 측면이 있고, 정책적 지원과 이익이 같이 반영되는 시점에는 투자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선다면 위기상황이 오겠지만, 환율이 안정화되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다시 국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다. 그만큼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 최근 인공지능(AI)이 개인비서화되고 있다. 자산관리 시장에서 AI가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장 대표
“크게 투자와 투자를 제외한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재무 설계, 세무, 은퇴 관리 등이 해당한다. AI는 특히 데이터를 처리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뛰어난 도구다. 예를 들어, 종목 분석을 맡기면 다트(DART) 공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읽어 와 빠르게 해석하거나 지표를 분석하는 작업은 AI가 잘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사람의 작업 속도를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 사람을 대체하는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고 판단한다.”

- 우리나라 반도체와 관련해서 반도체 소재 산업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차 대표
“우리나라 반도체 소재 산업이 얼마나 클 수 있을까. 현재 반도체는 AI 칩 메이커인 엔비디아, 파운드리 업체 TSMC, 또 HBM을 만드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 장비 업체인 ASML 등이 대표적으로 주목받는다. 엔비디아는 매출액 200조 원, 시가총액은 4000조 원에 달한다. 비메모리 분야는 지금 대만이 축이다. 또 중국이 계속 치고 들어오려고 한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 앞으로 기회가 있다고 보는 게 지금 1985년 상황과 유사하다. 일본을 G2 국가에서 G3 국가로 밀어내기 위해 미국은 반도체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지금 미국은 비메모리 분야에서 인텔을 키우려고 한다. 현재 TSMC가 약 85% 점유율을 가진 시장이다. TSMC의 압도적 점유율은 미국에서 볼 때 긴장할 수 있는 요소다. 그러면 미국이 중국과 대만을 견제하는 가운데, 한국이 상대적인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도 비메모리 분야에서 인텔과 협력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라고 본다. 2등과 3등이 손을 잡으면 미국이 대폭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삼성전자 비메모리가 획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 비메모리 점유율은 19%에서 7%로 하락한 상태다. 인텔의 목표는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하지만 7%를 뛰어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2등과 3등이 전격적으로 협력하는 게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다. 그러면 한국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다.”

-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부상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의 역할은 무엇인가.

장 대표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과의 대면 없이 자동으로 투자를 운용하는 서비스다. 미국에서는 찰스 슈왑, 뱅가드 같은 대형 증권사나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6년 정부의 테스트베드 제도 도입 후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가 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퇴직연금 시장이 있다. 개인들이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 가입했거나, 퇴직 후 자금이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로 넘어가면 스스로 자금을 관리해야 하는데, 이런 시장의 수요에 대응한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 활용이 가능해졌다. 1분기 내 업계 전반적으로 서비스 확대가 이뤄질 전망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로보어드바이저는 더욱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다.”

- 예를 들어, 어떤 식으로 접목이 되나.

장 대표
“로보어드바이저는 크게 ‘자문형’과 ‘일임형’ 서비스로 나뉜다. ‘자문형’은 투자 포트폴리오 제공으로 고객의 종목 선택을 돕는다면 ‘일임형’은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자동화된 맞춤 포트폴리오로 자산 운용까지 대신한다. 그간 퇴직연금은 규제가 까다로웠지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RA 일임형 서비스의 본격적인 시장이 열렸다. 현재 퇴직연금 자산의 약 85%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ETF가 900여 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어떤 종목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로보어드바이저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맞춤형 포트폴리오는 예를 들어 보수적인 성향이라면 ‘주식 30%+안전자산 70%’로 구성하며, 공격적인 성향이라면 그 반대의 비중으로 운영된다.”

- 노후 생활을 위해 퇴직금은 얼마나 가져야 할까.

장 대표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는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최근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가구당 월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1년에 약 6000만 원이 필요한 셈이다. 이 중 20% 정도는 국민연금으로 충당이 될 것이다. 나머지 금액은 개인이 보유한 기존 자산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기대수명도 고려해서 준비해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퇴직연금이 너무 원리금보장형에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 국민연금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기 때문에 퇴직연금 자산을 꾸준히 늘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퇴직연금의 ‘인출’도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장 대표
“한국은 앞으로 10년간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DC·IRP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은 1980년대에 DC형 계좌가 확정급여(DB)형보다 많아졌다. 한국은 2005년 퇴직연금 도입 후, 2019년에 DC형이 DB형을 초과하기 시작했다. DC형 계좌는 개인이 스스로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IRP 계좌로 자금이 넘어갈 경우, 물가 상승률만큼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과제다. 현재는 퇴직연금 자금을 모으고 운용하는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인출 계획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계좌부터 인출할지, 인출 시 세금이나 건강보험료 부담이 얼마나 될지 등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은퇴 후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운용과 효율적인 인출 계획이 필요하다.”

- 지금 삼성전자 주가가 5만 원대인데, 3년 후에는 얼마나 갈까.

차 대표
“전 세계가 AI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AI를 비롯해 모든 기술과 산업에서 반도체는 필수적이다. 빅테크 기업들도 모두 반도체를 활용하고 있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엔비디아는 4000조 원, TSMC는 약 1500조 원이다. 삼성전자는 약 350조 원, SK하이닉스는 약 200조 원이다.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너무 작게 느껴진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수준으로 지금보다 10배 정도 상승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투자자들의 자금이 국내로 돌아와야 한다. 미국처럼 투자 환경을 개선하면 자연스럽게 국내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CEO가 주가로 평가받는 문화를 가지고 있고, 기업들은 주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한다. 기업설명회 녹취 파일을 홈페이지에 게시해 투자자들이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정보 공개 수준이 너무 낮다. 녹취 파일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곳이 약 2500개 상장사 중 손에 꼽힌다. 또한 이사회 충실 의무도 더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 전력 산업도 수요 측면에서는 반도체와 관련이 있고, 공급 측면에선 에너지와도 관련이 돼 있다. 전력도 유망 분야로 거론되는데.

차 대표
“전력 산업은 매년 약 2% 정도 성장을 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AI가 활성화되면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 해 전력 소비량이 약 600테라와트시(TWh)다. 이를 위해 원자력 기준 약 30개 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3년마다 한국 전체의 전력 소비량에 해당하는 추가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변압기, 차단기 등 전력기기 업체들이 주목받았다. 이제는 전력을 생산하는 기업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 정리 이현주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