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중심’의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으로 변화하며, 그룹 인재들을 중심으로 1세대 전문경영인이 꾸려졌다. 미래에셋그룹은 1세대 전문 경영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각 계열사의 전문 경영인들은 지난 한 해 어떤 성과를 내며 변화를 이끌고 있을까.

[스페셜] 대한민국 금융그룹 대해부-미래에셋그룹
서울 중구 을지로 미래에셋증권 본사, 한국경제DB
서울 중구 을지로 미래에셋증권 본사, 한국경제DB
전문경영인 1.0 시대 첫 해 김미섭·허선호 부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증권은 2024년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 9146억 원을 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은 6618억 원을 달성했다. 수수료 수익과 운용이익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3분기까지 누적 세전이익 1108억 원을 달성하며, 해외 법인의 실적 개선에 나선 점이 눈에 띈다.

글로벌 WM과 연금 비즈니스, AI 강화

‘투자하는 연금’을 강조하는 미래에셋증권으로 보험 및 은행권 고객들이 이동하며, 연금 자산 ‘머니무브’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개인연금 계약 이전 금액은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한 6540억 원이라고 미래에셋증권은 밝혔다. 최근 급성장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미래에셋증권의 시장 점유율은 연평균 38.1%씩 성장하며, 시장 평균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김미섭 부회장은 그룹 내 ‘해외통’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총괄하며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법인 실적 성장을 책임지고 있다. 김 부회장은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뒤 2021년 말 미래에셋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해외 확장 전략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허선호 부회장은 자산관리(WM)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의 임무를 띠고 전문경영인 체제에 합류했다. 기존 WM 총괄 사장을 맡아 왔던 그는 부회장 승진 후 초고액자산가(UHNW)를 위한 PWM 부문을 신설하고 연금혁신부문, 연금RM1부문, 연금RM2부문, 연금RM3부문으로 연금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등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도 증권사 쉐어칸 인수 승부수

새 수장의 진두지휘 아래 미래에셋증권은 2024년 12월 인도 현지 증권사 쉐어칸(ShareKhan) 인수를 무사히 마쳤다. 미래에셋쉐어칸이란 명칭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쉐어칸은 2000년 설립돼 310만 명 이상의 고객, 120여 개 지점 및 4400명 이상의 비즈니스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는 현지 10위권 증권사다. 이를 통해 ‘글로벌 자산관리(WM)’ 확장에 대한 확실한 이정표를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앞으로 14억 인구의 인도 시장에서 위탁 및 자산관리 비즈니스를 적극 확대하며 인도 현지 5위 증권사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글로벌 비즈니스는 홍콩을 중심으로 미국, 인도, 중국을 주요 거점으로 꾸준히 확장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홍콩법인에는 미래에셋증권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 총괄을 맡고 있는 이정호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다. 홍콩은 중국 진출·동남아 비즈니스 중심이면서 동시에 미래에셋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십을 가진 법인이다.

2023년 말 세대교체 이후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지만, 경영 리더들은 한 해 동안 개선된 성적표를 보여주며 전문경영인 1.0 체제 안착을 도모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8월,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을 달성하고 2030년까지 글로벌 세전이익 5000억 원 이상을 창출하겠다는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 신년사를 통해 김미섭·허선호 부회장은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혁신과 도전을 지속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미래 성장 동력으로 글로벌 사업과 연금 사업에 이어 인공지능(AI)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부동산’ 분야 두터운 신임

이준용·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각각 운용부문과 대체투자부문을 맡고 있다. 이들이 이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역량 강화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2024년 12월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 ETF 순자산은 총 200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ETF 전체 시장보다 큰 규모다. 글로벌 운용사 순위는 12위까지 올랐다. 글로벌 ETF 확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미국 ‘글로벌 엑스(Global X)’의 운용 자산 규모는 인수 당시에 비해 현재 5배 이상 증가했으며, ‘Global X Canada’는 인컴형 ETF를 중심으로 캐나다 4위 ETF 운용사가 됐다.

이 부회장은 2002년 미래에셋투자신탁운용 금융공학본부장으로 미래에셋그룹에 합류한 뒤 영국, 미국 등 해외 법인을 거쳐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에 선임됐다. 금융공학과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 뛰어난 집중력이 강점으로 알려진다. 이 부회장은 운용부문 총괄 대표로서, 특히 ETF와 연금부문의 위상을 높이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주식과 채권 운용뿐 아니라 ‘타이거(TIGER) ETF’를 국내 대표 ETF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데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체투자부문을 이끄는 최 부회장은 2021년 말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CEO로 일하고 있다. 26년이 넘는 경력을 지닌 부동산 전문가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글로벌 시장에서 오피스빌딩과 호텔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부동산부문을 키워 온 주역 중 한 명으로, 2021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순항하는 전문경영인 체제…전문성으로 글로벌 성장 견인
'IFRS 강자' 미래에셋생명

김재식 부회장이 있는 미래에셋생명은 보장성 보험과 변액보험을 중심으로 한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는 미래에셋생명이 변액보험 시장의 절대적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건실한 자기자본 관리를 통해 우수한 새 회계기준(IFRS)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부회장은 동양화재 입사로 금융권 첫 발을 내딛은 뒤 1999년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한 후 3년 만에 자산운용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미래에셋생명과 미래에셋증권을 오가며 증권·보험을 모두 경영한 ‘금융통’으로 인정받았다. 2017년 미래에셋생명의 PCA생명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미래에셋생명이 생명보험 업계 5위에 오르는 데 공을 세웠다.

김 부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생명은 고객 맞춤형 보험 상품 및 서비스로 선도적인 은퇴 설계와 보장 설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보험 관계자는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의 뛰어난 자산 운용 능력으로 다년간 우수한 변액보험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건강보험 경쟁력도 크게 향상돼 K-ICS 비율도 190% 수준으로 업계 평균을 웃돌고 있다”며 “미래에셋생명 변액보험의 핵심 엔진 글로벌 MVP 시리즈는 변액보험뿐만 아니라 미래에셋생명 퇴직연금에도 편입돼 고객의 노후 자산 증식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해외 법인에서는 외국인 최초로 부회장에 오른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스와럽 모한티(Swarup Mohanty) 대표도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이들을 전 세계 금융 시장에서 전문성을 갖춘 리더로 양성하기 위한 '글로벌 AMP'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AMP’는 미국 하버드대, 스탠퍼드대에서 진행되는 해외 연수로, 미래에셋그룹 최고 경영진 중 대상자를 선발한다.

앞서 2002년 하버드대 AMP에 참여한 박 회장은 “경영에 대해 많은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을 후배들에게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김미섭, 최창훈, 이준용, 스와럽 모한티 부회장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김영환 사장, 미래에셋벤처투자 김응석 부회장,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법인 토마스 박(Thomas Park) CEO,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닐리쉬 수라나(Neelesh Surana) CIO 8인이 대상자로 선정됐다.
순항하는 전문경영인 체제…전문성으로 글로벌 성장 견인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