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퇴직연금 계좌를 손쉽게 옮길 수 있게 된 뒤 금융권 전체가 가입자 빼앗기 경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벌써 400조 원대로 커진 퇴직연금 시장은 금융사에는 결코 놓칠 수 없는 미래 시장입니다. 은행에서 증권, 보험사까지 한꺼번에 뛰어든 치열한 경쟁의 1라운드 승자는 미래에셋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2024년 4분기 퇴직연금 수익률 및 적립금 통계에서 미래에셋생명과 미래에셋증권이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수익률 전체 1위(수익률 비보장형, 1년 수익률)를 차지했습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첫 시행된 4분기에 적립금(DC형+IRP)을 가장 많이 늘린 곳도 미래에셋증권(1조9719억 원)이었습니다.
퇴직연금은 ‘금융권의 파괴적 혁신가’로 불리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일찌감치 점찍어 둔 분야입니다. 창업 초부터 연금펀드에 관심을 가졌고 국내에 퇴직연금이 처음 도입된 20년 전부터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2005년 그룹 내에 퇴직연금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박 회장입니다. 박 회장은 돈 안 되는 연금 사업은 소홀히 하는 경영진에게 연금은 10년, 20년을 보고 하는 사업이라며 불호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연금은 상품만 팔면 끝인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상당한 인프라 투자와 노하우가 축적돼야 승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박 회장이 추진한 글로벌 확장 전략과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인수 등도 연금이라는 큰 그림 아래 치밀하게 준비된 행보로도 볼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저성장과 고령화 시대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중산층 이상의 직장인들도 퇴직 이후 노후 생활에 불안감을 갖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 대다수의 노후 준비가 부족합니다. 젊은이의 상황은 더 암담합니다. 집값 폭등으로 부모세대처럼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은 더 이상 불가능합니다. 방치된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만이 가장 현실적이며 유일한 대안입니다. 그러자면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뒤따라야 합니다. 지금처럼 가입자에게 수백개 투자상품 리스트만 주고 알아서 선택하라는 방식으론 변화가 어렵습니다. 연금사업자의 책임 강화나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 선진국과 같은 기금형 도입 논의가 필요합니다. 금융사의 미래를 가를 진검승부는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에디터스 메모]온 국민의 연금 해결사](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AD.39265215.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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