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주춤했던 신촌·이대 상권에도 봄날이 올 수 있을까. 과거 서울의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이었던 신촌·이대 지역의 성적표는 한동안 좋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호재의 영향으로 상권이 다시 부활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상권 분석]
신촌역 연세로 일대. 사진=한국경제
신촌역 연세로 일대. 사진=한국경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을 대표하는 대학가 상권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명문 사립대들이 몰려 있는 신촌·이대 지역이었다. 2호선 신촌역 3번 출구 앞 맥도날드는 20년 넘게 젊은이들의 약속 장소 부동의 1순위였고, 스타벅스 1호점이 들어선 이화여대 앞 거리는 대한민국 여성들의 뷰티 트렌드를 이끌며 ‘원조 젊음의 성지’다운 명성을 뽐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홍대 상권이 온갖 교통 호재의 수혜를 입으며 눈부신 약진을 하면서 신촌·이대 상권의 아성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의 발길이 홍대로 빠지는 동안 신촌·이대 상권의 임대료는 꾸준히 치솟았고, 줄어든 구매력과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든 사장님들은 줄줄이 폐업을 해야만 했다. 그 결과 신촌의 랜드마크였던 신촌 맥도날드마저 지난 2018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코로나19를 버티지 못한 연세로 일대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11년 만에 차 다니는 연세로…신촌·이대 상권은 부활할까
과거의 명성을 잃고 라이벌 상권에 주도권을 내주며 주춤하던 신촌·이대 상권에도 봄날은 올까. 11년 만에 차 없는 거리가 올해 초 해제됐고, 숙원 사업이던 서부선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조금씩 희망의 싹이 움트고 있는 듯하다. 핀다의 인공지능(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신촌·이대 상권의 부활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자.

코로나19 이후 3년간 점차 회복...다시 감소세

오픈업 데이터를 통해 지난 6년간(2019~2024년) 신촌·이대 상권의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체 매출 규모는 97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78% 감소했다. 신촌·이대 상권은 코로나19를 겪으며 2020년 -22.9%로 역성장했지만, 이후 2023년까지 꾸준히 회복세를 이어오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역성장하면서 신촌·이대 상권의 부활이 요원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년 만에 차 다니는 연세로…신촌·이대 상권은 부활할까

지난 6년간(2019~2024년) 신촌·이대 상권의 업종별 매출액를 살펴보면 외식·소매·의료 업종 순으로 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매업은 2022년까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코로나19 이후로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이마트 신촌점이 매출의 상당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상권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던 외식업도 전년 대비 매출이 2.7%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20대 매출 비중이 높은 교육(-8.77%)·숙박(-11.54%) 업종도 큰 폭의 매출 하락률을 보였다.

신촌·이대 상권에서 지난해 유일하게 선방한 건 의료 업종이었다.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5.03% 매출이 증가한 의료 업종은 코로나19 이후부터 4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코로나19 이전 시기였던 2019년보다 40% 이상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외에도 서비스와 오락 업종도 지난해에는 잠깐 주춤했지만 2019년보다 높은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며 부진 중인 외식·소매·교육·숙박 업종과 대조를 이뤘다.
신촌역 연세로 일대. 사진=한국경제
신촌역 연세로 일대. 사진=한국경제
20대 매출 1년 새 12.3% 감소

신촌·이대 상권 인근 주거인구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신촌역, 이대역 인근 지역이 서울 주요 업무 지구와 가깝다는 입지적 장점이 부각되면서 직장인과 대학생이 다수 거주하는 신축 오피스텔이 지속적으로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11년 만에 차 다니는 연세로…신촌·이대 상권은 부활할까
11년 만에 차 다니는 연세로…신촌·이대 상권은 부활할까
이 지역 거주민 10명 중 8명 꼴로 2030세대(78.5%)이며, 그중에서도 20대 여성(38.4%)의 거주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결제 비중으로 봐도 20대의 매출 비중은 전체 30%에 육박한다. ‘큰손’인 20대를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따라서 신촌·이대 상권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난해 신촌·이대 상권의 20대 공략은 낙제점을 받았다. 20대 남성(-16.49%)과 20대 여성(10.54%)의 매출 감소 폭이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이다. 20대 평균 매출 증감률은 -12.33%였다. 그렇다고 30대가 20대의 매출 감소분을 상쇄시킨 것도 아니었다. 30대 매출은 전년 대비 0.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작 신촌·이대 상권과는 거리가 멀었던 60대 이상에서는 매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나타내며 눈에 띄는 상승 폭을 보였다. 결제 비중 면에서도 가장 낮았던 연령층인 만큼 상권에 감소 폭을 만회할 만큼의 임팩트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촌·이대 상권을 지탱하는 큰손인 20대가 대거 이탈하면서 주말 황금 시간대 매출 하락 폭이 유달리 컸다. 아침과 점심 시간대를 제외한 모든 시간대의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대학가의 황금 시간대라고 할 수 있는 밤 시간대(오후 8시~오후 10시) 매출 하락 폭이 -6.42%로 가장 컸다.
11년 만에 차 다니는 연세로…신촌·이대 상권은 부활할까
요일별로 보면 목요일(-5.17%)의 하락 폭이 가장 컸지만, 평일과 주말로 나누면 주말의 매출 하락률이 평일보다 더 컸다. 가장 매출을 많이 일으켜야 할 시간대와 요일에 제일 큰 타격을 입으니 상권이 전반적으로 침체되는 것은 예견된 결과였다고 볼 수 있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현상은 매출 타격을 입은 매장들이 대거 문을 닫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신촌·이대 상권의 매장 수(업종 미분류 제외)는 2458개로 2023년 말 4504개보다 45.43%나 급감한 수치를 기록했다. 1년 사이에 전체 매장 수가 절반 가까이 사라진 것이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50.93%의 감소율을 보이며 절반 이하로 매장 수가 감소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 기간 중 소상공인들을 그나마 버티게 도와준 여유 자금들이 바닥났고,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이 동반되는 겹악재 속에서 매출마저 타격을 입자 더 이상 못 버틴 사장님들이 줄폐업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 한계 뛰어넘는 킬러 아이템 필요

마지막으로 신촌·이대 상권을 찾는 소비자들의 거주 지역을 살펴보면 상권 특성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신촌·이대 상권에서 결제한 소비자 중 해당 상권이 위치한 서울 마포구(1575억 원)와 서울 서대문구(1378억 원) 거주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돈을 쓴 것으로 파악된다. 이어 서울 은평구(317억 원), 서울 강서구(230억 원), 서울 영등포구(209억 원), 서울 양천구(204억 원) 등 상위 6곳까지 모두 서울 서부 지역이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다음 순위가 고양시 덕양구(172억 원)와 고양시 일산동구+서구(169억 원)라는 점이다. 고양시 일대에서 가장 쉽고 편하게 서울로 접근하는 관문이 신촌이라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서울 비서부 지역인 서울 용산구(157억 원)와 서울 강남구(145억 원) 거주민의 결제 규모도 톱 10에 들었다. 다만 이 두 지역 모두 전년 대비 매출 규모는 모두 감소 추이를 보이며 서울 서부 비중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부 지역의 주요 상권 중 하나이지만 바로 옆동네에 홍대~연남~합정으로 이어지는 메가 상권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이 지역에서 창업을 고려하는 사장님이라면 지역 한계를 뛰어넘는 킬러 아이템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차 없는 거리 해제, 서부선 본궤도

지금까지 신촌·이대 상권의 특성을 오픈업 데이터를 통해 면밀히 분석해봤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신촌·이대 상권의 현재 성적표는 분명 좋지 않은 결과라고 볼 수 있지만,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먼저 신촌·이대 상권의 중심지인 연세로가 11년 만에 ‘차 없는 거리’에서 해제됐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만큼 아직 상권 활성화에 대한 효과를 측정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인근 상인들은 상권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태다.
지난 2024년 12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버스가 오가는 모습. 연세로에 대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이 지난 1월 11년 만에 해제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4년 12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버스가 오가는 모습. 연세로에 대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이 지난 1월 11년 만에 해제됐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신촌역을 지나는 서부선이 16년 만에 다시 본궤도에 오른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서울 은평구와 관악구를 연결하는 이 노선은 여의도를 관통하는 만큼 교통 소외 지역으로 평가받던 신촌역의 입지 강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시가 시내 곳곳의 지상 철도를 모두 지하화한다는 구상을 선보이며 유령 건물화된 신촌기차역에 고층 빌딩을 짓고 경의중앙선을 지하화한 자리를 공원화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가장 어두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신촌·이대 상권의 혹한기는 어쩌면 곧 동이 틀 아침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 아닐까. 돌고 도는 상권의 흥망성쇠 사이클 속에서 상권은 언제나 빠르게 변하기 마련이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 상권은 더욱 그렇다. 앞으로 예고된 호재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신촌·이대 상권의 옛 영광이 찬란하게 부활할 수 있도록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황창희 핀다 오픈업 프로덕트오너(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