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면 미래 모빌리티 비즈니스의 핵심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실현된다. 바로 '인공지능 훈련 기술과 훈련 결과 확보'와 '교통플랫폼 장악'이다. 테슬라가 전기차 회사를 넘어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을 목표로 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커버스토리] 테슬라 미래 플랜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 주차된 테슬라 전기차들. /사진=연합뉴스(AP)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 주차된 테슬라 전기차들. /사진=연합뉴스(AP)
미래 모빌리티 비즈니스의 핵심 두 가지를 꼽는다면 이렇다. ‘인공지능(AI) 훈련 기술과 훈련 결과 확보’, ‘교통 플랫폼 장악’이다.

AI 훈련 기술과 훈련 결과를 확보하는 것은 앞으로 나올 그 어떤 모빌리티 비즈니스에서도 필요하다. 로봇, 드론, 통신 시스템, 새로운 스마트 기기 모두 AI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AI를 고도로 훈련시킬 줄 아는 기술을 가지고 있고, 훈련한 결과를 지속적으로 확보한다는 것은 다양한 모빌리티 비즈니스로 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장한다.

자율주행에 목숨 거는 이유

교통 플랫폼 장악도 모빌리티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미래 모빌리티는 단순히 자동차, 택시, 기차, 비행기 이런 운송수단이 단독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없는 구조다. 운송수단과 연결된 교통 신호 시스템, 다른 차량과의 통신 시스템, 교통 관리 인프라, 정부 승인, 규제 만족이 통합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이 교통 플랫폼 자체를 장악하는 자가 결국 시장 판도를 장악한다. 마치 스마트폰이라는 기기 자체만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장악하지는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운영체제(OS), OS와 연결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통신 시스템, 앱스토어, 다른 스마트폰, 다른 스마트워치도 아울러야 스마트폰 에코 시스템 전체를 장악하는 것처럼 말이다.

꼭 자율주행 기술이 개발되지 않아도 필요할 때 택시를 타고 원하는 목적지에 바로 갈 수 있다. 대리 운전을 이용해도 내가 운전하지 않고 내 차로 목적지에 갈 수 있다.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한 어려운 기술 개발, 국가적인 규제, 환경 제약, 엄청난 개발 비용을 고려한다면 이 편이 더 경제적이다.
모든 것은 자율주행으로 통한다…FSD·로보택시로 플랫폼 장악
하지만 모빌리티 업계가 자율주행 기술을 주시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단순히 이동 편의성 때문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미래 모빌리티 비즈니스의 핵심 두 가지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면 자연스럽게 실현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했다는 것 자체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자율주행을 하기 위한 AI, AI를 훈련시키고 관리할 빅데이터, 빅데이터를 보내고 받고 저장할 때 쓸 클라우드, 이들을 관리 모니터링할 수 있는 교통 플랫폼,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있다는 뜻이다. 또 이 기술로 소비자 수요 확보, 정부 허가, 도로 안전 시스템 구축, 환경 보호, 지속가능성까지 다 승인받고 자율주행을 실제 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테슬라의 FSD 자율주행을 이용해 주행 중인 모델 3 전기차. 사진=연합뉴스
테슬라의 FSD 자율주행을 이용해 주행 중인 모델 3 전기차. 사진=연합뉴스
카메라로 고정밀 지도 한계 돌파

테슬라가 전기차 회사로 남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을 목표로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앞에서 언급한 미래 모빌리티 비즈니스 핵심 두 가지를 어떻게 확보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고정밀지도(HD Map) 기반의 자율주행은 지도가 업데이트된 특정 지역에서만 동작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변하고 있는 나라 전체의 공사 상황, 교통 상황, 도로 구조가 HD Map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HD Map 대신 테슬라는 차 앞 유리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정확히 사람의 눈이 전방을 주시하는 위치다. 카메라가 차선을 보기 위한 보조장치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테슬라는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가지고 AI에 사람의 운전 기술, 습관, 태도를 학습시킨다. 지식의 가장 큰 역할은 통찰력과 판단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테슬라는 AI의 판단력과 통찰력을 인간처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어떤 방법으로? 도로를 달리고 있는 수많은 테슬라 자동차로부터 주행 데이터를 받아 FSD(Full Self Driving)를 훈련시키고, 훈련된 FSD를 다시 수많은 테슬라 자동차에 적용한다. 자가 발전 시스템이다.
모든 것은 자율주행으로 통한다…FSD·로보택시로 플랫폼 장악
테슬라는 미국 고객들에게 FSD를 한 달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2024년에 했다. 이벤트로 화제몰이를 하고 FSD를 대중에게 더 많이 소개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에 활용되는 테슬라 슈퍼컴퓨터 도조. 사진=테슬라 제공
자율주행에 활용되는 테슬라 슈퍼컴퓨터 도조. 사진=테슬라 제공
차곡차곡 쌓이는 고품질 주행 데이터

이 이벤트를 통해 더 많은 사용자가 FSD를 이용하면 테슬라에는 빅데이터가 더 쌓인다. 게다가 이들이 어디 평범한 일반 운전자인가. 아니다. FSD를 써보고 싶어 하는, 자율주행과 최신 기술에 관심 많은 운전자들의 고품질 빅데이터다.

단점이 있거나 불만이 접수되는 것도 금방 테슬라가 피부로 접할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차를 일단 판매하고 나면 최종 고객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FSD는 고객과 테슬라가 직접 터치할 수 있고 빅데이터를 계속 쌓을 수 있는 좋은 통로다.

자율주행의 핵심이 실제 주행 데이터라는 점, 그 주행 데이터로 AI가 계속 발달할 수 있다는 점, 그 AI가 다른 스마트 기기 비즈니스도 활성시킨다는 점에 테슬라는 집중하고 있다. 로봇, 드론 같은 미래 이동수단들은 결국 자율주행과 궁극적인 알고리즘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고도로 학습시킨 FSD의 양질의 AI를 다른 스마트 기기에 수평 전개하면 제품 개발도 쉬워지고 유사 ‘자율주행군’ 제품으로부터 또 다른 관점의 주행 빅데이터도 지속 수집되니 일거양득이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비즈니스의 두 번째 핵심인 ‘교통 플랫폼 장악’을 어떤 방법으로 해내고 있을까.

차량 기술이 아니라 플랫폼 비즈니스

첫째, 테슬라는 자사에서 훈련한 AI를 탑재해서 검증해볼 자사 자동차, 자사 소프트웨어, 자사 운영 환경, 자사 테스트베드(기가 팩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굉장한 장점이다. 전용 차량을 생산할 능력이 없는 회사는 기존 자동차 회사의 자동차를 가져와 자율주행을 위한 각종 센서, 기기, 소프트웨어를 탑재해서 써야 한다. 제작도 어렵고 대량 생산도 어렵고 기술 최적화도 어렵고 비용 확보도 어렵고, 차를 실제로 운용해볼 도로 인프라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주행 테스트를 많이 해보지 못하므로 이는 빅데이터 부족, 경험 부족으로 이어진다.

이 구조를 일찍이 파악한 중국의 예를 잠시 살펴보면,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도시 하나를 통째로 실험 무대로 제공한 사례가 있다. 자율주행은 단순히 하나의 차량 기술이 아니라 교통 플랫폼 전체에 대한 비즈니스라는 것을 중국은 알고 있다. 앞으로 어떤 지역에 자율주행 교통 플랫폼을 적용한다고 할 때, 중국은 이미 몇 년간 실제 운용하고 검증해본 모델을 바로 이식할 수 있을 테니 이는 큰 경쟁력이다.

자율주행차만 보유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자율주행이 가능한 교통 플랫폼’ 자체를 이식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함을 테슬라도 인지했기에 이와 유사한 접근을 하고 있다.

둘째, 고객을 테슬라 모빌리티에 ‘록인(lock-in)’할 수익 모델, 가격 구조를 가지고 있다.

테슬라의 사이버캡은 자율주행만 되는 차라, 운전대, 페달이 아예 없다. 사람이 직접 운전할 경우를 고려한 부품을 없애서 원가를 절감했다. 없어진 부품만큼 유지보수비, 부품 교체비, 수리비도 없앴다. 짧은 거리를 빨리 움직이는 소규모 고객을 고려해서 좌석도 2개, 배터리 비용도 최적화한다. 원가 절감은 서비스 요금 절감으로 이어졌다. 기존 택시 공유 서비스보다 훨씬 저렴한 요금을 제시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지난 2024년 11월 독일 베를린 쇼룸에 전시된 사이버캡 포로토타입. 사진=연합DPA
지난 2024년 11월 독일 베를린 쇼룸에 전시된 사이버캡 포로토타입. 사진=연합DPA
타사 자동차에 FDS 판매 계획도

이렇게 차량 가격 접근성을 높여서 고객이 늘면, 매출이 향상되고, 빅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증가되고, 차량 퀄리티도 지속 향상되고, 고객이 점점 더 만족하고, 그래서 결국 고객이 더 느는 긍정적인 선순환이 이어진다.
모든 것은 자율주행으로 통한다…FSD·로보택시로 플랫폼 장악
FSD 구독료도 마찬가지다. 머스크는 FSD 구독료를 2024년 4월 199달러에서 99달러로 인하했다. 왜 그랬을까. 가능한 많은 이가 FSD를 이용하도록 해서 널리 홍보도 하고 안전성도 증명하고 주행 빅데이터도 더 쌓고 실증 검증도 더 하기 위해서다. FSD에 익숙해진 고객들은 다른 테슬라 이동수단이나 기기에서도 FSD를 편하게 연결해서 쓸 것이고, 이때 FSD 서비스 이용로는 별도로 부가해서 수익을 더 창출할 수 있다.

테슬라는 서플라이어(공급사)가 거의 없다. 기가 팩토리에서 스스로 차를 제조한다. 생산 공정 자체도 테슬라만의 방식으로 최적화한다. 특히 사이버캡은 운전대와 페달이 없으니 다른 공장이나 시설에서 관리가 어렵다. 한 번 사이버캡이나 테슬라 차량을 구매한 사람은 계속 테슬라 인프라를 이용하게 된다.
사이버캡은 자율주행만 되는 로보택시로 2인승이며 운전대와 페달이 없다. 사진=테슬라 제공
사이버캡은 자율주행만 되는 로보택시로 2인승이며 운전대와 페달이 없다. 사진=테슬라 제공
이게 끝이 아니다. 고객 ‘록인’용 수익 모델은 자사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테슬라는 타사 자동차에 FSD를 심는 수익 구조도 고려하고 있다. 타사 자동차가 팔릴 때마다 라이선스 비용을 받는다. 소프트웨어는 일단 완성한 뒤에는 계속 더 팔려도 개발, 검증, 유지비가 정비례해서 느는 것이 아니니 테슬라에게 유리하다. 타사 자동차 운행 빅데이터라는 아주 흥미로운 자산도 얻게 될 테니 이를 통해 테슬라 FSD의 완성도는 더 올라간다.

테슬라 FSD는 도조 슈퍼컴퓨터와 통합 운영 중이다. 테슬라는 도조 슈퍼컴퓨터를 AI 학습을 원하는 다른 기업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W as a Service·SaaS)로 판매하려 한다. 다른 기업이 적은 비용으로 테슬라의 이미 훈련된 AI 모델 쓸 수 있다. 테슬라에 절대 손해가 아니다. 테슬라가 이미 수립한 자신들의 AI 구조에 타사와 타사 서비스 이용자들을 ‘록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테슬라는 교통 플랫폼을 만들 때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런 기술들이 실제로 상용화되느냐, 법적 규제는 어떻게 하느냐와는 별개로, 테슬라의 전략 자체가 가진 시사점이 있다.

교통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 고객 ‘록인’이라는 목표를 향해 기술을 만드는 과정 자체, 업계에 화두를 던지는 자체, 최종 목표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보완해 가는 과정 자체, 숨겨진 고객 니즈를 계속 발굴하는 것 자체가 모빌리티 비즈니스를 흥미진진한 먹거리로 만든다.

정순인 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