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의 ‘원픽’ 테슬라의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488.54달러로 최고가를 찍은 주가는 채 두 달 안 돼 34% 하락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수장 일론 머스크 CEO는 여전히 장밋빛 미래를 자신한다. 지금이라도 테슬라 투자에 나서야 할까.

[커버스토리]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사진 김기남 기자.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사진 김기남 기자.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테슬라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부처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거침없는 정치 행보로 오너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과 중국 전기차 업체의 부상도 심상치 않다.

삼성증권과 맥쿼리를 거친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분야의 손꼽히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다. 김 애널리스트는 “머스크 CEO의 정치 행보가 일부 소비자의 반발을 부를 수 있지만, 결국 소비자들은 경제적 선택을 할 것”이라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경쟁력도 아직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접 경험한 FSD(Full-Self Driving) 최신 버전은 완벽한 수준”이라며 “테슬라가 로보택시 시장을 절반만 차지해도 1000조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3일 김 애널리스트를 만났다.

테슬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정치 성향과 기업 경영은 불가분의 관계이지만, 머스크는 기업인으로서 전례 없는 수준의 정치적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통령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반대 진영의 소비자들은 반발하기도 하죠.

특히 최근 나치식 경례 논란과 정치적 의견 표출이 브랜드 가치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테슬라는 단순히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혁신과 미래를 상징하는데, 이러한 정치적 요소가 테슬라를 소비자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며 정치적 발언의 빈도가 높아지면서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정치적 행보는 기업 운영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때로는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급성장도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테크 기업들이 테슬라의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 기술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전기차와 AI 기술에서 국가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테슬라보다 더 저렴한 가격과 빠른 기술 혁신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6월로 예정된 테슬라의 로보택시 발표까지 모멘텀이 공백 상태라는 점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한 테슬라의 올해 1월 판매 부진과 함께, 1분기 실적도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됐습니다. 그 외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변화도 소비자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다만, 전기차 보조금 축소는 전기차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테슬라뿐만 아니라 경쟁사들에도 동일한 도전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배터리 기술과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워 장기적인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할 경우, 테슬라는 다시 한번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머스크는 각종 논란에도 정치적 행보를 왜 굽히지 않을까요.
“결국 소비자는 경제적 선택을 합니다. 가령 테슬라 로보택시가 기존 택시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생각해보세요. 2만 원 했던 택시비가 5000원이 된다면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겁니다.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기존 통신사보다 싸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머스크를 싫어하는 사람도 가입할 가능성이 높죠.

즉, 머스크는 소비자들이 감정이 아니라 가격과 편리함을 기준으로 선택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논란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머스크의 진짜 목표는 인간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는 범용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기반의 자동화 사회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로보택시는 운전 노동자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고, 테슬라봇은 가사 노동과 육체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며, 스타링크와 에너지 사업은 모든 AI 및 로봇들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그는 전 세계적으로 자동화를 지지하는 정치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죠.”

BYD 등 중국 자동차 업체의 반격도 만만치 않은데, 어느 수준인가요.
“저는 자동차를 ‘자동차’와 ‘수동차’로 구분합니다. 근데 그간 자동차 시장에 ‘전기차’가 부상했었죠. 전기차 시장에서 BYD는 한때 테슬라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지만, 현재로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BYD는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지만, 테슬라는 ‘스마트카’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이죠. 테슬라는 AI 기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핵심으로 하지만 BYD는 하드웨어 중심이에요. BYD가 최근 자율주행 기술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그들의 차량에 탑재된 컴퓨터 성능은 테슬라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부족합니다.”

격차가 어느 정도인가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초당 최소 300조 회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600조 회 연산이 가능한 슈퍼컴퓨터를 차량에 탑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BYD도 최근 세 가지 수준으로 컴퓨터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차량에는 성능이 부족한 컴퓨터가 탑재된다는 점입니다. BYD의 최고급 모델인 2억 원짜리 양왕 모델에 테슬라 수준(600조 회 연산)의 컴퓨터를, 중간급 모델인 뎅자는 300조 연산 가능한 컴퓨터를 장착한다고 해요.

하지만 이 두 모델의 판매량은 BYD 전체 판매량에 각각 0.1%, 2%밖에 되질 못해요. 정작 98%의 대중형 모델에는 초당 80조 회 연산이 가능한 컴퓨터가 탑재되죠. 즉, 대다수의 차량이 진정한 스마트카로 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대중 모델에 테슬라급 컴퓨터를 장착하기엔 비용 문제가 발생하죠.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가격 경쟁력 때문에 고성능 컴퓨터를 쉽게 탑재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정작 현재 위협적인 존재는 샤오미나 화웨이죠.”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사진 김기남 기자.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사진 김기남 기자.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샤오미는 정보기술(IT) 기업답게 내재화를 통해 원가 절감을 실현했습니다. 샤오미 스마트카는 1200만 원짜리 슈퍼컴퓨터를 탑재한 차량 가격이 5000만 원 수준입니다. 제로백도 2.7초로 슈퍼카급 성능을 자랑하죠.

실제로 샤오미는 2023년에 14만 대를 팔았고, 2024년에는 35만~45만 대, 2025년에는 80만~90만 대 판매가 예상됩니다. 이처럼 샤오미, 화웨이 같은 IT 기업들은 고성능 컴퓨터를 내재화하면서 가격을 낮춰 스마트카 시장을 장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도 이들의 기술 수준이 테슬라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특히 테슬라가 보유한 방대한 주행 데이터와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다른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요소입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인 FSD가 완성 단계에 있다고 보시나요.
“네, 저는 2019년부터 12번 이상 미국에 방문해 테슬라의 FSD를 직접 체험했습니다. 테슬라의 FSD는 이미 실용화 가능한 수준입니다. 올해 1월에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최신 버전의 FSD를 직접 경험했는데, 공항 주차장에서 호텔까지 자율주행으로 이동하는 동안 고속도로, 도심 주행, 비보호 좌회전, 신호 없는 구간, 무단횡단 등등 모든 상황에서 문제없이 작동했어요. 운전자가 개입할 필요 없이 목적지까지 완벽히 주행하더군요. 이걸 직접 경험하고 나니, 머스크가 말한 대로 ‘(FSD 기술 완성이) 끝났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테슬라 내부에서도 FSD 기술 개발은 끝났다고 보고 개발 인력을 다른 프로젝트(옵티머스 로봇)로 전환하고 있어요. 이제 남은 건 기술 개발이 아니라 사업화 단계입니다. 이를 위해 트럼프 정부가 로보택시 법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6월부터 실제 서비스가 출시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미국 교통부는 자율주행 차량의 상용화를 위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정비 중이며, 테슬라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또한 테슬라는 로보택시 서비스 도입을 위해 각국 정부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멕시코, 캐나다,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법적 승인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로보택시 사업의 사업성은 어떻습니까.
“현재 교통비(택시·렌터카 등)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용 요소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동 비용을 줄이는 것이 가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테슬라의 로보택시는 기존 택시 요금의 절반 이하로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정치적 이념과 관계없이 경제적 선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로보택시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미국과 중국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성과 국방력을 키우고 있으며, 로봇과 AI 기술이 핵심 요소입니다.

로보택시가 보편화되면 도시 교통 체계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물류 비용이 줄어들며 국가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각국 정부도 경제적 논리를 따라 로보택시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면 규제도 결국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프리미엄을 처음 도입할 때도 ‘과연 사람들이 돈을 내고 영상을 볼까’라는 의심이 있었지만 결국 소비자의 편의성과 경제적 논리가 작용하면서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순식간에 대중화됐습니다. 마찬가지로 로보택시도 경제성이 입증되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테슬라 주가는 투자에 적정한 수준인가요.
“ 테슬라의 사업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미래 가능성을 믿는다면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테슬라는 단순한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AI, 로봇,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입니다. 로보택시가 현실화되면 테슬라는 연간 2000조 원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현재 미국의 승용차 및 렌터카 시장은 연간 400조 원 규모입니다. 로보택시가 등장하면 소비자는 기존 교통 수단에서 로보택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에서만 200조~300조 원의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보면 2000조 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입니다. 테슬라가 이 시장의 50%만 선점해도 연간 1000조 원의 매출을 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테슬라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셈이죠. 현재 테슬라의 주가는 변동성이 크지만 한 번 시장이 로보택시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 2009년 아이폰이 출시될 때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 대중화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전 세계 표준이 됐습니다. 마찬가지로 로보택시도 3~5년 뒤에는 당연한 교통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으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테슬라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요.
“테슬라는 AI 기반의 모빌리티 혁신 기업입니다. 자율주행 기술뿐만 아니라 에너지 저장 시스템, 인공지능 로봇, 통신 네트워크 등의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테슬라가 주도하는 AGI 기술이 발전할 경우 향후 10년 내에 테슬라는 글로벌 기술 생태계를 완전히 장악할 가능성이 큽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테슬라의 기업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김기남 기자